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성비·실용성·희소성 등으로 여행객 사로잡아
롯데백화점, 명동 본점서 단독 자체 굿즈 출시
[이코노미스트 강예슬 기자] 누구나 갖고 싶은 것, 하고 싶은 일을 담은 ‘위시리스트’ 하나쯤은 품고 삽니다. ‘강예슬의 위시리스트’는 최근 소비자가 가장 열광하는 상품과 브랜드, 공간과 경험 등을 찾아 소개합니다. 단순히 인기 제품을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무엇이 소비자의 지갑을 열게 했는지를 짚어 봅니다. 사고 싶은 마음 뒤 숨겨진 소비 흐름과 업계 이야기를 생생하게 전달해 드립니다. <편집자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의 한 트레이더 조(Trader Joe’s) 매장에 트레이더 조 토트백이 걸려 있다. [사진 강예슬 기자] “혹시 가방 있나요?” “죄송해요. 다 팔렸어요.”
최근 방문한 일본과 미국에서 기자의 주요 일정 중 하나는 ‘가방 구매’였다. 수백만원을 호가하는 명품 브랜드 가방이 아닌 단돈 몇천원짜리 ‘장바구니’다.
인스타그램 ‘스탠다드 프로덕트’ 관련 게시글. [인스타그램 갈무리] 日 다이소·美 트레이더 조 가방 ‘불티’
시작은 일본 다이소의 프리미엄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인 ‘스탠다드 프로덕트’다. 지난 7월 일본 후쿠오카로 여행을 떠나기 전부터 사회관계망서비스(SNS)는 ‘일본 여행 추천 쇼핑 목록’ 관련 게시글로 뒤덮였다. 스탠다드 프로덕트 가방은 추천 목록에 빠지지 않고 이름을 올렸다.
330엔(약 30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에 손바닥보다 작은 크기로 접히는 휴대성, 깔끔한 디자인과 다양한 색으로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은 장바구니는 ‘가성비 기념품’으로 입소문이 났다.
한화로 3000~5000원대인 접이식 보냉백도 푸딩, 삼각김밥, 고구마 맛탕 등 일본 편의점의 냉장·냉동 간식을 한국에 가져오는 ‘꿀팁’으로 소개되며 인기를 끌었다.
SNS에서 화제가 되자 한국인 관광객이 몰리며 가방은 불티나게 팔렸다. 매장에선 ‘1인당 5개까지’ 구매 제한이 걸렸고, 입고되자마자 동나는 일이 반복됐다.
기자도 지난 7월 24일부터 27일까지 후쿠오카 하카타와 텐진의 스탠다드 프로덕트 매장 두 곳을 모두 방문했지만, 인기 상품인 장바구니와 보냉백은 흔적조차 찾을 수 없었다. 최근까지도 일본 여행객 사이에서는 ‘스탠다드 프로덕트 보냉백 재고 현황’이 활발하게 공유되고 있다.
지난 8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에서도 장바구니 구매를 위한 여정은 이어졌다. 미국 유통업체 ‘트레이더 조’(Trader Joe’s)의 토트백을 구하기 위해서다.
지난 2024년 ‘트레이더 조’가 장바구니 용도로 선보인 캔버스백은 귀여운 모양과 저렴한 가격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얻었다.
시즌별로 한정 판매하는 2.99달러(약 4100원)짜리 미니 캔버스 토트백이 특히 인기다. 지난 6월 트레이더 조가 내놓은 파스텔 색상의 줄무늬 미니 토트백은 개점 전부터 매장 앞에 긴 줄이 늘어서며 출시 당일 조기 품절되기도 했다.
트레이더 조 가방의 인기가 한국까지 상륙하며 최근 거리에선 트레이더 조 토트백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과장 조금 보태 트레이더 조 에코백을 든 사람을 하루에 최소 5명 이상은 마주칠 정도다. 트레이더 조 가방은 미국에 방문한 한국인 사이에서 ‘쇼핑 필수템’으로 자리 잡았다.
기자도 한정판 미니 토트백을 사기 위해 LA 트레이더 조 매장 여러 곳을 돌았으나 “시즌 상품이라 더 이상 판매하지 않는다”는 답변을 듣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방문하는 트레이더 조 매장마다 한국인 관광객이 카트에 토트백 여러 개를 담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본점 지하 1층에 ‘L.T.M 리유저블백’이 전시돼 있다. [사진 강예슬 기자] 올리브영 ‘타폴린 백’, 누적 178만개 판매
장바구니 열풍은 해외에서만 벌어지는 현상이 아니다. 한국에서는 CJ올리브영의 ‘타폴린 백’이 외국인 관광객의 ‘한국 여행 필수 기념품’으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 1월 출시된 올리브영 타폴린 백은 현재 명동·홍대·성수 등 외국인이 많이 찾는 전국 150여 개 매장에서 판매 중이다. 올리브영은 타폴린 백을 명동 타운점 등 서울 4개 매장에서만 시범 판매했으나, 외국인 관광객을 중심으로 수요가 증가하면서 판매처를 늘렸다. 올리브영에 따르면 지난 9월 말까지 타폴린 백의 누적 판매량은 227만개에 달한다.
타폴린 백의 인기에는 30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과 방수 기능·튼튼한 소재 등 실용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올리브영이 외국인 관광객의 대표적인 K-뷰티 쇼핑 장소로 떠오르면서 타폴린 백은 한국 여행을 다녀왔다는 증표가 되기도 한다.
올리브영 관계자는 “최근 MZ세대 사이에서 여행 경험을 떠올리면서도 일상에서 재사용할 수 있는 가방, 파우치 등 실용적인 소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며 “올리브영 타폴린 백은 한국 여행 기념품이라는 느낌이 나면서도 편리하게 소지품을 담을 수 있어 외국인 관광객의 사랑을 받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일본의 스탠다드 프로덕트 장바구니, 미국 트레이더 조의 토트백도 마찬가지다. 부담 없는 가격에 구매 가능한 데다 실용적이라 편하게 들고 다니며 해외 방문 경험도 자연스럽게 드러낼 수 있다.
과거 명품이나 지역 특산품 등을 주로 사던 해외여행 문화가 최근에는 현지인이 일상적으로 이용하는 브랜드의 가방과 굿즈 등을 통해 방문 경험 자체를 소비하는 방식으로 바뀐 결과로 풀이된다.
방한 외국인 관광객이 급증하면서 외국인 연 매출이 1조원을 넘어선 백화점 업계도 장바구니를 자체 굿즈로 내놓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하우스오브신세계 청담의 프리미엄 식료품점 ‘트웰브’(TWELVE)에서는 옥스퍼드·캔버스·페이퍼 등의 소재로 만든 트웰브 쇼퍼백을 판매한다.
롯데백화점은 지난 9월 9일 자체 지식 재산권(IP)을 활용한 ‘L.T.M(롯데타운 명동·Lotte Town Myeongdong) 리유저블백’ 4종을 선보였다. 롯데백화점 본점에서만 단독으로 판매하는 첫 자체 굿즈다.
총 4가지 색상으로, 가격은 7000원이다. 롯데백화점 본점을 비롯해 ▲명동성당 ▲서울타워 ▲경복궁 등 서울의 주요 명소를 파사드 일러스트로 표현했다.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L.T.M 리유저블백은 출시 12일 만에 약 400개 판매됐다. 외국인 고객의 구매 비중은 90% 이상을 차지했다.
롯데백화점 본점 관계자는 “영국 런던 ‘해러즈’(Harrods) 백화점의 자체 굿즈가 런던과 백화점 방문을 기념하는 수단이 됐듯 롯데백화점 본점의 리유저블백도 외국인 고객이 롯데백화점 본점과 명동, 서울을 찾았던 기억을 일상에서 오래도록 기억하고 간직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롯데백화점 본점은 앞으로도 자체 IP를 활용한 굿즈 제품군을 확대할 예정이다. 올해 하반기에는 보냉백과 키링 등 다양한 상품을 추가로 출시하고, 본점과 명동의 정체성을 담은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선보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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