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일반
구글·애플 637억 과징금에도…‘현질’ 가격 인하는 안갯속
- [구글·애플 철퇴, 그 후]①
2021년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 시행 이후 첫 과징금
외부결제에도 26% 수수료…게임업계 반발·법적 공방 예고
[이코노미스트 정길준 기자] 세계 최초로 인앱결제 강제를 금지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거대 앱 마켓 사업자에 첫 과징금 철퇴를 내렸다. 하지만 우회 수수료 논란과 법적 공방이 예고되면서 소비자의 ‘현질’(앱 내 현금 결제) 부담이 실제로 줄어들지는 미지수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이하 방미통위)는 지난 10월 28일 전체 회의를 열고 특정 결제 방식 강제와 부당한 앱 심사 지연 등으로 전기통신사업법을 위반한 구글과 애플에 총 637억1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2021년 특정 결제 방식 강제 등을 금지하도록 전기통신사업법을 개정한 이후 첫 과징금 부과 사례다.
양대 앱 마켓 사업자는 즉각 반발했다. 구글은 “법 준수 노력과 한국 개발자들의 혁신과 글로벌 성장을 지원해 온 기여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해 아쉽다”며 “의결서를 검토한 뒤 대응 방안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애플도 “지금까지 취해온 변경 조치들이 전기통신사업법을 준수하고 있다고 판단하며 이번 결정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한국 법률에 근거한 대응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을 냈다.
무늬만 외부 결제 허용…공정위도 압박 가세
정부의 제재에도 게임 아이템이나 콘텐츠 구독료 등 소비자 결제 가격이 쉽게 낮아질지는 불투명하다. 과거에도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 시행 이후 실질적인 가격 인하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2021년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이 통과된 뒤 구글과 애플은 제3자 결제를 허용했지만, 최대 26%에 달하는 수수료를 책정했다. 여기에 결제대행사(PG) 수수료와 개발사가 직접 부담해야 하는 결제 시스템 구축·정산 비용 등 부대 비용까지 더해지면서 외부 결제의 실익은 크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개발사들이 기존 인앱결제 방식을 계속 이용하도록 유도하는 효과를 낳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애플은 국내외 앱 개발사에 서로 다른 기준으로 수수료를 부과한 사실도 적발됐다. 2015년 7월 개정 부가가치세법 시행 이후 2023년 1월까지 해외 개발사에는 부가가치세를 제외한 공급가액의 30%를 수수료로 부과한 반면, 국내 개발사에는 부가가치세가 포함된 최종 소비자가격의 30%를 징수했다. 이로 인해 국내 개발사들이 해외 개발사보다 더 많은 수수료를 부담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상황에서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의 압박도 본격화하고 있다. 공정위는 구글이 높은 인앱결제 수수료에 대응해 게임사들이 경쟁 앱 마켓으로 이탈하려는 움직임을 차단하는 과정에서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한 혐의에 대해 심의 절차를 개시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구글은 2019년부터 액티비전 블리자드 킹·라이엇 게임즈·엔씨·넷마블 등 국내외 대형 게임사와 이른바 ‘프로젝트 허그’로 불리는 계약을 체결했다. 다른 앱 마켓보다 유리한 출시 시기와 품질을 보장하는 최혜대우를 조건으로 클라우드·광고·유튜브 등 구글 서비스 이용 비용을 지원한 것이다.
공정위는 이러한 독점적 거래 강제 및 사업 활동 방해 행위와 관련된 안드로이드 앱 마켓 시장 매출액을 92억1777만달러(약 14조1600억원)로 산정했다. 향후 위원회 심의 결과에 따라 해당 매출액의 최대 6%에 달하는 추가 과징금이 부과될 가능성도 있다.
구글은 오는 12월부터 새로운 수수료 정책을 시행한다고 발표했지만 국내 게임업계의 불만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황성익 한국모바일게임협회장은 “기존에는 연간 매출 100만달러 이하의 중소 게임사에 15%의 수수료율을 일괄 적용해 왔지만, 이번에 공지된 개편안에는 레벨업 프로그램 등 여러 조건을 충족해야만 15%가 적용되는지 불확실한 부분이 많다”고 지적했다.
이번 수수료 개편에 따른 비용 절감 효과는 게임사별로 차이가 클 것으로 전망된다. 신규 설치 이용자의 일반 거래에는 20%, 프로그램 참여 시에는 15% 수준의 수수료율이 적용되지만, 모바일 게임은 기존 이용자의 반복 결제 비중이 높아 신규 설치 이용자에 대한 수수료 인하만으로는 비용 절감 효과를 체감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프로그램 참여 조건으로 연간 100만달러 이상의 수익 창출과 다양한 기술·서비스 요건 등이 제시되면서 개발 인력과 자금력이 부족한 중소·인디게임사에는 진입 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황 회장은 애플의 대응 태도도 비판했다. 그는 “애플은 소통을 거부하고 있어 우선 대화의 장으로 나와야 한다”며 “과거부터 문제가 됐던 33% 과오납 논란과 국내 개발사 대상 3% 추가 수취 문제도 반드시 해결돼야 한다”고 꼬집었다.
결국 장기 소송전 돌입할까
가장 큰 우려는 양사가 과징금 처분에 불복해 행정소송에 나설 경우 최종 판결까지 수년이 걸릴 수 있다는 점이다. 법적 공방이 장기화하면 수수료 체계 개편도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 개발사들의 비용 절감 효과가 제한되면서 게임 아이템과 콘텐츠 구독료 등 소비자 가격 인하 역시 늦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한국게임이용자협회장인 이철우 변호사는 “방미통위의 제재가 특정 결제 방식 강제를 겨냥했다면, 공정위의 조사는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진단했다.
이 변호사는 실질적인 대안으로 소비자 권리 구제를 강조했다. 그는 “과징금 부과에 그치지 않고, 인하된 수수료만큼 게임 아이템이나 콘텐츠 구독료 등의 소비자 가격을 깎아달라는 적극적인 요구가 수반돼야 한다”며 “지난해 10월 영국 법원이 애플의 과도한 수수료 청구와 지위 남용을 인정해 집단소송 소비자 전체에 대한 배상을 명한 사례가 대표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방미통위에 이어 공정위의 최종 과징금 처분이 내려지면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의 집단분쟁조정 절차도 본격적으로 탄력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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