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콘텐츠·밈 통해 화제…‘성장 서사’ 열광
편의점·피자·사이다·커피 등 앞다퉈 ‘러브콜’
[이코노미스트 강예슬 기자] 누구나 갖고 싶은 것, 하고 싶은 일을 담은 ‘위시리스트’ 하나쯤은 품고 삽니다. ‘강예슬의 위시리스트’는 최근 소비자가 가장 열광하는 상품과 브랜드, 공간과 경험 등을 찾아 소개합니다. 단순히 인기 제품을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무엇이 소비자의 지갑을 열게 했는지를 짚어 봅니다. 사고 싶은 마음 뒤 숨겨진 소비 흐름과 업계 이야기를 생생하게 전달해 드립니다. <편집자주>
10월 22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의 한 CU 매장에 입고된 ‘리센느 빵’ 4종. [사진 강예슬 기자] “생각보다 쉬운데?”
첫 시도 만에 ‘자만추’(자연스러운 만남 추구)에 성공했다.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CU가 지난 9월 선보인 ‘리센느 빵’ 이야기다.
지난 10월 22일 오후 9시 30분경 서울 서대문구 신촌역 인근을 지나다 들른 한 CU 매장에선 직원들이 입고된 물류 상자를 쌓아둔 채 정리에 한창이었다.
“혹시 리센느 빵 있나요?”라고 묻자 점원은 익숙한 듯 상자를 뒤적이더니 “방금 막 입고됐다”며 ‘리브의 초코호떡’을 건넸다.
이날 입고된 빵은 ▲원이의 옥수수 크림빵 ▲제나의 딸기잼 샌드 ▲리브의 초코호떡 ▲메이의 시나몬롤 총 4가지다. ‘미나미의 메론빵’은 들어오지 않았다. BGF리테일에 따르면 메이의 시나몬롤과 미나미의 메론빵은 유통 과정상 이틀에 한 번 입고된다.
한 중고 거래 플랫폼에서 리센느 빵의 포토카드가 최대 10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사진 당근 애플리케이션 캡처]
포토카드 인기에…정가 6~8배 웃돈 거래
매장에서 리센느 빵 한 개를 집어든 30대 여성 문모씨는 “최근 리센느에 빠져 리센느 빵을 구하러 다녔는데 매번 실패했다”며 “근처를 지나다 물류가 들어오는 모습을 보고 빵이 진열될 때까지 기다렸다”고 했다.
직장인 김모씨(37)는 “근처에 볼 일이 있어 왔다가 매장이 보여 방문했는데 마침 빵이 입고돼 다행”이라면서 “리센느 팬이라 매일 CU에 들르는데 지금까지 한 번밖에 사지 못했다”고 전했다.
CU는 지난 9월 17일부터 자체 베이커리 브랜드 ‘BAKE 405’와 브랜드 모델인 걸그룹 리센느가 협업해 만든 빵 5종을 차례로 출시했다. 지난 7월 편의점 업계 최초로 K-팝 아이돌을 전속 모델로 발탁한 뒤 선보인 첫 공식 협업 상품이다.
리센느 빵은 기획 초기 단계부터 리센느 멤버가 직접 개발에 참여해 맛과 콘셉트에 대한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완성한 제품으로 알려졌다. 멤버 미나미가 최근 개인 라이브 방송에서 “우리가 하나하나 맛보며 피드백을 전달해 빵을 만들고 있다”고 밝혀 출시 전부터 팬덤의 기대를 모았다.
BGF리테일에 따르면 지난 9월 17일 가장 먼저 출시된 ‘원이의 옥수수 크림빵’은 판매 개시 첫날 준비한 물량 3만개가 대부분 팔렸다. 지난 10월 20일 기준 리센느 빵의 누적 판매량은 200만개를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CU에서 자체 제작해 출시한 빵 중 최단 기록이다.
올해 8월 출시돼 전국적인 품절 대란을 일으킨 뒤 지난 10월 7일 마지막 발주를 끝으로 판매를 종료한 편의점 GS25의 ‘민음사 빵’ 누적 판매량 160만개보다도 빠른 속도다.
리센느 빵의 핵심은 빵에 동봉된 ‘포토카드’다. 리센느 빵에는 멤버 이미지가 담긴 한정판 투명 포토카드 27종 가운데 1장이 무작위로 담겼다. 포토카드 수집 열기에 온라인 중고 거래 플랫폼에서는 리센느 빵 포토카드가 정가의 6∼8배에 달하는 가격에 거래되기도 한다.
지난 2024년 데뷔한 리센느가 갑자기 주목받게 된 건 올해 멤버 원이의 유튜브 채널 ‘안녕하세요원이입니다잘부탁드립니다’(이하 안원잘부)가 인기를 끌면서다. 일본인 멤버 미나미가 유튜브 콘텐츠에서 외친 “거제 야호”가 ‘밈’(Meme·온라인 유행 콘텐츠)으로 확산했고, 각 멤버의 사투리와 일상을 담은 영상도 잇따라 화제를 모았다.
유튜브 채널 ‘안녕하세요원이입니다잘부탁드립니다’의 한 영상에서 리센느 멤버 미나미가 “거제 야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 유튜브 갈무리]할리스가 지난 8월 첫 브랜드 광고 모델로 리센느를 발탁했다. [사진 할리스] 화제성·팬덤 구매력 ↑…손잡으면 ‘대박’
리센느 열풍에 광고계도 빠르게 반응했다. CU뿐 아니라 도미노피자, 동아오츠카, 할리스 등 굵직한 기업이 앞다퉈 ‘리센느 모시기’에 나섰다.
도미노피자는 지난 7월 리센느를 모델로 발탁한 뒤 자사 애플리케이션(앱) 신규 회원 가운데 10·20세대 가입 건수가 전달 대비 2배 이상 늘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온라인 언급량도 약 54% 뛰었다. 7월 유튜브에 공개한 리센느 광고는 가로형과 세로형 콘텐츠를 합쳐 누적 조회수 1억6000만회를 넘어섰다.
동아오츠카는 올해 7월 21일 제로 탄산음료 ‘나랑드사이다’의 모델로 리센느를 선정했다. 동아오츠카에 따르면 지난 7월 21일부터 10월 26일까지 주요 온라인 채널·자사 몰·편의점 등의 판매 실적을 집계한 결과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51%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할리스도 지난 8월 리센느를 브랜드의 얼굴로 내세웠다. 1998년 창립 이후 28년 만에 첫 브랜드 광고 모델이다. 할리스는 “자신만의 음악과 정체성을 구축해 온 리센느가 브랜드가 추구하는 가치와 방향성에 부합한다고 판단해 모델로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할리스에 따르면 전래동화를 주제로 한 광고 영상은 공개 일주일 만에 총조회수 200만회를 돌파했다. 포토카드 증정 이벤트 소식이 알려지며 인스타그램, X(옛 트위터) 등 할리스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유입량은 약 30% 뛰었다. 행사 시작 3일 만에 준비된 물량이 소진돼 긴급 추가 발주에 나서기도 했다.
광고 업계는 리센느의 가장 큰 경쟁력으로 ‘성장 서사’를 꼽는다. 리센느는 중소 기획사 소속이라는 한계를 극복하고 꾸준히 노력해 ‘중소돌의 기적’을 이뤘다. 콘텐츠를 통해 형성된 ‘성장캐’(성장형 캐릭터) 이미지로 전 세대의 공감과 응원을 받는 국민 걸그룹 자리에 올랐다는 평가다.
리센느 팬인 신대철씨(35)는 “우연히 멤버 원이가 출연한 유튜브 콘텐츠를 본 뒤 ‘안원잘부’ 채널을 구독하면서 리센느를 좋아하게 됐다”며 “리센느를 응원하는 마음으로 리센느 빵은 물론 도미노피자, 할리스 등 리센느 관련 상품을 모두 샀다”고 말했다.
광고 업계 관계자는 “광고 모델로서 리센느의 가장 큰 매력은 팬들의 적극적인 소비를 끌어낼 수 있다는 점”이라면서 “최근 리센느의 화제성과 팬덤의 구매력을 고려하면 광고계에서 리센느의 영향력은 점차 커질 거라고 본다”고 분석했다.
강예슬의 위시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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