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분당 라면 600개 쏟아진다…‘수출 전용’ 공장으로 세계 공략 나선 농심 [가봤어요]
- 연간 라면 5억개 생산 가능…총생산 CAPA 최대 62억개
2030년 매출 7.3조·해외 매출 비중 60% 이상 달성 목표
[녹산(부산)=이코노미스트 강예슬 기자] “라면이 이렇게까지 ‘핫’했던 시기는 없었던 것 같아요. 그 중심에 한국 라면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5일 부산 강서구 녹산국가산업단지의 농심 녹산공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지송하 농심 글로벌마케팅부문장은 “녹산공장은 농심의 다음 40년이 시작되는 곳”이라며 “녹산공장을 부산공장과 함께 수출 전문 핵심 기지로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농심은 지난달 29일부터 가동을 시작한 녹산 신공장을 기반으로 연간 60억개 규모의 글로벌 라면 공급 체계를 구축했다고 지난 5일 밝혔다. 녹산공장은 농심의 첫 ‘수출 전문 공장’이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라면은 유럽·일본·호주 등 법인 국가를 포함해 인도·동남아 등 신흥 시장으로 수출된다.
이번 생산능력(CAPA) 확충을 바탕으로 농심은 세계 시장 공략을 가속해 오는 2030년까지 매출 7조3000억원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녹산공장서 세계 향해 ‘질주’하는 신라면
가동 일주일 차를 맞은 녹산공장에서 라면 생산 과정을 견학하기 위해서는 입구부터 철저한 위생 관리를 거쳐야 했다. 위생 가운과 위생모, 신발 커버를 착용하고, 손 세정·소독 후 ‘에어 샤워’(air shower)까지 마쳐야만 생산 현장에 입장할 수 있다.
공장 내부에 들어서면 라면을 튀기는 고소한 냄새가 미세하게 코끝을 스친다. 3층의 원료 공급·혼합 공정에서는 얇게 펴진 면 반죽이 반짝이는 기계 사이를 쉴 새 없이 통과 중이다. 증숙과 절단을 거쳐 납형(철제 그릇)에 담긴 면발은 유탕기에서 튀겨진 뒤 기계를 타고 빠르게 내려온다.
갓 튀겨져 뜨거운 면은 냉각 과정을 거친 뒤 수프와 함께 포장된다. 빨간 봉지에 담긴 라면은 빠르게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이동하며 중량 선별기와 금속검출기, X-ray 복합 검사기 등을 통과한다.
라면이 생산되는 속도는 눈으로 좇기 힘들 만큼 굉장히 빨랐다. 독일의 고속도로 아우토반을 달리는 스포츠카처럼 라면이 컨베이어 벨트를 질주한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녹산 수출 전문 공장은 기존 녹산 공장 부지 내 공간을 활용해 부지 면적 1만1377㎡(약 3442평), 연면적 4만8178㎡(약 1만4574평), 지상 6층 규모로 건립됐다. 향후 글로벌 수요 증가에 맞춰 최대 8개 라인까지 가동할 수 있다.
농심은 올해 녹산 수출 전문 공장의 3개 라인(봉지면 2개, 용기면 1개)을 먼저 가동한다. 분당 600개 이상 생산이 가능한 초고속 라인으로, 연간 약 5억개의 라면 생산이 가능하다.
기존 부산·구미공장이 생산하던 수출 물량(연간 7억개)에 녹산 수출 전문 공장 생산량 5억개를 더하면 농심의 연간 수출 공급 역량은 총 12억개로 늘어난다. 미국과 중국 현지 공장 17억개와 내수 생산량 33억개를 합하면 농심의 총생산 CAPA는 최대 62억개에 달한다.
농심에 따르면 녹산 신공장 설립 전까지 기존 국내 공장의 설비 가동률은 90% 이상이었다. 지 부문장은 “일반적으로 공장 가동률은 70% 정도가 적정선”이라면서 “녹산공장 가동으로 각 공장의 생산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품목 교체 2시간→30분…생산 효율 18% ↑
녹산 수출 전문 공장의 가장 큰 특징은 신속한 생산 전환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볶음면·용기면·비건 등 다양한 글로벌 수요와 매년 늘어나는 해외 물량을 동시에 소화할 수 있도록 품목 교체 시간을 기존 국내 공장 대비 최대 4분의 1 수준으로 줄였다.
전윤열 농심 녹산공장장은 “2시간 정도 걸리던 품목 교체 시간을 30분으로 줄여 생산 효율성을 17.6%가량 끌어 올렸다”며 “기존 구미공장의 고속 라인에서는 분당 500개의 라면을 생산 가능한데 녹산공장은 분당 600개로 생산능력이 20%가량 빨라졌다”고 설명했다.
생산 전 과정에 인공지능(AI)과 자동화 신기술을 집약한 ‘AI 기반 대량 생산 체계’(농심형 스마트 팩토리)를 구축한 덕분이다. 신라면의 핵심 생산 거점인 구미공장에 이어 녹산공장도 생산 대부분의 과정을 무인화했다.
대표적인 기술은 고도화된 생산관리시스템(PMS)과 AI 기반 설비 예지보전 시스템이다.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스템에서 작업 지시가 생성되면 생산 설비가 자동으로 세팅된다. 설비에 부착된 AI 진동 센서와 전류 데이터 분석을 통해 기계의 이상 징후와 고장 가능성을 사전에 예측해 알람을 보낸다.
공장 내부 물류에는 바닥 유도선 없이 센서만으로 스스로 경로를 찾아 이동하는 자율주행로봇을 투입해 포장재 등 자재를 자동으로 공급한다. 검수 단계에서는 AI 딥러닝 기반의 검사 시스템을 활용한다.
농심이 해외 현지 공장 증설 대신 녹산에 수출 전용 공장을 세운 건 국가별 수요와 물류 효율 등을 고려한 결정이다.
전 공장장은 “현재 미국과 중국을 제외하고는 현지에 공장을 지을 만큼 수요가 두드러지는 국가가 없다”면서 “일본·유럽·중남미·중동 등 여러 국가의 니즈에 맞춘 다양한 제품을 적절하게 공급하기 위해서는 국내에서 직접 상품을 생산해 수출하는 방식이 더 효과적이라고 판단했다”고 언급했다.
녹산공장은 세계 2위 환적항인 부산신항과 약 4㎞ 거리에 자리했고, 오는 2035년 개항을 목표로 건설 추진 중인 가덕도신공항과는 10㎞ 정도 떨어져 수출에 유리한 입지 조건을 갖췄다. 녹산 신공장 가동으로 기존 부산공장의 생산 부담을 덜고 글로벌 수요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농심은 본다.
“내년 1분기 볶음면 신제품 선보일 것”
농심은 녹산공장을 해외 사업 확장의 핵심 거점으로 삼아 오는 2030년까지 매출 7조3000억원, 영업이익률 10%, 해외 매출 비중 60% 이상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농심에 따르면 녹산공장에서 생산한 라면은 법인 국가와 성장 잠재력이 높은 신흥 국가 중심으로 수출한다. 유럽과 일본, 호주 시장 등에 신라면을 비롯한 다양한 라면을 수출하고, 해당 법인의 영업 인프라를 활용해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다.
인도·중동·동남아시아 등 라면 수요가 증가하는 성장 국가별로 맞춤 전략을 전개한다. 인도와 중동 지역은 신규 유통 파트너사를 발굴하고 주력 거래처를 개척하면서 현지에서 급성장하는 ‘퀵커머스’(즉시 배송) 채널을 집중적으로 공략한다. 인도 시장에는 현지 식문화를 반영한 맞춤형 제품을 검토해 시장 진입 기반을 넓힐 예정이다.
말레이시아·필리핀·싱가포르·대만 등 아시아 주요 시장에서는 편의점과 대형마트, 주요 전자상거래(이커머스) 플랫폼 등을 중심으로 판매망을 확대한다.
녹산에서 생산된 ‘신라면 툼바’, ‘신라면 김치볶음면’ 등 인기 볶음면 시리즈를 주력으로 공급해 현지 업체와 경쟁하고, 팝업스토어와 캠퍼스 투어 등 젊은 층을 겨냥한 마케팅으로 점유율을 끌어올릴 방침이다.
농심은 글로벌 사업의 또 다른 성장축으로 ‘비국물면’을 꼽았다. K-라면 대표주자 ‘신라면’ 브랜드 라인업을 비국물 라면으로 확장해 세계 시장 지배력을 넓힌다는 전략이다.
내년에는 ‘신라면 툼바’와 ‘신라면 로제’의 뒤를 잇는 새로운 콘셉트의 볶음면 신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농심은 “신라면 로제처럼 신라면에 한국의 맛을 결합한 새로운 맛 타입의 제품을 연구·개발 중”이라며 “이르면 내년 1분기 글로벌 시장에 출시할 계획”이라고 했다.
조용철 농심 대표이사는 “녹산공장은 전 세계 소비자의 다변화된 니즈에 맞춘 제품을 신속하게 대량으로 공급 가능한 농심 글로벌 사업의 핵심 심장부가 될 것”이라면서 “독보적인 스마트 팩토리 기술력과 글로벌 전략 제품을 앞세워 오는 2030년까지 해외 매출 비중 60% 이상, 전사 매출 7조3000억원을 달성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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