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
25만원 냈는데 비용 인정 ‘0원’?…사장님이 놓친 경조사비 절세 함정 [ECONO TAX]
- 현금 경조사비 20만원 초과 땐 전액 비용 불인정
청첩장·부고장 허위 증빙 땐 세금 추징 위험
[편집자주]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세무사회와 함께 국민들의 세금 상식을 넓히기 위한 기획 시리즈를 연재한다. 돈이 움직이는 곳엔 세금이 따라붙는다. 투자와 거래, 보상과 승계까지 경영진의 판단에 따라 세금은 달라지고, 때로는 회사의 실적까지 좌우한다. 기업의 의사결정 뒤에 숨은 세금의 셈법을 짚는다.
[이코노미스트 이승훈 기자] 사업을 하다 보면 ‘정(情)’과 ‘관계’로 맺어지는 비즈니스가 적지 않다. 특히 국내 비즈니스 문화에서는 거래처 대표나 주요 담당자의 경조사를 챙기는 일이 단순한 인사를 넘어 사업적 신뢰를 쌓는 과정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거래처 경조사를 꼼꼼히 챙기고도 정작 세금 혜택은 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좋은 마음으로 쓴 돈이 회사 장부에서는 인정받지 못하는 ‘버려진 비용’이 되는 셈이다.
최희유 청아세무회계 대표 세무사는 “중소·중견기업 대표들과 세무 상담을 진행하다 보면 거래처 경조사비를 지출하고도 비용으로 인정받지 못해 당황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며 “경조사비는 지출 금액뿐 아니라 증빙 방법과 사업 관련성을 정확히 구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25만원 냈는데 전액 비용 불인정?
회사 매출의 30%를 차지하는 중요한 거래처 사장의 자녀가 결혼했다고 가정해보자. 거래 관계를 고려해 회사 돈으로 축의금 25만원을 현금으로 냈지만, 경리팀에서는 비용 처리가 불가능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대표 입장에서는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경조사비 인정 기준이 20만원이라면 초과한 5만원만 제외하고 나머지 20만원은 비용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것 아닐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지 않다 현행 세법에서는 거래처 경조사비에 대해 청첩장이나 부고장(모바일 캡처본 포함) 등 증빙을 갖추면 건당 20만원까지 현금으로 지출하더라도 세금계산서나 카드 영수증 같은 적격증빙 없이 기업업무추진비(옛 접대비)로 처리할 수 있다. 다만 실제 지출과 업무 관련성이 인정되고 법정 한도를 충족해야 한다.
문제는 20만원을 초과하는 경우다. 거래처에 현금으로 축의금 25만원을 지급했다면 초과분인 5만원만 부인되는 것이 아니라 25만원 전액이 회사 경비로 인정받지 못한다.
최 세무사는 “20만원을 단 1원이라도 초과해 적격증빙 없이 현금으로 지급하면 초과 금액만이 아니라 지출액 전체가 비용으로 인정되지 않는다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기업의 자금 지출을 투명하게 관리하기 위한 규정이다. 20만원 이하의 현금 경조금에는 예외적으로 적격증빙 의무를 면제하지만, 이를 초과하면 신용카드 매출전표나 현금영수증 등 법에서 정한 증빙을 갖추도록 하고 있다.
30만원 화환은 비용 인정될까?
그렇다면 거래처 상가에 보내는 근조화환도 20만원 이하로 맞춰야 할까. 고급 근조화환을 주문하다 보면 30만원이나 50만원을 지출하는 경우도 있다.
여기서는 결제 수단과 증빙 여부가 중요하다. 꽃집이나 화환 업체에 주문한 뒤 법인카드 또는 개인사업자 명의의 사업용 신용카드로 결제하거나, 계좌이체 후 지출증빙용 현금영수증 또는 세금계산서를 발급받았다면 상황이 달라진다. 이처럼 적격증빙을 갖춘 30만원, 50만원짜리 화환은 업무 관련성과 기업업무추진비 한도 등 요건을 충족하면 전액 비용 처리가 가능하다.
최 세무사는 “20만원이라는 기준이 모든 경조사 관련 지출의 비용 인정 상한선은 아니다”며 “적격증빙을 갖추기 어려운 현금 경조금에 적용되는 기준인 만큼 화환 구매처럼 카드 결제나 세금계산서 발급이 가능한 지출과 구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청첩장 1000원…‘탈세 품앗이’의 위험
종합소득세 신고 기간인 5월이 다가오면 기업업무추진비 한도가 남았다는 이유로 이를 채우려는 시도가 발생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타인의 청첩장과 부고장을 거래하는 이른바 ‘탈세 품앗이’까지 등장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약 1400명 규모의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등에서 신랑 신부의 웨딩 사진이 포함된 청첩장이 1건당 1000원, 상주 정보가 담긴 부고장은 500원에 거래되는 사례가 확인됐다. 일면식도 없는 타인의 경조사 내역을 수백 장씩 구매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기업업무추진비 한도가 남아 있다고 해서 임의의 증빙으로 채우는 것은 세무상 위험을 동반한다. 비용으로 인정받기 위한 대전제는 실제 지출 여부와 회사 사업과의 관련성이다. 과세관청이 지출 내역을 검토할 때 전체 비용 대비 경조사비 비율이 비정상적으로 높거나 건당 20만원의 현금 지출이 무더기로 발견되면 사업 관련성에 대한 소명을 요구할 수 있다.
청첩장과 부고장의 주인공이 어느 거래처 담당자인지, 회사와 구체적으로 어떤 사업적 거래를 하고 있는지 입증해야 할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 거래처 경조사가 아닌 가공 경비로 확인되면 해당 비용은 회사 장부에서 부인된다. 이에 따라 법인세가 추가로 부과될 수 있으며, 자금이 대표이사에게 귀속된 것으로 판단되면 상여처분에 따른 대표이사 개인의 종합소득세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세무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특히 오픈채팅방에서 타인의 웨딩 사진과 계좌번호 등이 담긴 청첩장이나 부고장을 무단으로 거래해 허위 경비 증빙에 활용하는 행위는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 소지가 있다. 사진 무단 사용에 따른 초상권 침해 등 민사상 손해배상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최 세무사는 “청첩장이나 부고장 자체가 비용 인정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며 “실제로 경조사비를 지출했는지, 해당 인물이 사업상 관계가 있는 거래처인지 입증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2027년부터 30만원으로 상향 추진
물가 상승과 현실적인 축의금 시세를 반영해 경조사비 인정 기준을 높이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다. 정부는 2026년 세제개편을 통해 적격증빙 없이 비용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현금 경조금 기준을 현행 건당 20만원에서 30만원으로 상향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개정안대로 시행되면 2027년 지출분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다만 제도가 시행되기 전까지는 기존의 20만원 기준을 지켜야 한다. 기준이 높아지더라도 실제 지출 사실과 사업 관련성을 입증해야 한다는 원칙은 달라지지 않는다.
경조사비 절세의 핵심은 얼마나 많은 금액을 지출했느냐가 아니라 누구에게, 어떤 목적으로 지급했고 이를 어떻게 증명할 수 있느냐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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