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만 모아선 돈 못 번다…마이데이터 사업자 잇단 이탈
- [위기의 마이데이터]①
통신 3사까지 철수…전송 비용에 수익모델 ‘난항’
활성 고객 확보부터 과금체계 손질까지 생존 과제
[이코노미스트 김윤주 기자] ‘내 금융자산을 한곳에서 관리한다’는 마이데이터의 청사진이 흔들리고 있다. 데이터 개방으로 소비자 편의는 높아졌지만, 사업자에게는 비용 부담이 커지는 반면 뚜렷한 수익모델은 보이지 않는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업자 이탈도 이어지고 있다. 마이데이터 업계에서는 단순 조회 기능을 넘어 데이터를 활용한 지속 가능한 수익모델을 구축하는 일이 관건이 됐다.
이용자를 모을수록 커지는 비용 부담
금융위원회에 공고에 따르면 올해 KT·헥토데이터·SK텔레콤·유비벨록스·동양저축은행 등이 마이데이터 사업 폐업 신고가 수리됐다. 앞서 2024년 HNR·디셈버앤컴퍼니·11번가가 면허를 반납했고, 지난해에도 FN가이드·NHN페이코·KB핀테크·LG유플러스·SK플래닛·LG CNS 등이 사업을 접었다. 특히 통신 3사가 모두 사업에서 물러나면서, 고객 기반만으로는 마이데이터를 지속하기 어렵다는 점이 확인됐다.
마이데이터의 필요성 자체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금융회사 입장에서는 자사 고객의 타사 거래정보까지 파악해 데이터 분석의 정확도를 높이고, 이를 맞춤형 상품 추천과 고객관리, 인공지능(AI) 기반 서비스 고도화로 연결할 수 있다. 소비자에게도 여러 금융회사에 흩어진 자산과 부채, 지출 내역을 한 화면에서 관리할 수 있다는 편의가 있다.
문제는 비용 구조다. 마이데이터 사업자는 이용자 동의를 받아 금융회사에 정보를 요청하고 정기적으로 전송받는 과정에서 정보전송 이용료를 부담한다. 이용자 수와 정기 전송이 늘수록 비용 부담도 함께 커질 수 있다.
‘조회’ 넘어 ‘해결’로…활성 고객 잡아야
마이데이터 사업자에게 중요한 것은 단순 가입자 수보다 실제 서비스를 반복적으로 이용하는 활성 고객이다. 앱을 더 쉽고 빠르게 만들고, 이용자가 일상적으로 찾을 이유를 제공해야 데이터 분석의 가치도 높아진다.
서병호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금융 마이데이터 2.0 시대 국내 금융회사의 과제’ 보고서에서 일회성 가입 이벤트보다 지속 이용을 유도하는 보상과 차별화된 서비스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고객의 자산·부채 정보를 바탕으로 카드·보험·대출 심사와 관리에 실질적인 혜택을 제공하는 방안도 거론했다.
수익화의 길은 단순한 금융상품 중개·판매에만 있지 않다. 여행·건강·소비관리 등 이용자가 일상적으로 찾을 만한 서비스를 만들고, 자산·부채·지출 데이터를 바탕으로 고객별 금융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금리 인하 요구 가능성을 알려주거나 대환대출을 안내하고, 보험 보장 분석과 카드 혜택 비교로 연결하는 방식이다.
물론 소비자 데이터를 바탕으로 대출·카드·보험을 비교·추천하고, 계약이 이뤄지면 수수료를 받는 방식도 주요 수익모델이다. 마이데이터를 보유한 핀테크 기업들이 대출 비교와 보험 분석으로 영역을 넓히는 이유다.
다만 모든 이용자에게 같은 대출이나 카드를 권하는 방식으로는 신뢰를 얻기 어렵다. 고객의 소비 패턴과 금융 수요를 분석해 필요한 상품을 적기에 제안하고, 추천이 실제 도움이 됐는지 피드백을 받아 고도화해야 한다. 상품 판매 수수료보다 먼저 ‘이 서비스를 쓰면 내 금융비용이 줄어든다’는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는 의미다.
자체 상품과 판매 채널이 부족한 핀테크·비금융 사업자에는 금융회사와의 협업이 더 중요하다. 금융회사는 상품 제조와 심사 역량을 제공하고, 플랫폼은 고객 접점과 데이터 분석을 맡는 식이다. 마이데이터의 승부는 데이터를 독점하는 데 있지 않다. 데이터가 고객의 행동 변화와 금융상품 선택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만드는 데 있다.
전송료 부담 낮추고…활용 성과 따져야
제도 개선도 과제다. 서비스 활용도와 무관하게 반복되는 데이터 전송 비용은 초기 사업자에게 진입장벽이 될 수 있다. 실제 이용과 소비자 편익을 고려한 비용 체계, 공동 인프라 활용 등 사업자의 부담을 낮출 방안도 함께 논의해야 한다.
토스인사이트는 보고서 ‘마이데이터, 금융의 주도권을 바꾸다’에서 과금체계가 정보제공기관의 지속적인 데이터 제공·관리 비용을 보전하면서도, 정보를 활용하는 사업자의 신규 진입과 반복 이용을 가로막지 않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토스인사이트는 “정책 성과 역시 참여 사업자 수나 거래량만으로 판단하기보다, 고객의 자금사정을 반영한 제안과 기존 상품의 활용을 돕는 관리가 실제 서비스로 제공되고 있는지까지 함께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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