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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agement] 김준태의 ‘세종과 정조의 가상대화’ ⑧ 복지(1)
어린이·노비의 형편 각별히 살펴라

[Management] 김준태의 ‘세종과 정조의 가상대화’ ⑧ 복지(1)
어린이·노비의 형편 각별히 살펴라



정조 ‘올해 목화 농사가 흉년이 들어 무명(목화로 만든 직물)값이 폭등함에 따라, 백성들이 겨울옷을 장만하기가 어려워졌습니다. 그래서 저장하고 있는 물량을 방출하도록 했는데, 시전(市廛:상설 상점)에 대량으로 공급하여 전반적인 가격을 낮출지, 따로 가난한 집을 가려 뽑아서 나누어줄지를 두고 신하들 간에 논쟁이 있었습니다. 이 문제는 각기 장단점이 있기 때문에 다시 논의하기로 하였습니다만, “지정하여 선발하지 않으면 백성들이 고마워할 줄 모를 것이다”는 어느 신하의 말이 귀에 거슬렸습니다. 백성들이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는 것은 임금과 조정(朝廷)의 당연한 의무가 아니겠습니까. 백성들이 고마워할지 고마워하지 않을지는 애초 생각조차 해서도 안 되는 일일 것이옵니다.’(홍재전서 권167).



형편에 따라 차등 지원




세종 너의 말이 옳다. 백성들이 사람답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것, 어려운 처지에 처한 백성들을 보호하는 것, 그것은 임금과 조정의 마땅한 책무이다. 지금 네가 말한 사안에 대해서는, 과인이 집행한 사례를 참고해 보길 바란다. 매년 한양에 수해(水害)가 계속되어 기와를 덮지 못한 집들은 재목(材木)이 부식되고 침수되는 일이 잦았다. 하지만 기와의 가격이 비싸서 가난한 백성들이 지붕을 기와로 덮기란 무리였다. 하여 도성 안의 “가난한 집 116호에는 무상으로 기와 1000장과 재목을 나누어 주고, 재력이 부족한 집 3676호에는 반값에 기와 1000장을 공급한 바 있다.”(세종15.5.21). 네 경우도 각 가구의 상태를 면밀하게 조사하여 형편에 따라 차등을 두어 나누어 주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한다. 좀더 고민하여 보라.



정조 유념하겠사옵니다. ‘현재 곡식의 발매(發賣:가난한 백성들에게 싼 가격으로 곡식을 공급하는 일)는 그리하고 있으며, 매우 궁핍한 백성들에 대해서는 백급(白給:무상배급)하고, 쌀의 품질도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사옵니다.’(정조8.1.19). 아무튼 전하의 하교대로 심사숙고 하여 결단하겠나이다. 하옵고 전하, 요즘 길에 버려지는 아이들이 많아 걱정입니다. “가난하고 힘들어 고통을 겪는 백성들이라면 어느 누구라도 나라에서 구제해 주어야 할 사람이 아니겠습니까만, 가장 안타까운 것은 그저 훌쩍거리며 살려 주기만을 바랄 뿐 의지할 데라곤 없는 저 버려진 아이들이옵니다.”(정조7.11.5).



세종 과인도 얼마 전에 민생 시찰을 다녀오다가 어린아이 하나가 길가에 버려져 울고 있는 것을 보았다. 내 그 아이를 거두어 제생원(濟生院:서민의료기관, 고아원)에 보내 기르게 하였는데, 야윈 모습이 측은하여 생각할수록 마음이 아팠다.(세종26.12.23). 무릇 어린아이들은 이 조선의 내일이 아니더냐. 조정은 최선을 다해 이들을 보호해야 할 것이다. 해서 ‘특히 3세 이하 아이들은 어떠한 경우에도 굶주리는 일이 없도록 한성부와 각 고을에서 항상 확인하고 최우선적으로 지원하도록 하였으며’(세종4.10.15), 버려진 아이들은 서울에서는 제생원(濟生院)이, 각 지방에서는 고을 관아에서 이들을 보살피도록 하고 여기에 소요되는 물자는 넉넉히 지급하도록 조치한 바 있다.(세종17.6.22/ 19.1.13).



정조 저도 그렇게 시행하겠나이다. 그 외에도 ‘버려진 아이 중 친척을 찾아내어 살만한 형편이라면 아이를 책임지고 돌보게 하고, 형편이 어렵다면 관청에서 지원을 해주어 돌보도록 하는 법을 만드는 것은 어떠하올지. 자녀가 없는 사람이 입양하는 방안도 세밀한 조항을 마련하여 뒷받침 해주면 활성화될 수 있을 거라 생각되옵니다.’ (정조7.11.5).



세종 좋구나. 다만 입양을 시키는 문제는 노비로 삼는 등 악용할 우려가 있으니 면밀하게 관리해야 할 것이다. 또한 요즘 보면 ‘어린아이를 강간하는 범죄들이 생기는 바, 이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짓이다. 나는 법에 의거하여 교형(목을 매달아 죽이는 형벌)으로 엄히 다스리도록 하였다.’(세종17.12.22). 너도 이러한 범죄들은 반드시 척결해야 할 것이다.



정조 명심하겠나이다. 여쭐 것이 또 있사옵니다. “백성들의 고통에 관한 것이라면 백 가지건 천 가지건 모두 바로잡아 구제하여야 하는데, 노비가 겪는 고통에 대해서는 자신들의 이해관계가 달렸기 때문인지 신하들이 아예 언급조차 하려 들지 않사옵니다.”(정조15.3.29). 결국 저 혼자 나서서 해낸 일이란 노비 추쇄관(推刷官:도망간 노비를 붙잡아 주인에게 돌려주는 업무를 맡은 관리)을 폐지하고(정조2.2.6), 사적으로 노비 추쇄를 하는 일도 엄하게 규제한 것 정도였습니다(정조10.11.3). 전하께서도 노비들의 삶과 처우 문제에 각별한 관심을 가지셨던 것으로 아옵니다. 전하께서는 어떠셨사옵니까?



세종 살펴보면 ‘노비가 죄를 지었다고 주인이 사사로이 혹독한 형벌을 가해 죽이는 일이 잦고, 이를 두고 사람들은 신분질서의 기강을 확립했다며 오히려 주인을 치켜 올리지 않더냐. 노비가 비록 신분이 천하다 하나, 그 역시 하늘이 내린 백성이다. 하늘이 낳은 백성을 부리는 것만으로도 감사히 여겨야 할 것인데, 어찌 제멋대로 형벌을 행하여 무고한 사람을 함부로 죽일 수 있단 말이냐. 내 이 문제는 강하게 단속해 왔다.’(세종26.7.24). 아울러 ‘임금은 하늘을 대신하는 자리로, 양민과 천민을 차별 없이 다스려야 한다.’(세종9.8.29). 헌데 노비들의 삶이 열악하니 그만큼 더 관심을 가져주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과인이 특히 안타깝게 여긴 이들은 출산을 앞둔 여노비들이었다. 그래서 “기존에는 관가의 노비들이 아이를 낳을 때에 출산 후 7일만 쉬게 했지만, 나는 100일 간의 휴가를 주게 한 것이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출산일에 임박해 일을 하면 몸이 지쳐 집에 가는 도중에 아이를 낳는 경우도 있을 뿐만 아니라, 어미나 복중 아이의 건강에 해를 끼칠 가능성이 컸다. 그래서 출산 전에도 1개월 동안 쉬도록 조치하였고”(세종12.10.19), “남편이 없으면 따로 산모를 돌보아줄 사람이 없지 않느냐. 해서 그 남편도 출산 후 30일까지는 아내를 돌보도록 한 것이다.”(세종16.4.26).



온천 옆에 곡식 쌓아 구휼하기도




정조 노비들을 사랑하시는 전하의 마음이 담긴 그 제도가 전하의 치세 이후로 바로 사라졌으니, 참으로 안타깝사옵니다. 소손도 그 가르침에 부응할 수 있는 방안을 하루빨리 마련하겠나이다. 그리고 전하, 병자들에 대한 대책은 어찌 해야 하옵니까?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병이 들면 제 때에 치료를 받을 수 있고, 가난한 백성들 중 가족이 있는 자는 혜민서 등으로 병자를 데리고 와 간호를 받게 하겠지만, 어디 고할 데도 없는 외로운 처지에 있는 사람들은 어찌 해야 하올지. 집집마다 찾아 다니며 진찰해주고 약을 지급하면 가장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지 않사옵니까.’(정조10.4.20).



세종 너의 말대로 그건 어려운 일이겠지. 관원들이 정기적으로 마을을 둘러보아서 병자를 파악하도록 하는 것이 차선일 것 같구나. 아, 그리고 온정(溫井:온천)도 신경을 써야 한다. “각 지방의 온정들을 보면, 목욕으로 병을 치료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각지에서 많이 모여든다. 돈이 있다면 의원을 부르고 약을 쓰지, 어찌 먼 곳까지 찾아왔겠느냐. 대부분 가난한 사람들이고, 양식도 충분하지 않을 것이다. 밥도 제대로 챙겨 먹지 못하면서 어찌 병을 고치겠는가. 온정 곁에 곡식 쌓아두고 이들을 구휼하도록 해라.”(세종9.8.29).



정조 예, 그리하겠나이다.

※이 글은 『세종실록』과 『정조실록』, 그리고 정조의 문집인 『홍재전서』 등 원전자료를 바탕으로 작성했다.(예: 세종8.5.11 → 세종 8년 5월11일자 실록) “ ”표시는 원문의 직접 인용(단, 대화체로 변형함), ‘ ’표시는 원전을 바탕으로 각색한 것이다. 나머지는 필자의 창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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