증권 일반
“회사에 맡겼다가 후회합니다”…내 퇴직연금 직접 굴리면 [이병희의 연금술사]
- 임금 정체·잦은 이직·투자 고수라면 운용 고려
원리금 보장 상품에 담긴 연금…10년 평균 수익률, 연 2.64%
수익도 손실도 책임은 근로자 자신에게
[이코노미스트 이병희 기자] 직장인 가운데 매달 입금되는 퇴직연금이 어디서 어떻게 굴러가고 있는지 잘 알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매월 혹은 매년 회사 이름으로 계좌에 퇴직연금이 들어온다는 것은 알지만 그 돈이 어떤 상품에 담겨 있는지, 수익률이 몇 퍼센트(%)인지에 대해 상당수 직장인이 관심을 두지 않는다는 뜻이다. ‘알아서 잘 굴러가겠지’라는 막연한 기대나 ‘원금만 지키면 되지’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임금 상승률이 높고 고용 안정성이 높은 직장인이라면 퇴직연금을 확정급여형(DB)에 넣어두고 잊으면 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다른 전략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금융권에 따르면 전체 퇴직연금 적립금은 올해 6월 말 기준 553조9000억원, 적립금의 64%는 예금 등 원리금 보장 상품에 담겨 있다. 원리금 보장상품의 10년 평균 수익률은 연 2.64% 수준이다. 물가 상승률을 고려하면 사실상 원금만 겨우 건지거나 그것마저도 제대로 지키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DC형, 어떤 사람에게 유리할까
그렇다면 퇴직연금은 어떻게 굴릴 수 있을까. 직장인이 직접 자신의 퇴직연금을 운용할 수 있는 제도로는 확정기여형(DC)이 있다. DB형이 은퇴 시점의 퇴직금 액수가 미리 확정돼 있고 회사가 운용 주체가 되는 방식이라면 DC형은 회사의 부담금이 주기적으로 근로자 개별 계좌로 입금되고 그 돈을 근로자 자신이 운용하는 구조다.
DC형 계좌에 회사가 입금해야 하는 법정 최소 부담금은 ‘근로자의 연간 임금 총액 ÷ 12’로 계산한다. 여기서 연간 임금 총액이란 기본급뿐만 아니라 상여금, 연차수당, 직책수당 등 근로의 대가로 지급된 모든 성과급과 수당이 포함되는 개념이다. 예를 들어 연간 임금 총액이 6000만원인 근로자라면 회사는 매년 최소 500만원을 근로자의 개인 DC 계좌에 적립해야 한다.
그렇다면 어떤 유형의 근로자에게 DC형이 유리할까. ▲임금상승률이 정체됐거나 피크에 도달한 직장인인 경우다. 승진 기회가 줄어들거나 호봉제가 적용되지 않아 임금상승률이 물가상승률보다 낮아지는 시점이라면 적립금을 직접 운용하는 것이 유리하다. ▲이직이 잦거나 정년 이전 중간정산이 필요한 근로자도 DC형이 유리하다. DC형은 이직할 때마다 발생한 퇴직금을 개인형 퇴직연금(IRP) 계좌로 이전해 운용의 연속성을 유지하기 쉽다. ▲금융 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적극적으로 투자해 시장 평균 수익률 이상의 성과를 낼 자신이 있는 사람이라면 직접 운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위험자산 한도 70%, 디폴트옵션 활용법
퇴직연금을 직접 운용하더라도 아무 상품이나 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은 퇴직연금 계좌가 과도한 위험에 노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위험자산 투자 한도 70%’ 규정을 적용한다. 전체 적립금의 최대 70%까지만 주식형 펀드나 주식형 상장지수펀드(ETF) 등 위험자산에 투자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우려한 조처다.
연금 자산의 최소 30%는 원리금보장형 상품이나 채권형 자산 등 안전자산으로 채워야 한다. 다만 30%의 안전자산도 채권형 ETF나 단기 금리형 자산, 타깃데이트펀드(TDF)를 활용해 은행 이자보다 높은 수익률을 추구할 수 있다. TDF는 가입자의 은퇴 예정 시점에 맞춰 위험자산과 안전자산의 비중을 자동으로 조절해주는 상품이다.
DC형 가입자라면 디폴트옵션 설정을 고려해 볼 만하다. 디폴트옵션이란 근로자가 만기된 적립금의 운용 지시를 별도로 내리지 않고 방치할 경우 사전에 지정해둔 운용 방법으로 적립금이 자동 운용되도록 하는 제도를 말한다. 과거에는 정기예금 만기가 돌아와도 가입자가 별도 지시를 하지 않으면 대기성 자금으로 방치됐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도입된 디폴트옵션은 ▲초저위험(원리금보장) ▲저위험 ▲중위험 ▲고위험 포트폴리오 중 가입자가 원하는 상품을 미리 선택하도록 한다. 대기성 자금은 이자가 거의 생기지 않지만 디폴트옵션을 선택해놓으면 원리금보장 상품으로 돈이 들어가더라도 최소한 은행 이자 수준의 수익은 얻을 수 있다.
주의해야 할 점도 있다. DC형 계좌에서 손실이 나면 그 책임은 근로자 스스로 져야 한다. DB형의 경우 회사가 자금을 운용하고 손실이 발생해도 회사가 책임지는 것과 다른 점이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DC형을 운용하다 손실이 생기면 최종 퇴직금 수령액이 줄어들어 노후 계획에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신중하게 운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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