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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A to Z] 'AI 칼 뽑은' GS 허태수, 이번엔 '성장 엔진' 장착할까
- AI 혁신 외치며 AI 데이터센터 과감한 120조 베팅
정유·건설·유통 틀 깨고 신성장 동력 마련 추진
스타트업과 협력 AI 기술 생태계 조성 안간힘
[이코노미스트 김두용 기자] 허태수 회장이 'AI(인공지능) 데이터센터'라는 칼을 뽑았다. AI 데이터센터를 미래 핵심 먹거리로 낙점하고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최대 120조원에 달하는 승부수다. 허 회장의 과감한 베팅이 정유·건설·유통 중심의 틀을 깨는 새로운 도약의 날갯짓이 될 것인지 시선이 쏠린다.
AI 데이터센터 ‘메인 플레이어’ 선언
허태수 회장은 강원도 동해에 역대 최대 규모인 최대 120조 투자를 예고했다. 재계 10위 GS는 그동안 마땅한 신성장 동력을 내놓지 못했지만 이번 베팅으로 글로벌 미래 먹거리로 꼽히는 AI 데이터센터의 ‘메인 플레이어’로 단숨에 올라섰다.
허 회장은 GS가 직접 투자비 30조원을 투입해 2.4GW(기가와트) 규모의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한다고 밝혔다. 엔비디아 GPU(그래픽처리장치) 등 설비까지 포함하면 최대 120조원을 투자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2.4GW가 구축되면 강원도 동해는 단일 시설 기준으로 아시아 최대 AI 데이터센터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GS의 AI 데이터센터는 최근 100MW(메가와트)급 건축허가가 완료되면서 속도를 내고 있다. 연내 착공을 목표로 후속 절차들이 추진되고 있다. AI 데이센터가 들어설 동해 북평 제2일반산업단지와 관련해 지난 10월 전력·용수 공급 등 핵심 기반 시설과 사업 추진 여건 등을 점검하는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지난 9월 GS그룹·강원특별자치도·동해시는 AI 데이터센터 설립 업무협약을 맺었고, 이와 관련해 동해시 인공지능위원회도 출범을 알렸다. 인공지능위원회를 중심으로 데이터센터와 지역 산업의 연계 가능성을 검토하고, 관련 기업 유치와 전문인력 양성 등 추진 과제를 구체화하고 있다.
GW급 AI 데이터센터는 빅테크 등 관련 기업 유치가 필수다. 국내 AI 데이터센터의 선두주자로 볼 수 있는 SK그룹도 엔비디아, 아마존웹서비스(AWS), 오픈AI 등과 협약을 맺고 관련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GW급 AI 데이터센터 건립은 50조원 이상의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에 투자 파트너가 필요하다. 허 회장은 이와 관련해 지난해 APEC CEO 서밋이 맷 가먼 AWS CEO와 면담을 하기도 했다.
GS그룹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확정된 건 없지만 다양한 기업들과 논의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연내 혹은 내년 초에 계약 소식이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GS는 그동안 전통의 사업군인 정유·건설·유통에 의존하며 신사업을 제대로 발굴하지 못했다. 허 회장은 이런 틀을 깨겠다는 의지다. 2020년 취임하면서 DX(디지털전환)와 AI를 줄곧 강조하고 있다.
지난 6월 자회사 GS AI 인프라를 출범하면서 본격적인 속도를 내고 있다. GS AI 인프라는 AI 데이터센터 설계와 구축·운영 및 임대업을 전담하는 법인이다. GS AI 인프라 출범을 발판으로 GS는 발전·전력·건설·냉각 솔루션 등 계열사별 사업 역량을 결집한다는 방침이다. ▲전력 생산·공급은 GS E&R·GS파워 ▲데이터센터 건설은 GS건설 ▲데이터센터용 냉각 기술은 GS칼텍스가 맡는 구조로 진행되고 있다.
아울러 허 회장은 지난해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의 AI 혁신위원회 초대 위원장으로 취임하기도 하는 등 보폭을 넓혀나가고 있다. AI 혁신위원장은 대한민국 AI 산업 발전을 위해 민간과 재계를 대표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자리다.
업계 관계자는 “허태수 회장이 재계에서 AI와 관련한 해박한 지식과 비전을 갖고 있는 인물이기 때문에 몇몇이 추천을 하면서 AI 혁신위원회 초대 위원장에 추대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AI 데이터센터 사업 추진에는 GS AI 인프라가 중심이 되고 있다. 도현수 GS AI 인프라 대표는 동해를 부산처럼 ‘AI·디지털 관문’으로 육성하겠다는 비전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연결하는 해저케이블과 육양국(국제 해저케이블과 육상 통신망을 연결하는 핵심 시설)이 있어 AI 데이터센터의 글로벌 거점으로 각광받고 있다.
AI 기술 생태계 조성 잰걸음
허 회장은 AI 기술 생태계 조성에도 관심을 기울이며 스타트업과의 협력을 넓혀가고 있다.
허 회장은 "스타트업의 혁신 기술이 AI 데이터센터의 기술적 병목을 푸는 실마리가 될 수 있다. GS와 스타트업의 접점을 넓혀 국내 AI 데이터센터 기술 생태계를 함께 키우겠다"고 강조했다.
GS는 GW급 AI 데이터센터 기술 생태계 조성에 나서고 있다. 그룹이 보유한 역량에 스타트업의 혁신 기술을 연결해 AI 데이터센터 밸류체인 전반의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GS는 그동안 GS벤처스를 중심으로 전력·에너지, 반도체·메모리, 냉각, 클라우드 등 다양한 분야의 스타트업을 발굴하며 투자를 이어왔다.
GS는 동해 AI 데이터센터 구축과 관련해 스타트업과의 접점 확대도 예고하고 있다. 향후 협의를 통해 기술 검증과 사업 적용 가능성을 검토하면서 협력을 구체화한다는 계획이다.
허 회장은 AI 데이터센터를 주제로 개최한 ‘2026 GS벤처스 테크데이’에도 참석하며 높은 관심을 드러냈다. 이 자리에는 허 회장을 비롯해 그룹의 주요 경영진들이 대거 참석해 스타트업 관련 기술을 소개했다. 허 회장은 스타트업의 혁신 기술에 깊은 관심을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 같은 협업을 통해 국내 스타트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뒷받침한다는 구상이다. 이런 경쟁력 강화는 결국 AI 데이터센터 기술 생태계의 성장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모두의 성장’을 위해 GS는 자체 개발한 AI 플랫폼과 에이전트를 중소기업에 무상 공개하기도 했다.
GS는 안전관리 AI 에이전트 ‘에어(AIR)’를 중소기업에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다. 에어는 GS파워 현장 직원들이 스스로 고안해서 개발한 도구로 알려졌다. 작업명과 간단한 설명만 입력하면 생성형 AI가 작업 공정을 도출하고, 잠재 위험 요인과 위험 등급은 물론 예방 대책까지 자동으로 생성하는 방식의 모델이다. GS에 따르면 현재 330여개 사업장에 에어가 보급됐다.
하지만 허 회장의 ‘혁신 드라이브’가 성공하기 위해서 넘어야 할 산도 적지 않다.
법적으로 풀어야 할 과제들이 다수다. 전력·용수 공급이 만만치 않다. 동해시의 GS동해전력은 강원 도민들이 사용하는 전력을 공급하는 발전소라 이를 모두 AI 데이터센터 전력으로 돌리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이에 GS동해전력과 AI 데이터센터 간 직거래가 가능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또 ‘지산지소(지역에서 생산한 것을 지역에서 소비)형 전력’ 조달 제도를 보완해 지역 단위 공급 구조가 확립돼야 한다.
재계 관계자는 “대대적인 투자를 예고한 GS그룹이 SK그룹의 반도체, LG그룹의 배터리, 한화그룹의 조선·방산처럼 AI 데이터센터를 통해 기존의 틀과는 다른 신성장 동력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인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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