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신증권 3만8490명 정보 유출…비대면 계좌 연계 서버 허점
빗썸·미래에셋운용까지 침투…자산운용·가상자산 시장 흔들
[이코노미스트 이병희 기자] 최근 시중은행을 타깃으로 삼았던 사이버 침해 사태가 증권가와 가상자산 시장으로 확산하고 있다. 인공지능(AI)을 악용한 해킹 공격이 금융권 전반으로 확대되면서 개인정보 유출에 따른 추가 피해 우려가 커지는 모양새다.
대신증권은 고객 3만8490명의 개인·신용정보가 해킹으로 유출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28일 밝혔다. 대신증권 자체 조사 결과에 따르면 현재까지 집계된 피해 정보는 총 3만8490명분이다.
이번 사고는 이달 17일 투자일임용 비대면 계좌 개설 관련 서버에서 비정상적인 접속 정황이 감지되면서 파악됐다. 대신증권 측은 이상 신호를 확인한 즉시 침입에 쓰인 인터넷주소(IP)와 우회 경로를 차단 조치했다. 이어 금융당국에 침해 사실을 접수하고 금융보안원과 합동으로 세부 유출 규모 파악에 나섰다.
노출된 정보는 ▲고객명 ▲이메일 ▲주소 ▲통신 ID ▲은행명 ▲입출금 계좌번호 ▲대신증권 종합계좌번호 ▲휴대전화번호 등 8개 항목이다. 다만 입출금 계좌번호와 종합계좌번호·휴대전화번호 등 주요 번호 자산은 암호화 처리가 완료된 상태로 유출됐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대신증권은 유출 대상자에게 개별 통지를 진행하는 한편 향후 실질적인 손해가 확인되면 관련 법률과 절차에 맞춰 보상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공격 표적은 자산운용사와 가상자산 거래소 등 금융투자업계 전반으로 넓어지는 흐름이다. 빗썸은 이달 27일 사내 모바일 그룹웨어에서 외부 비인가자의 접근에 따른 개인정보 유출을 파악했다고 밝혔다. 빗썸은 회원 정보 포함 여부를 염두에 두고 세부 침해 범위와 원인을 정밀 분석 중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 역시 일부 웹 시스템에서 외부 IP의 이상 접근을 감지해 차단 조치를 완료했다. 이후 비상대응체계를 켜고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에 침해 사고를 보고했다. 조사 결과 데이터베이스(DB)나 내부 핵심 망에 직접 침투한 흔적은 나오지 않은 것으로 집계됐다. 미래에셋자산운용 관계자는 “사고 파악 직후 해당 시스템의 보안 조치를 마쳤다”며 “외부 전문기관과 원인을 규명해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겠다”고 설명했다.
도미노처럼 무너진 보안망…외부 접점 연계 서버 집중 공격
전문가들은 이번 금융투자업계 해킹을 이달 초 발생한 시중은행 대규모 정보 유출 사태의 연장선으로 보고 있다. 은행·저축은행·보험·증권·가상자산에 이르기까지 사실상 금융업계 전체가 연쇄적인 사이버 공격 대상에 오른 셈이다.
앞서 9월 말부터 10월 초 사이 신한은행·KB국민은행·하나은행·BNK부산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 내부 망이 차례로 침해당했다. 신한은행의 경우 피해 고객이 2만50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KB국민은행은 고객과 임직원을 포함해 2210명, 하나은행은 89명의 정보 유출이 확인됐다.
이번 연쇄 해킹의 특징은 메인프레임이나 거점 DB를 직접 겨냥하기보다 외부 접속이 빈번한 대출 간편조회·영업지원·비대면 계좌 개설 서버 등 연계 접점을 공략했다는 점이다. 메인 서버에 비해 상대적으로 보안망이 허술한 외부 접점 서버가 해커들의 주요 통로로 활용됐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28일 오전 8개 은행지주 이사회 의장과의 정례 간담회에서 최우선 과제로 IT 보안 강화를 당부했다. 이 원장은 “전날 주요 금융투자사 쪽에서 전반적인 해킹 사고가 발생했다”며 보안 의식 제고를 강조했다.
국내 5대 시중은행은 이번 해킹 사태를 계기로 내년 정보보호 예산을 1000억원 수준까지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KB국민은행은 올해 860억7500만원, 하나은행은 636억3500만원을 정보보호 예산으로 배정한 바 있으며, 내년에는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다. 주요 은행장들은 지난 19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해킹 사태에 대해 사과하고 보안 예산 증액을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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