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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련공 부족에 美 법 장벽까지…마스가, 곳곳에 '암초'
- [마스가, 그린라이트·레드라이트]②
수년치 일감 쌓인 조선소…추가 물량 소화할 생산여력 시험대
본국 건조 최대 2척 허용에도 현지 투자·기술이전 조건
그러나 사업의 틀은 만들어졌지만 누가 어떤 배를 어디에서 몇 척 지을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국내 조선소에는 이미 수년치 일감이 쌓였지만 이를 소화할 숙련 생산인력이 부족하다. 미국 함정 건조 시장에 들어가려면 현지 투자와 기술이전, 공급망 구축 등 까다로운 조건도 충족해야 한다.
제도적 통로가 열리고 있지만 국내 조선사의 미 해군 함정 건조 계약으로 이어진 사례도 아직 없다. 사람과 제도의 벽을 넘지 못하면 마스가는 새로운 기회인 동시에 또 다른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람은 늘었는데…숙련공은 부족
국내 조선 3사의 인력 구조를 살펴보면 현장의 고민이 드러난다. 지난해 삼성중공업은 직원과 소속 외 근로자를 합한 2만8093명 가운데 소속 외 근로자가 1만7504명으로 62.3%를 차지했다. 한화오션은 2만8982명 가운데 61.4%, HD현대중공업은 4만3884명 가운데 57.0%가 소속 외 근로자였다.
조선소별로 보면 외국인력 의존도도 높다. 올해 1월 말 기준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삼호에서 일하는 전체 인력은 협력사를 포함해 약 5만7000명이다. 직영 인력 약 2만3000명 가운데 외국인은 약 1700명이다. 협력사까지 포함하면 외국인 근로자가 전체 인력의 20%에 육박한다.
삼성중공업도 직영 인력 약 1만명 가운데 외국인이 약 1397명이다. 협력사를 포함하면 외국인 비중은 20%대다. 한화오션은 직영 약 1만명과 협력사 약 2만명이 거제사업장 등에서 근무하고 있다. 협력사 인력 가운데 외국인 비중은 약 25%로 파악된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 등에 따르면 국내 조선산업 인력 가운데 이주노동자 비중은 2007년 3.2%에서 2024년 22.7%로 높아졌다. 외국인력이 국내 조선소 생산 현장의 한 축으로 자리 잡은 셈이다.
외국인력이 부족한 일손을 메우고 있지만 인원을 늘리는 것만으로 숙련공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용접과 배관, 도장 등 주요 공정은 오랜 경험과 교육이 필요하다. 인력이 자주 바뀌면 생산성과 품질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도 어렵다.
실제 선박 건조의 상당 부분을 담당하는 협력업체에 숙련인력이 충분히 유입되고 정착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원청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처우와 높은 작업 강도, 업황에 따라 고용이 크게 흔들렸던 경험 등이 맞물린 결과다.
업계 관계자는 “조선업계는 호황이지만 현장 인력은 여전히 부족하다”며 “부족한 일손을 메우기 위해 외국인력이 대규모로 투입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친환경 선박 수요와 마스가 프로젝트의 진척 상황을 고려하면 단순한 인원 충원을 넘어 우수 인력을 장기간 유지하고 숙련도를 높일 방안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법적 통로 열렸지만…계약·예산은 별개
숙련인력 부족과 함께 법·제도적 장벽도 마스가가 넘어야 할 과제다. 미국 정부와 의회, 해군이 한국 조선업의 생산능력과 설계·생산관리 역량을 확인하고 있지만 실제 함정 건조 수주까지는 이어지지 않았다.
미국 조선시장에는 자국 산업을 보호하는 법적 장벽이 촘촘하게 깔려 있다. 상선 시장의 대표적인 규제가 ‘존스법’(Jones Act)이다. 미국 내 항만 사이에서 화물을 운송하는 선박은 원칙적으로 미국에서 건조되고 미국 소유 요건 등을 갖춰야 한다. 한국에서 건조한 상선이 미국 연안운송 시장에 곧바로 투입되기 어려운 이유다.
미 군함 건조에도 장벽이 있다. ‘번스-톨레프슨 수정법’의 취지가 반영된 미 연방법 10편 8679조는 미군용 선박과 선체·상부구조의 주요 구성품을 해외 조선소에서 건조하는 것을 원칙적으로 금지한다. 국가안보상 필요성이 인정되면 예외를 적용할 수 있지만 의회 통보 등 별도 절차를 거쳐야 한다.
미국 현지 조선소 투자와 생산기반 확보, 공급망 구축이 마스가의 핵심 축으로 거론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다만 최근에는 제도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8월 ‘미 해군과 미국 조선산업 기반 재건’을 위한 국가안보각서에 서명했다.
각서에 따르면 미국에 새 조선소를 짓거나 기존 조선소의 소유권 또는 과반 지분을 확보한 외국 조선업체는 모국 조선소에서 최초 최대 2척을 건조할 수 있다. 이후 물량은 미국에서 건조해야 한다. 미국인 근로자 고용·훈련과 조선 기술의 라이선스 이전, 미국 공급망 활용 등의 조건도 따라붙는다.
개별 계약마다 국가안보상 예외를 인정받고 의회 통보 절차도 거쳐야 한다. 해외 건조를 전면 허용한 것이 아니라 미국 조선산업 재건을 전제로 한 한시적 통로를 연 것이다.
한국 조선업계로서는 미 해군 함정 건조에 참여할 가능성이 커졌다. 그러나 제도적 통로가 열렸다고 곧바로 계약이 체결되는 것은 아니다. 미국의 조달제도와 기술보호 기준을 충족하고 의회 예산 확보와 현지 투자, 공급망 구축까지 마쳐야 한다.
조선업계 안팎에서 신중론이 나오는 이유다. 미국이 법적 문을 일부 열기 시작했지만 마스가의 핵심 성과로 볼 수 있는 실제 함정 건조까지는 넘어야 할 단계가 많다.
협력의 순서도 현실적으로 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우선 국내 조선사가 수행할 수 있는 미 해군 함정 유지·보수·정비(MRO) 사업을 안정적으로 확보해야 한다. 이후 군수지원함과 보조함, 함정용 기자재·모듈 공급으로 범위를 넓히고 전투함 공동건조까지 단계적으로 나아가는 방식이다.
업계 관계자는 “협력 확대를 위한 방문과 조선사 간 교류는 이어지고 있지만 핵심인 함정 건조까지는 나아가지 못했다”며 “법과 제도가 바뀌고 있지만 실제 생산에 들어가려면 후속 협의가 필요한 만큼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방문이나 업무협약을 넘어 실제 발주와 건조로 얼마나 이어지느냐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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