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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기 초소형 MLCC(적층세라믹콘덴서)로 일본 공습

삼성전기 초소형 MLCC(적층세라믹콘덴서)로 일본 공습

적층세라믹콘덴서(MLCC)는 디지털 TV와 휴대전화 등 전자제품에서 전류의 흐름을 담당하는 핵심 부품이다. 적층 공정을 많이 거칠수록 전기를 저장할 수 있는 공간도 넓어져 효율이 좋아진다. 높은 기술력을 필요로 하는 정밀 부품이다. 그런데 이 MLCC 시장에 심상치 않은 바람이 불고 있다. 세계 시장점유율의 90%를 차지했던 일본 기업이 주춤하는 사이 한국의 삼성전기가 무서운 속도로 추격하는 중이다.

그동안 MLCC 업계에서 독보적인 선두를 지켜온 무라타제작소의 2011년 4월부터 12월까지 영업이익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약 28% 감소했다. 업계 3위인 다이요유덴이나 4위 TDK는 적자를 기록했다.



무라타 영업이익 28% 감소TDK는 지난해 11월 1만1000여명의 직원을 2년에 걸쳐 정리해고 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MLCC 사업에 투입된 직원의 15%에 달한다. 이어 올해 1월에는 아키타 제3공장을 폐쇄한다고 발표했다.

다이오유덴 역시 3월에 일본 국내 정규직 사원의 20%에 달하는 330명의 희망퇴직을 받기로 했다. 30년 만의 감축이다. 실적 약화의 주 요인은 TV와 컴퓨터 등 완성품의 재고가 쌓여서다. 재고가 해결되더라도 상황이 나아질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 다이와증권의 사도 타쿠미 시니어 애널리스트는 “올해 하반기에는 수급이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일시적인 조정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인데도 왜 TDK와 다이요유덴은 정리해고 절차에 들어간 것일까. MLCC 업계에 불고 있는 지각변동 때문이다. 양사를 코너로 몰아넣은 것은 바로 삼성전기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MLCC 시장은 일본 브랜드가 철옹성을 구축해 놓은 곳이었다.

재료의 조합부터 마이크로 단위의 적층 기술, 온도 조정 등 여러 분야의 상호작용이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신규업체가 발을 들여놓기 쉽지 않았다. 사도 타쿠미 시니어 애널리스트는 “삼성전기 역시 10년 전에는 시장점유율 5% 정도의 하위 브랜드에 지나지 않았다”고 말한다.

그러나 3~4년 전 분위기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모 기업의 영업담당은 “완성품 제조업체 사이에서 본격적으로 삼성전기의 이름이 거론되기 시작하더니 어느새 일본 기업을 제치고 공급계약을 따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성장 속도는 더욱 빨라졌고 지난해 마침내 시장점유율 2위로 급부상했다. 세계 최대의 전자제품 생산업체로 성장한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공급이 늘고 있는데다 일본 기업에 못지 않은 기술력까지 갖추고 있어 미래가 더욱 밝다.

스마트폰의 폭발적인 성장세도 이를 뒷받침한다. 스마트폰 1대에 사용하는 MLCC는 400~500개다. 기존 휴대전화에 비해 2배 정도 많이 들어간다. 무라타제작소 관계자에 따르면 MLCC 중에서도 0.4×0.2㎜ 정도 크기의 초소형품은 고가인데다 영업이익률도 20%대 후반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체 MLCC 시장은 6500억엔(약 10조원) 규모로 추정하는데 이 중 초소형품이 20%를 차지한다.

스마트폰 보급이 늘면 향후 수년간 연 20% 이상의 고성장이 전망된다. 디지털 가전 부품의 범용화로 채산성이 나빠지는 상황에서 초소형품은 MLCC 생산업체가 포기할 수 없는 수익원인 것이다.

MLCC는 작아질수록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다. 특히 스마트폰용이라면 안정적인 구동능력은 물론 대량생산 능력까지 갖춰야 한다. 현재 무라타제작소와 삼성전기가 치열한 신제품 경쟁을 펼치며 초소형품 시장을 좌지우지하고 있다. 애플의 아이폰과 삼성전자의 갤럭시S 등 주요 스마트폰에 쓰이면서 양대 산맥을 이루고 있는데 양사의 시장점유율은 70%를 넘어선다.



중국의 저가공세도 고민거리반면 나머지 생산업체의 몰골은 말이 아니다. 과거 점유율 2위를 뽐내던 TDK는 초소형품의 개발에 뒤처지는 바람에 상당수의 고객을 잃었다. 생산체제가 부족해 납기 지연이 반복되면서 완성품 제조업체가 등을 돌렸기 때문이다.

초소형품 개발에는 성공했지만 대량 주문이 들어오지 않아 고전하고 있는 다이요유덴 역시 시장의 흐름에 편승하지 못하고 처지고 말았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다. 일본 기업 관계자들은 “삼성전기가 풍부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일본의 기술력을 빠르게 흡수했다”며 불평의 목소리를 냈다.

아직은 버티고 있지만 점유율 1위의 무라타제작소 역시 ‘승자’의 여유는 없다. 주 고객 중 하나인 삼성전자는 스마트폰용 MLCC 중 절반을 삼성전기에서 남은 절반을 무라타제작소에서 조달하고 있다. 그러나 그 이외의 부품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스마트폰 이외의 MLCC의 경우 이미 중국계 부품 생산업체의 등장으로 가격 하락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적자에 가까운 저가격을 제시하는 중국계 메이커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체력의 한계에 가깝다(도저히 이윤이 남을 수 없는 정도다)”고 말하지만 삼성전자나 애플로서는 저렴한 제품을 쓰지 않을 이유가 없다. 특히 중국계 완성품 제조업체에서 부품채용율이 높아지면서 출하대수를 확대하고 있다. 무라타제작소 등 일본기업은 물론 삼성전기 역시 골치 아픈 경쟁상대를 만난 것이다.

얼마 전 무라타제작소의 무라타 쓰네오 사장은 “First one(맨 처음)이 아니면 득이 되지 않는 시대가 됐다”며 “동종업계에서 고부가가치 제품을 가장 먼저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초소형품에 집중하겠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무라타제작소는 지금까지 후쿠이를 중심으로 국내에서만 생산해 온 초소형품을 중국 등 해외 거점에서도 생산할 예정이다. 2013년 봄까지는 해외 생산비율을 30%(현재 20%)로 높인다는 계획인데 업계 관계자는 “원가절감을 위해 피할 수 없는 선택”이라고 말했다.

어찌됐건 MLCC 업계는 한국과 일본을 대표하는 두 기업의 2강 체제로 재편됐다. 양사가 스마트폰을 무대로 치열한 격전이 벌어지는 지금 뒤처진 하위 그룹들은 추가 정리해고까지 고려하는 상황이다. 최후의 승자는 과연 누가 될까.



번역=김다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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