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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tirement] 책에서 배우는 은퇴의 지혜

[Retirement] 책에서 배우는 은퇴의 지혜

100세 시대는 우리가 지금까지 경험하지 않은 새로운 세계다. 그래서인지 100세 시대에 대해 사람들은 기대보다 두려움을 더 많이 느끼는 듯하다. 2011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30~69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43%가 90~100세를 넘겨 사는 것은 축복이 아니라고 대답했다. 축복이라는 답변은 28.7%에 그쳤다. 오래 살고 싶은 게 인간의 기본적인 본능인데 장수가 축복이 아니라니. 그만큼 노후에 대한 부담감이 크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언제 100세 시대에 도달하게 될까. 국무총리실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의 분석에 따르면 현재 추이가 이어지면 2020년 여성의 최빈 사망연령이 100세를 바라볼 것이라고 한다. 10년 안에 100세가 넘은 사람을 흔히 볼 수 있는 시대가 온다는 이야기다.

100세 시대의 은퇴생활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은퇴생활은 흔히 활동적인 시기, 과거를 회상하는 시기, 간호를 받아야 하는 시기, 배우자가 홀로 생활하는 시기의 4단계로 나뉜다. 이 중 타인의 간호를 필요로 하게 되는 간호시기에는 요양원에 들어가는 사람이 많다. 이런 시설은 노인이 안락하게 머물면서 치료를 받도록 하는 게 목적이기 때문에 매우 적극적인 관리체계를 가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 이곳에서 지내는 노인들은 타인에 대한 의존성이 커지고 스스로 통제력을 상실한 듯한 느낌을 받기도 한다.

만약 스스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더 늘린다면 상황은 어떻게 달라질까. 시간을 거꾸로 돌리는 심리 실험을 다룬 『마음의 시계』에 나오는 내용을 보자. 요양원에 거주하는 노인 중 한 집단을 정해 각자 돌볼 화분을 선택하고 그걸 방 어디에 둘 것인지, 물을 언제 얼마나 줄 것인지 스스로 결정하도록 하는 실험을 했다. 또 방문객을 맞이할 장소라든지 요양시설에서 보여주는 영화를 볼 것인지의 여부, 본다면 언제 볼 것인지를 직접 결정하도록 했다. 좀 더 의식을 집중하고 세상과 맞부딪히면서 삶을 보다 충만하게 살 수 있도록 도운 것이다. 다른 집단의 노인들에게는 스스로 무언가 결정을 내리라고 권유하지 않았다. 똑같이 화분을 주긴 했지만 요양원 직원들이 돌볼 것이라고 얘기했다.



20년 전처럼 생활 후 몸도 젊어져1년 반이 지난 후 두 집단의 노인들은 어떻게 바뀌었을까. 실험 전과 후에 실시한 다양한 검사결과를 분석해 본 결과, 첫 번째 집단의 구성원이 더 쾌활하고 활동적이며 민첩한 것을 확인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적극적으로 생활한 첫 번째 집단 노인의 사망률이 두 번째 집단 노인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는 점이다. 1년 반이란 시간 동안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사람들은 선택을 내리는 행동만으로도 더 건강하게 살 수 있는 것일까. 정신은 육체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며, 둘 사이를 이어주는 연결고리는 과연 무엇일까. 잇단 의문을 해소하기 위해 몇 년이 흐른 후 새로운 연구를 고안했다. 일명 ‘시계 거꾸로 돌리기’. 심리적인 시계를 거꾸로 돌렸을 때 인간의 생리 상태에 어떤 변화가 나타나는지를 알아봤다. 1979년 어느 가을, 70대 후반에서 80대 초반의 노인들에게 1959년의 풍경으로 꾸며진 집에서 일주일간 살도록 했다. 타임머신을 타고 20년 전 과거로 돌아간 것처럼 20년 더 젊은 나이로 그곳에서 살도록 한 것이다. 1959년을 살고 있는 것처럼 연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당시 뉴스와 운동경기, 드라마를 보고 유행했던 노래를 들으면서 마치 그 시대를 살고 있는 것처럼 생활하도록 했다. 그리고 일주일 뒤 마음을 20년 전으로 되돌려 놓으면 몸에도 변화가 나타나는지 확인해봤다.

검사 결과는 놀라웠다. 실험에 참여한 사람의 청력과 기억력이 현저히 향상됐다. 수많은 측정 결과에서 참가자들은 실험 전보다 젊어져 있었다. 이 연구에 대해 전혀 모르는 제3자들에게 실험을 시작할 때 찍은 참가자들의 사진과 실험 끝 무렵에 찍은 사진을 보여줬다. 이들 역시 실험 말미의 참가자들이 훨씬 더 젊어 보인다고 대답했다. 결국 우리를 울타리에 가두는 것은 신체적인 자아가 아니라 스스로 신체적인 한계를 두는 사람들의 사고방식이었던 것이다. 『마음의 시계』에서는 이처럼 나이와 노화, 질병 등은 생물학적 숙명이 아닌 우리 몸과 마음을 짓누르고 있는 고정관념에 불과할 뿐이라고 말한다. 우리 인생의 말년은 여전히 성장의 한 단계일 수 있으며, 좀 더 의식을 집중하면 인지능력이나 시력 등 여러 기능이 더 좋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육체를 가두고 있는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 새로운 가능성을 향해 마음을 연다면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있는 것이다.

노인들에게 한계를 지우는 것은 노인 스스로 뿐만이 아니다. 나이 든 사람을 바라보는 사람의 시선 또한 이들에게 영향을 미친다. 일례로 나이가 들면 장기 기억력은 변함없이 유지되지만 단기 기억력은 나빠진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이다. 실제로 자신이 과거에 겪은 이야기는 잘 이야기하면서 방금 만난 사람의 이름을 기억해내는 데는 애를 먹는 노인이 많다. 하지만 노인의 기억력이 안 좋아 보이는 것은 젊은이들이 관심 있어 하는 일에 신경을 쓰지 않기 때문일 수도 있다. 새로운 정보를 들었는데 특별히 관심이 가지 않는 내용이라면 굳이 따로 기억해 둘 이유가 없지 않은가. 어쩌면 노인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건망증이 심하지 않으며, 그저 기억을 저장하는 데 있어 좀 더 선별적이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이번에는 나이든 사람이 차에서 내리는 모습을 상상해보자. 어렵게 차에서 내리는 노인을 바라보면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다리 근육이 약하거나 균형 감각이 떨어져서 일거라고 생각한다. 혹시 옆으로 몸을 움직일 필요 없이 정면으로 바로 내릴 수 있도록 회전하지 않는 자동차 좌석에 결함이 있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는가. 반대로 세발자전거를 어렵게 타고 있는 25세 청년을 떠올려보자. 이 청년이 세발자전거를 제대로 못 타는 이유가 팔다리가 너무 길어서라거나 유연성이 부족한 탓이라는 결론을 내린다면 얼마나 우스꽝스러운가. 세발자전거가 25세 청년을 생각해서 만든 물건이 아니듯, 일반적인 자동차 좌석 또한 75세 노인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게 아니다. 그런데도 75세 노인이 어렵게 자동차에서 내린다고 해서 그 사람에게 결함이 있다고 말한다면, 이는 세발자전거를 타지 못하는 25세 청년이 무능하다고 말하는 것과 똑같다. 즉, 우리가 발견한 결함의 외부 원인에 주목한다면 노인들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도 줄일 수 있는 것이다.



은퇴는 새로운 인생의 시작‘은퇴하다’는 영어로 ‘Retire’이다. 외국에서는 이 단어를 ‘Re-Tire’, 즉 “다시(Re) 타이어(Tire)를 갈아 끼우고 은퇴 후 30~40년을 힘차게 살아간다”는 개념으로 바꾸어 말하기도 한다. 은퇴를 현역에서 물러나는 시간이 아닌, 하고 싶었던 일을 할 수 있는 기회의 시간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이처럼 생각하기에 따라 은퇴는 설레는 기다림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 이제부터라도 은퇴에 대한 과거의 부정적인 인식을 버리고 은퇴를 새로운 도전의 기회로 활용해보자. 마음을 20년 전으로 되돌렸을 때 그 변화가 몸에도 나타난 것처럼, 우리가 설정해둔 한계로부터 스스로를 해방시키고 건강한 100세 시대의 주인공이 되어보는 것이 어떨까. 자, 이제 당신의 마음 나이는 몇 살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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