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일반
“내년엔 제 목소리 못 들을 것”이라더니…더 바빠진 최태원
- 대한상의 떠날 뜻 밝혔지만 경제대도약위 공동위원장까지 맡아
재계 ‘맏형’ 역할에 한일 경제협력…SK에선 AI·반도체 직접 챙겨
[이코노미스트 김정훈 기자] “내년 이후에는 제 목소리를 많이 듣지 못할 겁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7월 대한상공회의소 제주포럼에서 한 말이다. 내년 3월 대한상의 회장 임기가 끝나는 최 회장은 당시 “제가 집중해야 하는 일의 비중이 더 커지고 있다”고 했다. 2021년부터 6년간 맡아온 ‘재계 대표’ 역할에서 물러나 SK그룹 경영에 보다 집중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차기 한국경제인협회 회장 가능성에도 “관심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이후 최 회장의 일정은 오히려 더 빽빽해지고 있다. 재계 안팎에서 최 회장에게 요구하는 역할 자체가 커지고 있어서다. 국회와 경제계를 잇는 협의체부터 한일 경제협력, AI·반도체 현장까지 활동 반경도 넓어졌다.
재계 ‘맏형 역할’로 분주
대표적인 게 지난 9월 출범한 국회 경제대도약위원회다. 최 회장은 조정식 국회의장과 함께 공동위원장을 맡았다. 국회와 경제계가 기업 현장의 목소리를 입법·제도 개선으로 연결하기 위해 만든 상시 협력체다. 삼성·SK·현대차·LG·한화·롯데·포스코 등 주요 그룹 최고경영자(CEO)들이 자문위원으로 참여한다.
재계에서는 최 회장이 위원회의 ‘얼굴마담’에 그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 1960년생인 최 회장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4대 그룹 총수 가운데 가장 연장자인 데다 총수 경력도 가장 길다. 1998년 회장 취임 이후 하이닉스 인수 등 굵직한 결정을 거치며 SK를 현재 재계 2위 그룹으로 키웠다.
한 재계 관계자는 “최 회장은 4대 그룹 총수 중 맏형이고 오랜 기간 그룹을 직접 경영하면서 재계 현안을 다뤄온 경험도 가장 많다”며 “대한상의 회장으로 6년 가까이 정부와 국회에 경제계 목소리를 전달해온 만큼 국회와 기업을 연결하는 역할을 맡길 만한 인물이 많지 않다는 분위기가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에서는 일본과의 경제협력에 공을 들이고 있다. 올해 일본을 잇달아 방문하며 한국과 일본을 합쳐 약 6조달러 규모의 경제권을 만들자는 ‘한일 경제연대’ 구상을 제시했다. 오는 11월에는 도쿄대에서 열리는 ‘도쿄포럼 2026’에도 참석할 예정이다.
최 회장의 대외 활동이 다시 활발해진 배경을 개인사와 연결해 보는 시각도 있다. 10년 넘게 이어진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의 이혼소송이 막바지 국면에 들어섰기 때문이다. 지난 7월 파기환송심은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재산분할금 9440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최 회장이 일부 금액을 놓고 재상고해 소송이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지만, 노 관장은 부대상고를 하지 않았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그동안 장기간 이어진 이혼소송이 최 회장에게 상당한 부담이 됐던 것은 사실”이라며 “소송이 막바지로 접어들면서 이제 본격적으로 그룹 경영뿐 아니라 경제계 안팎의 대외 활동도 강화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고 말했다.
안팎에서 ‘AI’ 강조
SK 안에서 최 회장의 움직임도 빨라졌다. 핵심 키워드는 AI와 반도체다. 지난달에는 울산 국가산업단지에 건설 중인 SK AI 데이터센터 현장을 직접 찾았다. SK와 아마존웹서비스(AWS)가 약 7조원을 투입해 짓는 AI 전용 데이터센터로 2027년 하반기 가동이 목표다. 현재 100MW 규모에서 향후 GW급으로 확장하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다.
최 회장은 당시 AI 데이터센터와 SK이노베이션 울산CLX를 함께 둘러보며 AI 인프라와 제조 현장의 AX를 연결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SK는 울산을 시작으로 국내 AI 데이터센터 인프라를 단계적으로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최근에는 AI 메시지를 기업 밖으로도 넓히고 있다. EBS ‘위대한 수업, 그레이트 마인즈’에 한국 기업인 최초로 출연해 “다시 20대로 돌아간다면 무조건 창업을 하겠다”며 AI 시대에는 실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룹 내부에서는 오는 11월 중 AX 전환 사례로 주목받는 한 게임회사 관계자를 이천 SK연수원으로 초청해 SK 사장단을 대상으로 강연하는 자리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밖에서는 청년들에게 AI를 활용한 문제 해결을 주문하고, 안에서는 최고경영자들에게 사업 자체를 AI로 바꿀 것을 요구하는 셈이다.
최 회장은 이미 대한상의 회장 임기가 끝난 뒤에는 자신의 목소리를 줄이겠다고 예고했다. 하지만 지금 재계에서 그에게 주어지는 역할은 오히려 많아지는 상황이다. 재계 관계자는 “AI와 반도체처럼 기업 한 곳의 투자만으로 풀기 어려운 국가적 과제가 커지면서 최 회장의 대외 역할도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
브랜드 미디어
브랜드 미디어
[ESMO 2026]옥찬영 리가켐 센터장 “LCB02A, 클라우딘18.2 저발현 환자에도 효능 기대”
바이오 성공 투자, 1%를 위한 길라잡이이데일리
일간스포츠
팜이데일리
“모텔은 갔지만 애정 행위 일절 없어…” 양홍원, 신혼 5일 만에 불륜 스캔들
대한민국 스포츠·연예의 살아있는 역사 일간스포츠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전 세계가 돈 내고 보는데”…은행선 돈 못 빌리는 K콘텐츠, 왜?
세상을 올바르게,세상을 따뜻하게이데일리
이데일리
이데일리
[마켓인]금리냐 유연성이냐…美 기업들 사모대출·신디케이트론 저울질
성공 투자의 동반자마켓인
마켓인
마켓인
[ESMO 2026]옥찬영 리가켐 센터장 “LCB02A, 클라우딘18.2 저발현 환자에도 효능 기대”
바이오 성공 투자, 1%를 위한 길라잡이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