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 입는 K뷰티]②
조제관리사 1명이 여러 매장 관리하도록 법 개정 추진…판매업소 223곳
AI 피부 진단·자동 조제 기술 상용화…소비자 수요·운영비·품질관리 관건
맞춤형 화장품은 개인의 피부 상태와 선호도 등에 따라 원료를 혼합하거나 기존 화장품의 내용물을 나눠 담아 제공하는 제품이다. 국내에서는 2020년 맞춤형화장품 판매업 제도가 도입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지난 19일 기준 전국 맞춤형화장품 판매업소는 223곳에 그친다. 휴업 중인 업소까지 포함한 수치다.
조제관리사 규제 완화 추진…원격관리 이미 운영
현행 제도에서는 맞춤형 화장품 판매업소마다 조제관리사 1명 이상을 둬야 한다. AI 자동화기기를 활용하더라도 매장별 인력 배치 의무가 적용돼 매장을 늘릴수록 전문인력 확보와 인건비 부담이 커지는 구조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자동화기기를 활용해 품질과 안전성이 확보된 경우 조제관리사 1명이 여러 매장을 관리할 수 있도록 허용할 계획이다. 올해 12월 종료되는 실증특례의 평가와 산업계 의견 수렴을 거쳐 내년 법령 개정을 추진한다. 구체적인 적용 요건과 관리 가능 매장 수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관련 기술은 이미 일부 현장에서 활용되고 있다. 맞춤형 화장품 기업 릴리커버는 AI 피부 진단기 ‘뮬리’와 자동 조제기기 ‘에니마’를 개발했다. 피부 진단 결과를 바탕으로 약 3~4분 만에 개인별 화장품을 제조하는 방식이다. 릴리커버에 따르면 현재 한국을 포함한 6개국 30곳에서 피부 진단 기술 등을 포함한 회사의 솔루션을 활용하고 있다.
릴리커버는 2022년 규제 샌드박스 실증특례를 승인받아 조제관리사 1명이 최대 5개 매장을 관리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안선희 릴리커버 대표는 “현재도 원격으로 관리하고 있다”며 “실증특례에서는 조제관리사 1명이 5개 매장까지만 관리할 수 있어 사업을 더 빠르게 확대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아모레퍼시픽도 맞춤형 화장품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서울 용산의 K뷰티 쇼룸 ‘아모레용산’에서는 AI로 현재 피부 상태와 향후 변화를 분석하고, 고객에게 맞는 제품을 현장에서 제작한다. 연구원이 직접 피부를 진단하고 솔루션을 제안하는 서비스도 제공한다.
라네즈 서울에서는 AI 피부 분석을 활용한 ‘비스포크 크림 스킨’과 컬러 분석·제조 로봇을 결합한 ‘비스포크 네오’ 등을 운영한다. 비스포크 크림 스킨은 피부 분석 결과에 따라 25가지 조합 가운데 맞춤형 제품을 제안하며, 고객은 현장에서 약 20분 만에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다.
규제 완화 이후가 관건…가격·수요·안전관리 과제
기술 상용화가 시장 확대로 이어지려면 사업성 확보가 필요하다. 자동 조제기기를 설치하고 유지·관리하는 데 비용이 들고, 소비자가 맞춤형 화장품을 지속적으로 구매할 수 있는 가격 경쟁력도 갖춰야 한다. 전문인력 배치 부담이 줄더라도 소비자 수요에 따라 사업 확대 속도는 달라질 수 있다.
실제 시장성을 판단할 구체적인 판매 실적은 제한적이다. 아모레퍼시픽은 맞춤형 화장품 서비스의 이용자 수와 판매량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향후 서비스 확대에 대해서도 제도 변화와 고객 수요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가능성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관련 규제 개선은 보다 다양한 맞춤형 제품과 서비스를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품질과 안전관리도 과제다. 조제관리사 1명이 여러 매장을 관리하려면 자동화기기가 일정한 품질의 제품을 안정적으로 제조할 수 있는지 검증해야 한다. 기기 이상이나 제조 오류가 발생했을 때 대응할 수 있는 관리 기준도 필요하다.
식약처 관계자는 “자동화기기의 품질 일관성을 확인할 수 있도록 점검 항목과 검교정, 설치·운용 적격성 평가 등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규제 완화 역시 품질과 안전성이 확보된 경우에 한정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도 맞춤형 화장품 서비스가 아직 폭넓게 확산한 단계는 아니라고 보고 있다. 김지연 식약처 화장품정책과장은 지난 10월 13일 브리핑에서 “일부 기업에서는 연구개발을 활발히 하면서 일부 시도를 하고 있고, 아직 많이 확산되지는 않은 상황”이라며 제도 개선과 관련 지침이 마련되면 시장이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맞춤형 화장품 시장이 성장하려면 규제 개선과 함께 소비자 수요 확보, 품질관리 체계 구축 등이 필요하다. 업계에서는 특히 현행 제도가 새로운 제조·판매 방식에 맞게 개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안선희 대표는 “지금까지는 하나의 잘 만든 제품을 수천 명에게 똑같이 팔았다면 앞으로는 수천 명에게 각각 다른 레시피로 맞춤이 될 수 있어야 한다”며 “한국이 새로운 시장의 표준을 만들 수 있도록 정부가 조금 더 적극적으로 나서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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