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삼성·SK도 걷어찬 '25조 선납'…벼랑 끝 한전, 결국 요금 인상 수순?
한국전력이 자금난 타개를 위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제안했던 대규모 전기요금 선납 구상이 최종 무산됐다. 여기에 오는 2028년부터 사채 발행 한도가 대폭 축소되는 '재무 절벽'까지 다가오면서, 결국 전기요금 인상 외에는 대안이 없다는 관측에 무게가 쏠린다.
24일 한국전력과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한전의 사채 발행 한도를 자본금과 적립금 합계의 최대 5배까지 확대해 준 법적 특례가 2027년 말로 만료된다. 2028년부터 사채 발행 한도는 다시 원래 기준인 '2배'로 대폭 축소된다.
국회예산정책처는 내년 말 한전의 자본금과 적립금 합계액을 28조4,177억 원으로 추산했다. 이를 적용한 2028년 사채 발행 법정 한도는 56조8,354억 원에 불과하다. 반면 같은 시점 한전의 사채 발행 잔액은 76조489억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돼, 법정 한도를 19조2,135억 원이나 초과하는 사태에 놓이게 된다.
문제는 한전의 실적 흐름마저 급격히 악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동발 정세 불안으로 액화천연가스(LNG) 등 발전 연료비 가격이 다시 급등하면서 영업이익을 갉아먹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한전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52.29% 감소한 2조6,966억 원에 그치고, 4분기에는 당기순손실 4,930억 원을 기록해 적자 전환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재무 건전성은 크게 흔들리고 있지만, 대규모 전력망 투자는 미룰 수 없는 과제다. 한전의 '제11차 장기 송·변전설비계획'에 따르면 2038년까지 전력망 구축에 필요한 투자금은 72조8,000억 원에 달한다. 반도체 클러스터와 AI 데이터센터 확충 등 첨단 산업의 전력 수요가 폭증하는 상황에서 자금 조달에 차질이 생길 경우 국가 산업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깊다.
상황이 악화하자 한전 수뇌부는 전기요금 인상 필요성을 공식화했다. 김동철 한전 사장은 지난 19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기본적으로 필요한 전력망 투자가 계속 급증하고 있는 만큼, 정부와 최소한의 전기요금 인상은 논의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전문가들은 요금 인상과 더불어 한전채 발행 한도 유예를 위한 한전법 추가 개정이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입을 모은다. 신한투자증권 연구진은 "19조 원 규모의 상환이나 자본 확충 수단이 부재한 상황"이라며 "현재로서는 사채 발행 한도 정상화를 유예하는 법 개정이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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