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일반
포트폴리오의 힘, 코스피 추락·변동성 장세 속 존재감 키운 TDF
- [자율주행 자산관리 TDF]①
대형 TDF 3년 평균 수익률 49%… 코스피 상승률은 58%
하락장에선 MDD 방어 효과
[이코노미스트 이병희 기자]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퇴직연금과 연금저축을 운용하는 개인 투자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개별 주식이나 특정 테마형 상장지수펀드(ETF)에 직접 투자하던 개인 투자자들이 증시 급등락 상황에 대처하지 못하고 자산을 재조정(Rebalancing)하지 못해 큰 손실을 입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주가가 고점에 다다랐을 때는 추격 매수에 나섰다가 급락장에서 손절매를 하지 못해 연금 계좌의 수익률이 훼손되는 악순환이 반복되자 투자자들 사이에서 타깃데이트펀드(TDF)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TDF는 투자자의 예상 은퇴 시점(Target Date)을 목표 연도로 설정하고 해당 시점까지의 남아있는 기간에 따라 포트폴리오를 자동으로 조절해 주는 상품이다. 생애주기형 자산배분 상품으로도 불린다. TDF가 작동하는 핵심 엔진은 자산배분 곡선을 뜻하는 글라이드패스다. 여객기가 비행 후 목적지 공항에 안전하게 착륙하듯 은퇴 목표 시점이 다가올수록 위험자산인 주식 비중은 줄이고 안전자산인 채권과 현금성 자산 비중을 정교하게 늘려나가는 전략이 핵심이다.
투자 초기에는 글로벌 주식을 비롯한 위험자산 비중을 최대 80% 이상 높게 유지해 적극적으로 수익을 추구하고 은퇴 시점이 가까워질수록 채권과 예금 등 안전자산 비중을 단계적으로 늘려 원금 보전과 안정적인 이자 수익에 집중한다. 주가가 치솟는 상승장에서는 이익을 일부 실현해 안전자산으로 옮기고, 시장이 급락할 때는 가격이 하락한 위험자산을 저가 매수하는 메커니즘이 알고리즘을 통해 자동으로 실행된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은퇴 시점과 먼 시기일수록 급여 등 안정적인 수입을 장기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투자자를 ‘채권’ 자산으로 평가한다. 주식 비중을 높이고 단기간 손실을 본다고 하더라도 만회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반대로 은퇴 시점이 다가오면 고정 수입이 그만큼 줄어들기 때문에 원금 손실 가능성이 큰 주식 투자 비중을 줄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형 TDF 평균 수익률 48.96%… 신한·KB 3년 성과 60% 돌파
우리투자증권 펀드 비교를 통해 설정액 5000억원 이상을 보유한 13개 국내 주요 TDF 상품(10월 19일 기준)을 분석한 결과 평균 수익률은 48.96%로 나타났다. 최근 3년 수익률 부문에서 가장 좋은 성과를 기록한 상품은 신한마음편한적격TDF2050(62.93%)과 KB온국민적격TDF2055(61.51%)였다. 두 상품 모두 3년 누적 수익률 60%를 돌파하며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같은 기간 코스피 상승률은 58.12% 수준이었다.
▲삼성글로벌액티브적격TDF2050UH(54.68%) ▲미래에셋전략배분적격TDF2045(50.24%) ▲미래에셋전략배분적격TDF2050(50.10%)이 뒤를 이었다.
이들 상품의 공통점은 대부분 은퇴 시점이 20년 뒤로 멀리 잡혀 있다는 점이다. TDF 상품명 끝에 붙는 ‘2045’ ‘2050’ ‘2055’와 같은 4자리 숫자는 해당 펀드가 목표로 하는 투자자의 예상 은퇴 연도 ‘빈티지’를 의미한다. 2055처럼 숫자가 커질수록 은퇴 시점까지 기간이 많이 남았다는 뜻이다.
이런 상품은 대부분 2020년대 중후반 기준으로 은퇴까지 20~30년 이상 남아 있는 젊은 직장인을 대상으로 설계된 것이 특징이다. 포트폴리오 초기 위험자산(글로벌 주식 등) 비중이 70%~80% 이상으로 매우 높다. 시장 하락 시 단기 변동성은 크지만 장기 상승장의 수혜를 볼 수 있어 최근 3년 누적 수익률이 높았던 것으로 평가된다.
최근 3년 수익률 상위권에 포진한 대형 펀드들이 대부분 2050, 2055 빈티지에 집중되어 있는 원인 역시 여기에 있다. 글로벌 증시가 AI 및 빅테크를 중심으로 강한 상승 파도를 탔던 시기에 위험자산 비중을 높게 유지했던 고(高)빈티지 TDF들이 자산 증식 효과를 극대화했기 때문이다.
반면 TDF 2030처럼 은퇴 목표 시점이 임박한 경우에는 원금 보전과 은퇴 후 생활비 마련을 최우선 과제로 두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국채나 고금리 회사채, 단기 매칭형 채권 비중이 60~70% 이상으로 높아진다. 상승장에서 고수익을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증시 하락에서 방어력은 커진다.
코스피 급락장, 방어력 보여준 TDF
실제 최근 1년 수익률만 놓고 보면 코스피는 35.01% 상승률을 기록하며 TDF 상위권 상품들의 1년 수익률(2.90%~12.98%)을 크게 앞질렀다. 특정 주식 시장이 강한 랠리를 펼칠 때는 100% 주식으로만 구성된 단일 주가지수가 채권과 기타 대안자산을 나누어 담는 TDF보다 탄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세가 급변해 하락장으로 돌아서면 수익률은 전혀 다른 양상을 보여준다. 글로벌 금융시장이 고금리 장기화 우려와 지정학적 리스크, 고환율 기조가 뒤섞인 극심한 변동성 장세로 변화한 지난 3개월 동안 코스피는 -18.25%의 하락률을 기록했다. 반면 TDF 상위권 상품의 수익률은 -6.25%~-12.70% 수준에 그쳤다. 하락장에서 상대적으로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다변화된 자산배분 포트폴리오가 주가 급락의 충격을 완화해 준 결과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투자 상품이 다양하고 증시가 급변하는 상황일수록 개인 투자자가 대응하기는 쉽지 않을 수 있다”며 “투자자 스스로 공부하고 변화에 대응할 필요가 있지만, 그게 여의치 않다면 장기간 안정적인 운용을 위해 설계된 TDF 상품을 주목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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