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일반
‘연금저축 600만원+IRP 300만원’ 왜 나눠 넣으라고 할까?[이병희의 연금술사]
- 세액공제 최대 900만원 한도 채우는 게 유리
IRP는 위험자산 투자 한도 70% 제한
연 1800만원까지 과세이연·저율 과세도 노려볼만
[이코노미스트 이병희 기자] 연말정산 시즌이 다가오면 직장인들이 관심을 갖는 것 중 하나가 ‘연금계좌 세액공제’다. 전문가들은 절세 혜택을 극대화하기 위해 ‘연금저축에 600만원, 개인형퇴직연금(IRP)에 300만원’을 나눠서 넣을 것을 권고한다. 이는 연금 계좌를 운영하는 일종의 황금비율로 불린다.
우선 정부가 정한 연금계좌 전체의 합산 세액공제 한도부터 알아야 한다. 연간 900만원이다. 총급여 5500만원 이하인 근로자라면 16.5%의 공제율을 적용받아 최대 148만5000원을 돌려받는다. 총급여가 5500만원을 초과하는 근로자는 13.2%의 공제율로 최대 118만8000원의 세금을 환급받는다. 100만원이 넘는 돈을 연말정산 시 환급받을 수 있다 보니 직장인에게는 가장 유용한 절세 수단으로 꼽힌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정부가 특정 계좌마다 세액공제 한도를 달리 적용해놨다는 점이다. 연금저축계좌(연금저축펀드·신탁·보험) 단독으로 받을 수 있는 세액공제 한도가 연간 600만원이다. 가입자가 절세 효과를 극대화하겠다는 의지로 연금저축계좌 하나에만 900만원 전액을 납입하더라도 국세청은 연말정산 시 세액공제 대상 금액으로 600만원까지만 인정한다. IRP의 경우 단독으로 납입하더라도 연간 900만원 전체에 대해 세액공제를 해준다.
그렇다면 복잡하게 연금저축에 600만원을 넣고 IRP에 300만원을 나눌 필요 없이 그냥 IRP 계좌 하나만 만들어서 900만원을 통째로 넣으면 되지 않을까?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세액공제 한도만 놓고 보면 IRP 단독 900만원 납입이 훨씬 간편한 것이 사실이지만, IRP는 ‘위험자산 상한 70% 룰’ 때문에 자산을 굴리는 전략에서 차이가 날 수 있다”고 했다.
IRP 납입금의 30%는 안전자산 투자해야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및 관련 감독규정에 따르면 IRP 가입자는 계좌 내 전체 적립금 중 주식형 펀드, 주식형 상장지수펀드(ETF), 고위험 채권 등 위험자산에 최대 70%까지만 투자할 수 있다. 최소 30%는 반드시 은행 예적금이나 원리금보장형 상품, 국공채 펀드 등 안전자산으로 채워야만 한다. IRP는 근로자의 퇴직금과 노후 자금을 안전하게 보존하려는 목적으로 도입된 제도이기 때문에 가입자가 지나치게 공격적인 투자를 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처다. 원금 손실이 나더라도 최소한 30%는 보호하겠다는 취지다.
IRP 계좌에 900만원을 넣었다면, 가입자가 코스피200이나 미국 S&P500 지수를 추종하는 주식형 ETF에 모두 투자하고 싶어도 시스템상 불가능하다. 70%(630만원)까지만 주식형 상품을 담을 수 있다. 장기 투자를 통해 노후 자산을 크게 불리고 싶거나 공격적인 성향의 투자자에게 이 30% 안전자산 강제 보유 의무는 포트폴리오 전체 수익률을 제한하는 걸림돌이 되는 셈이다.
연금저축계좌에 600만원을 먼저 채우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연금저축계좌, 특히 증권사를 통해 개설하는 연금저축펀드 계좌는 위험자산 투자 한도 제한이 없다. 가입자의 선택에 따라 계좌 내 적립금의 100% 전체를 주식형 펀드나 주식형 ETF 등 고수익·고위험 자산에 투자할 수 있다.
공격적인 투자를 원하면서도 세액공제를 최대한 받고 싶은 직장인이라면 ‘연금저축 600만원 + IRP 300만원’ 전략이 효과를 볼 수 있다. 연금저축펀드에 우선 600만원을 입금해 100% 주식형 ETF 등 공격적인 자산에 투자하고 IRP에 넣은 300만원 중 70%(210만원)를 또 주식형 ETF에 투자하면 최대 납입 금액의 90%를 공격적으로 투자할 수 있다. 계좌 분산 전략을 통해 투자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전략이다.
만약 안전자산에 투자한 10%의 자금도 주식 최대 편입 한도가 80% 이하인 ‘적격 TDF’ 상품으로 채우면 주식 투자 비중은 더 높아진다.
‘연금저축 600만원 + IRP 300만원’ 관리가 어렵거나 귀찮게 느껴지는 투자자라면 900만원을 모두 IRP에 넣고, 안전자산에 투자해야 하는 자금 중 일부를 적격 TDF 상품에 넣는 방법도 있다.
“세액공제 끝이 아니다”…연 1800만원 납입 한도와 ‘과세이연’
많은 가입자가 연금계좌에 대해 가장 크게 오해하는 부분 중 하나가 “연금계좌에는 1년에 900만원까지만 넣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900만원은 정부가 세금을 돌려주는 ‘세액공제 한도’일 뿐이다. 연금계좌에 돈을 넣을 수 있는 실제 법적 납입 한도는 1800만원이다.
일부 투자자는 세액공제 혜택도 받지 못하는 초과 금액, 즉 900만원을 넘어서는 최대 900만원의 추가 자금을 굳이 연금계좌에 묶어둘 필요가 있는지 의문을 제기한다. 일반 주식 계좌나 예적금 통장에 넣고 자유롭게 굴리는 편이 낫지 않느냐는 것이다.
하지만 금융시장 전문가들은 경제적 여유가 있는 투자자라면 1800만원 한도를 꽉 채워 납입한 뒤 연금 계좌에서 자금을 굴리는 게 유리한 면이 있다고 말한다. 연금계좌에만 인정하는 ‘과세이연’과 ‘저율 과세’ 혜택 때문이다.
일반 계좌에서 해외 ETF나 펀드, 채권 등에 투자해 배당금이나 매매 차익을 거두면 금융회사는 15.4%의 배당소득세를 즉시 떼간다. 나머지 금액으로 재투자를 한다고 가정하면 장기 투자 시 복리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 만약 금융소득(이자·배당)이 연간 2000만원을 초과할 경우 최고 49.5%의 높은 세율이 적용되는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로 합산된다.
하지만 연금계좌에서 생기는 수익과 배당금에 대해서는 인출 시점까지 과세가 뒤로 미뤄진다. 15.4%의 세금으로 사라졌어야 할 돈이 계좌 안에 그대로 남아 다시 주식을 사고 원금을 불리는 재투자 자금으로 활용된다.
더 강력한 절세 혜택은 나중에 이 돈을 찾아서 쓸 때 나타난다. 세액공제를 받지 않고 납입한 초과 금액은 이미 세금을 낸 돈이기 때문에 연금을 수령할 때에도 세금이 붙지 않는다. 그 원금이 불어나서 발생한 운용 수익에 대해서도 일반적인 배당소득세(15.4%)나 종합과세를 적용하지 않는다. 만 55세 이후 연금 형태로 나눠 수령할 경우, 3.3~5.5%의 연금소득세율만 적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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