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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닉’ 주식시장 위기인가 기회인가

‘패닉’ 주식시장 위기인가 기회인가


두 국제경제 전문가 긴급진단…미국의 시장 안정화 노력에 패닉 봉합될 수 있어 미국발 경제위기로 국내 증시가 패닉에 빠졌다. 국내 증시는 나흘간 이어진 외국인 매도세에 코스피 2000선을 내주며 맥없이 주저앉았다. 나흘간 하락폭은 228.58포인트. 시가총액으로 따지면 무려 120조원이 증시에서 증발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삼성경제연구소 곽수종 수석연구원과 메리츠증권 박형중 투자전략팀장과 함께 미국 경제위기의 원인과 전망, 유럽 및 동아시아 경제상황, 글로벌 위기 속 한국 경제의 향방을 긴급진단했다.
8월 5일 코스피지수가 미국 증시의 영향으로 급락했다.

서울 여의도 증권가는 지난주 내내 불안했다. 미국이 8월 1일 디폴트 위기를 넘기기 위해 부채한도를 늘리는 데 합의하자 미국 증시가 안정을 되찾을 거라는 예상이 파다했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미국의 실물경제가 악화됐다는 지표가 잇따른 데다 미국 정부가 더 이상 전통적으로 사용하던 재정지출 확대 등의 경기부양 수단을 사용할 수 없게 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미국 부채한도 확대 합의가 시장에 호재로 작용하지 못하고 오히려 미국 경제를 늪으로 빠뜨린 원인으로 지목됐다.

결국 미국 뉴욕증시가 맥을 못 추고 하락세로 반전했다. 다우존스 산업평균 지수가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로 4.31%나 폭락하면서 그러잖아도 위축됐던 투자심리가 얼어붙었다. 불안 심리는 태평양을 건너 한국으로 넘어왔다. 뉴욕 전광판을 바라보던 외국인이 서울 거래소에서 매도세를 쳤고, 개인투자자가 이에 가세했다. 기관은 나흘간 순매수하며 간신히 코스피를 떠받쳤다. 그러나 코스피는 2000선을 무기력하게 내주며 맥없이 주저앉았다.

한국 증시가 미국 증시와 동반성을 가진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지만 이만큼이나 큰 영향을 미친 적은 별로 없었다. 시장이 이번 증시 급락세를 눈여겨보는 이유다. 미국 경기불황이 장기간 지속되고 유럽지역 불황이 심상치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 들면서 국제 투자자들의 투자 스탠스가 크게 변할 거라는 예상이 고개를 들고 있다. 서구 자본의 이머징 마켓 투자 포트폴리오 변화를 예측하는 분석도 나온다. 이탈리아와 스페인 등에서 불거진 유럽발 경제위기에 더해 미국 경제가 위태로워지자 외국인은 자국 유동성 경색을 우려해 이머징 마켓 투자금 회수에 나섰다. 아시아 증시 가운데서도 금융투자 유출입이 가장 쉬운 한국 증시가 이 때문에 가장 큰 타격을 받았다.

현 국제경제 상황을 명확하게 분석할 만한 국제경제 분야 이코노미스트 두 명에게 현재의 상황 분석과 향후 전망을 물었다. 이들은 미국 경제 전망을 부정적으로 봤다. 나아가 현 시기를 20세기 자본주의의 종언, 21세기 새로운 자본주의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는 장으로 인식했다. 그러나 한국이 이런 세계적 거대 물결에서 어떤 쪽으로 방향을 짚어야 할지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나흘간 시가총액 120조원 증발

삼성경제연구소 곽수종 수석연구원은 미국이 새로운 방식의 경기부양책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한국 증시에서 빠져나간 투자금이 실제 국외로 빠져나간 것이 아니라 자국 경기 상황을 살피는 외국인의 대기자금일 수 있으며, 미국의 3차 양적완화가 실물경기까지 넘어가지 않는 유동성 경색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메리츠증권 박형중 투자전략팀장은 선진국의 불황을 장기적으로 보고, 현재 한국 증시 하락은 불안한 투자 심리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 때문에 펀더멘털이 괜찮은 한국 증시로 투자금이 다시 유입될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내비쳤다.



◇ 미국 경제, 현 상황에 대한 분석곽수종 연구원= 부채한도 합의로 안도할 시점에 마침 각종 지표들이 대부분 안 좋게 나왔다. 미국 실물경제 지표의 내용을 뜯어보면, 미국 경제성장의 주축을 담당하던 소비가 부실한 것으로 드러났다. 상위 25%의 소비와 하위 75%의 소비 간 괴리가 크게 벌어진 것이다. 양극화에 따른 소비격차 문제가 향후 미국 사회를 장기침체로 몰고갈 원인이 될 것이고, 이 때문에 미국 경제 불안은 확산되리라 본다. 현 상황에서 인플레이션이 현실화된다면 장기불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

현재의 미국 경제 불안이 단순히 현금이 흐르지 않아 생기는 유동성 문제라면 극복하기 어렵지 않다. 그러나 실물 소비의 감소, 기업 투자 약화에 따른 불안이라면 극복하기 어려울 것이다. 실물경제가 위기상황에 놓여 국제신용평가사가 미국 신용등급을 강등해버리면 미국 경제는 극복하기 어려워질 것이다. 증시, 환율, 은행 대출 관련 지표 등을 통해 조만간 미국 상황의 심각성이 드러나게 될 것이다.

박형중 팀장= 미국 제조업황 둔화폭이 큰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장기불황, 더블딥으로 빠질 가능성 때문이다. 과거에는 경기가 침체되면 재정지출을 확대하거나 공격적 통화정책으로 위기를 탈출했지만 현재는 이러한 정책수단을 쓸 수 없는 상태다. 이 때문에 불황을 막아줄 방법이 거의 없다. 미국 증시가 부채한도 증액 합의에도 하락세로 돌아선 원인이다.



◇미국 경제위기의 대응방향곽 연구원= 부채한도 등 정치적 이슈가 마무리됐지만 미국 정치가 경기부양을 위해 쓸 수 있는 도구가 없다. 신케인스식 경기부양도, 신고전적 재정지출도 모두 한계를 보였다. 미국이 이제껏 보였던 경기부양책은 제조업 중심인 20세기에나 통할 방법이었다. 금융 등이 중심이 되는 21세기에 필요한 수단을 이제 고안해야 할 때다. 미국 정부가 3차 양적완화(QE3) 등으로 돈을 풀어도 실물경제 깊숙이 파고들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QE3는 토지나 건물 등의 담보물권을 받고 FRB(연방준비제도이사회)로 하여금 돈을 푸는 방식으로 진행되리라 본다. 그러나 돈이 금융권에서만 머물고 실물에까지 전이되지 못하는 신용경색을 겪을 것이다.

박 팀장=2차 양적완화(QE2)는 국채를 증액하는 형태였는데, 이미 국채를 많이 발행한 탓에 미국채 리스크가 상당히 상승한 상태다. 이 때문에 QE3는 이와 다른 형태가 될 것 같다. FRB에 있는 QE2 규모의 2~3배에 달하는 초과예치금을 시장에 내놓을 것 같다. 부동산 경기가 위축된 상태라 유동성 공급 정책이 오래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유럽 경제불안과 연계 가능성곽 연구원=세계 금융시장이 안정되려면 각국 실물시장으로 자금이 돌아야 된다. 이를 위해 각국 중앙은행들이 뭉쳐 대안을 내놔야 한다. 아마 8월 9일 미국 FRB와 유럽중앙은행(ECB)이 긴박하게 문제해결을 위한 합의를 도출할 것이다. 중앙은행 간 논의로 큰 불은 잡겠지만, 미국 경제의 70%를 차지하는 소비 문제, 양극화 문제는 이것으로 해결되기 어렵다. 이는 구조적 문제여서 유럽과 협의한다 해도 미국 경제가 회복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다. 현재 스페인 등의 국채 수익률이 뛰고 있다. 이는 유럽도 실물경제 압박이 강하다는 시그널이어서 미국과 함께 유럽의 불안도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

박 팀장= 유럽은 전반적 경기불안을 겪고 있다. 유로 정상들이 채무지원 합의를 하고 그 전제조건으로 유럽은행들이 자구책을 내고 있지만 쉽게 불황을 탈출하긴 어려울 것 같다. 지금 각국에서 자금이 필요해 막무가내로 빼내는 상태여서 불안은 커지고 있다. 장기적으로 보면, 유럽도 미국도 현 상황을 극복할 만한 뚜렷한 카드가 없다. 유럽이 살아나기 위해서는 소비, 투자가 늘어나야 하고 유로화가 약세로 전환돼야 한다. 이를 해결하기에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 유럽과 미국의 경제불안으로 글로벌 위기가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과 일본의 상황곽 연구원= 중국은 물가문제와 위안화 기축통화화가 이슈다. 숙원사업인 기축통화화를 위해서는 중앙과 지방 간 신용구조를 투명화해야 하지만 중국은 신용상황을 대외에 노출시키려고 하지 않는 편이다. 중국은 현재 빈부격차와 같은 경제문제를 정치적으로 해결하려고만 해 갈등을 빚고 있다. 이런 내부 문제를 단속할 겸 긴축과 금리인상을 하리라 본다. 기축통화 확보를 위해 중국은 미국을 예의 주시하고 있을 것이다. 일본은 엔화 방어를 통해 통화가치를 떨어뜨렸지만 외국인이 달러를 사고 있는 한국과 비교하면 절하 속도가 늦다. 이 때문에 한국이 저환율 때문에 자동차 등에서 일본과의 가격경쟁력에서 불리해진다는 말은 신빙성이 없다.

박 팀장= 열쇠와 문제는 모두 중국(인도 포함)이 쥐고 있다. 중국의 문제는 인플레이션 우려다. 지금의 통화긴축 강도가 약화되면 더블딥에 빠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 물가가 안 잡히면 긴축을 하반기까지 지속할 것이고, 이는 신흥국에도 안 좋은 영향을 끼칠 것이다. 중국은 해외투자금을 타이트하게 쥐고 있는데, 이에 비해 규제가 덜한 한국은 해외투자금이 나가기 쉽다. 실제로 외국계 자금이 나가는 것은 중국부터 시작돼야 하지만 이런 이유 때문에 한국 투자금 유출이 심해졌다.

일본은 최근 외환시장에 개입해 엔화 강세를 누그러뜨렸다. 이는 한국에 좋지 않은 효과를 보일 것이다. 이제까지 자동차 산업이 환율 혜택을 많이 받았는데, 엔화 약세를 유도하면 그동안의 환율 수요가 없어질 것이다. 이제까지 일본 자금의 한국 유입은 비중도 크지 않고 많이 들어오지 않았다. 그러나 엔화가 약세로 전환되면 엔캐리 자금이 들어오게 될 것이다. 그러나 단기적으로는 그럴 일이 별로 없을 것 같다.



◇한국 증시 집중 타격 받은 원인과 전망곽 연구원= 최근 한국 증시에서 돈이 빠져나온 것은 패닉으로 볼 수 있지만, 사실 미국계 투자금은 2, 3개월 전부터 대기자금 용도로 3조원 정도 빠져나와 있었다. 자국 사정을 지켜보면서 일단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한국 증시 중 외국계 투자금은 유럽과 미국이 반반 정도 가지고 있는데, 유럽이 조금 더 많다. 유럽은 지금 유동성 위기가 당장 급해 한국 증시에서 대기자금을 마련해 달러나 유로화로 바꿔놓고 있으리라 본다. 이탈리아와 스페인 등에 위기가 포착돼 문제가 발생하면 바로 유럽으로 가져가기 위해서다. 지금은 한국 증시에서 빠져나간 돈이 많지만, 유럽이 투자금을 회수하려 든다면 투자 비중이 훨씬 높은 브라질 등이 가장 위험할 것이다.

이미 한국이 가장 위험하니 미리 대응하라고 골드먼삭스에서 예고한 적이 있다. 론스타 등을 위험하게 관리하는 것을 보면서 세계 금융시장이 한국을 그렇게 바라본 것이다. 경제실적은 좋았지만 한국은 자금을 넣고 빼기가 쉬운 경제다. 지금처럼 대규모 투자금이 유출되는 건 국제자본이 우리 시장을 만만하게 보기 때문이다. 한국 증시에서 빠져나간 외국인 투자금이 아직 한국 밖으로 나간 것은 아니다. 외국인이 더욱 불안한 자국으로 투자금을 옮기지 않을 수도 있어 회수된 자금이 한국 채권, 다른 이머징 마켓 주식으로 흘러 들어갈 가능성도 있다.

박 팀장= 외국인 매도세가 처음 시작될 때부터 시장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저평가 상황이어서 팔아야 할 때가 아닌데 외국인이 매도세를 이어간 것이다. 시장에서는 이를 다들 우려했고, 지금 그 결과를 목격하고 있는 것이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외국인이 금방 한국 증시로 들어오지 않는 것이다. 원화 강세로 한국이 외국인에게 메리트가 적거나, 이와 반대로 한국의 환율이 급등해 오르면 한국은 물가를 잡기 어렵다. 금융시장 문제가 실물로 이어지게 되는 꼴이다. 이런 시나리오가 진행되면 경기둔화가 심화될 것이다.

월요일(8월 8일)에 미국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로부터 시장을 안정화시키기 위한 멘트가 나오면 한국 증시의 패닉이 봉합될 수도 있다. 미국도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때 모든 자금을 안전자산에만 둘 수는 없기 때문이다. 위험자산에도 일부 투자해야 하는데, 한국시장은 비교적 견조한 상황이어서 투자하기 좋다. 그리고 이미 많이 뺐기 때문에 추가로 빼낼 것도 별로 없는 상황이어서 지금과 같은 속도로 자금을 회수하기는 어렵다. 한국은 현재 경기선행지수가 두 달 연속 상승할 정도로 펀더멘털이 좋고, 고용이 꾸준하게 증가했다. 펀더멘털로만 보면 한국이 더욱 안정적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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