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남의 건보증 훔쳐 '간암 치료'… 불법체류자 먹튀에 "못 받은 돈만 23억"
24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1년부터 올해 8월까지 타인의 건보증을 대여하거나 명의를 도용해 적발된 건수는 총 18만4443건으로 파악됐다. 이로 인해 유출된 전체 부정수급액은 40억9100만원에 이른다.
문제는 피해 금액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악의적 '명의 도용' 건의 환수 실적이 참담한 수준이라는 점이다. 전체 적발 건 중 명의 도용은 18만330건(97.8%)으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했다. 도용 피해액은 38억2700만원에 달했으나 건보공단이 실제로 받아낸 금액은 15억300만원에 불과했다. 결국 징수율은 39.27%에 머물렀으며, 미회수 잔액만 23억2400만원에 달해 10원 중 6원은 허공으로 날아간 셈이다.
반면 당사자 간 합의로 이루어지는 '건보증 대여'는 4113건 적발돼 결정금액 2억6400만원 중 2억1600만원을 환수, 81.82%의 높은 회수율을 보이며 도용 사건과 대조를 이뤘다.
명의 도용 범죄의 양상도 점차 대범해지고 있다. 최장기간 도용의 경우, 한 도용자가 1974년생 여성의 신원을 도용해 2012년 9월부터 2022년 10월까지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65차례나 동네 의원에서 불면증 치료를 받다가 뒤늦게 꼬리가 잡혔다. 이 건은 부정수급액 64만4510원이 전액 회수됐다.
반면 최고액을 기록한 사건은 부정수급액을 단 1원도 돌려받지 못했다. 불법체류자 A씨는 1980년생 남성의 명의를 훔쳐 2020년 5월부터 2023년 11월까지 상급종합병원을 105차례나 드나들며 간암 치료를 받았다. 공단이 부담한 치료비만 7878만5460원에 달했지만, A씨가 치료 중 숨지면서 추징 대상이 사라져 환수금 0원 상태로 유야무야 종결됐다.
외국인 대상 건보 도용 역시 구멍이 뚫려 있기는 마찬가지다. 해당 기간 외국인의 건보증 대여 및 도용 적발은 1만259건(4억7600만원)이었으며, 이 가운데 명의 도용은 9076건(4억900만원)에 달했다. 그러나 외국인 명의 도용의 환수율은 36.43%(1억4900만원)에 그쳤고, 올해 8월 기준 환수율은 17.86%까지 추락했다.
건보공단 측은 명의 도용 범죄의 징수율이 유독 저조한 이유에 대해 "가해자가 타인의 인적 사항으로 신분을 숨긴 채 잠적하거나 사망할 경우 강제 집행이나 행방 추적이 불가능해 채권 회수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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