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 700만원 감당 못 해”… 나인 반포 상가에 드리운 ‘공실 공포’
- [얼어붙은 분양, 텅 빈 상가]①
3.3㎡당 분양가 2억원…지상 1층 분양 난항
장기 공실 올림픽파크포레온 전철 밟나
[이코노미스트 권지예 기자] 신축 아파트 대단지 상가의 분양가가 3.3㎡(평)당 2억원을 넘어섰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트리니원(반포3지구)’ 단지 내 상가인 ‘나인 반포’ 이야기다. 2년 전 인근 ‘래미안 원베일리 스퀘어’ 1층 최고 분양가는 3.3㎡당 1억1000만원대였다. 짧은 기간 분양가가 2배 가까이 오른 셈이다.
래미안 트리니원 전용 84㎡ 아파트의 일반분양가가 3.3㎡당 8500만원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상가 분양가가 아파트보다 2배 이상 높다.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지 않는 상가의 특성이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입주 전부터 지상층 공실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아파트 가구 수에 비해 상가 공급이 과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분양가는 고액 월세로
분양이 부진한 주요 원인으로는 높은 임대료 부담이 꼽힌다. 나인 반포 1층 분양가는 계약면적 기준 3.3㎡당 2억원이다. 복도와 엘리베이터 등 공용면적을 제외한 전용면적 기준으로 환산하면 3.3㎡당 4억원 안팎까지 치솟는다. 수분양자가 임대료를 산정할 때 이 전용면적 단가를 기준 삼기 때문에, 전용면적 환산가는 임차인의 부담으로 이어진다.
상권이 감당하기 어려운 가격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부동산 관계자는 “서울 강남권 최고 부촌이라 하더라도 임차인이 영업을 유지하려면 적정 분양가 상한선은 3.3㎡당 7500만~8000만원 선”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네이버부동산에 올라온 실제 임대료는 위치에 따라 금액이 차이가 있지만, 나인 반포 1층 전면 입구 노출자리 매물(전용 15㎡)은 보증금 1억원에 월세 720만원이다.
고물가·고금리·인건비 부담 속에 7평 남짓한 공간에서 매달 고액의 월세를 내며 수익을 낼 업체를 찾기도 어렵다. 현재 1층 입점 및 입점 예정 업종은 시중은행(SC은행), 약국, 편의점, 공인중개업소를 비롯해 음식점, 의료기기·안마의자 판매점 등이다. 인근 부동산에 따르면 나인 반포 전체 단지 상가의 입점률은 10월 기준 약 40% 수준이다.
분양을 위해 1~2년 차 렌트프리(무상 임대)나 인테리어 지원금을 얹어주는 '선임대 마케팅'도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지원 기간이 끝나면 임차인이 실질 월세를 견디지 못하기 때문이다. 결국 매출 부진을 이유로 계약 기간을 채우지 못한 채 폐업하거나 임대료 인하를 요구하는 일이 반복된다. 이는 장기 공실로 이어진다.
원베일리 전철 밟나
지상 1층에 배정된 공급량도 부담이다. 래미안 트리니원 단지는 총 2091가구 규모다. 단지 내 상가는 지하 3층~지상 5층, 3개 동에 걸쳐 총 422개 호실로 구성됐다. 아파트 4.9가구당 상가 1실이 배정된 수준이다.
상가 업계에서는 아파트 100가구당 상가 1실 비율을 안정적인 상권 유지가 가능한 적정 공급선으로 본다. 나인 반포는 적정 기준을 20배 이상 초과한 셈이다. 인근 래미안 원베일리(2990가구)의 경우 총 344개 호실로 아파트 8.7가구당 상가 1실 수준이었음에도 입주 초기 1층 공실난을 겪었다.
원베일리 스퀘어는 입주 초기 3.3㎡당 1억원대 분양가를 감당할 임차인을 구하지 못하면서 1층 장기 공실과 30여곳이 넘는 공인중개업소 쏠림 현상을 겪은 바 있다. 상가 규모가 원베일리보다 크고 분양가를 2배 올려 잡은 나인 반포에 공실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분양 관계자들은 단지 배후 수요와 반포 일대의 구매력을 강조한다. 분양 관계자는 “구매력 높은 유동인구가 풍부한 강남 일대인 데다 병원이나 학원 수요도 상당하다”며 “1층에 프랜차이즈가 입점하면서 상권 가치가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나인 반포는 지상 1층 상가만 약 80개 호실에 달한다. 잠실 르엘(약 38~47개) 등 인근 타 부촌 단지 대비 2배 수준이다. 수십개 점포를 순수 자영업자나 생활 밀착형 업종으로 채우기는 불가능하다는 것이 업계 판단이다.
1층 상가만 100여개가 공급된 후 50% 수준의 입점률에 머물며 장기 공실을 겪는 송파구 ‘올림픽파크포레온’의 수순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올림픽파크포레온 단지 내 상가 ‘스테이션9’은 1층 분양가가 3.3㎡당 1억5000만원, 대로변은 2억5000만원까지 책정된 바 있다. 전용 33㎡ 기준 분양가가 13억~15억원 수준이었다.
맞은편 반포1·2·4지구(디에이치 클래스트, 5000여가구) 입주 시 대규모 도로변 상가가 추가 공급된다. 여기에 기존 고속터미널·신반포 거대 상권까지 단단히 버티고 있어, 고분양가와 과잉 공급을 안은 채 유동인구를 끌어오기 힘든 구조적 한계에 처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호연 알스퀘어 리서치연구원은 “나인 반포 상가는 역세권 연결, 고소득 대단지 배후 수요가 튼튼하기 때문에 지하층은 분양이 잘 된 것”이라며 “지상의 경우 2억원으로 분양가가 높기 때문에 이는 임대료 부담으로 이어져 향후 공실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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