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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유통업계서 ‘한국 유학파’ 공채 활발

건설·유통업계서 ‘한국 유학파’ 공채 활발



지난해 8월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국립대학에서 한국 경제를 전공한 산자르 안바로브(24)씨에게 특별한 기회가 찾아왔다. GS건설이 우즈베키스탄의 우즈-코리아 가스 케미칼 유한회사로부터 6592억4038만원 규모의 ‘우스트리아트 가스 화학 복합단지(UGCC) 에틸렌프로젝트’를 수주한 것이다. 계약을 체결하기 위해 우즈베키스탄을 찾은 GS건설 측은 통역을 맡아줄 현지인을 찾고 있었다. 경제학을 전공하며 언어도 함께 공부한 덕에 유창한 한국어 실력을 자랑하는 산자르씨가 그 임무를 맡았다.

2009년부터 외국인 정부 초청 장학생으로서 서울대에서 수학하던 그가 마침 여름 방학을 맞아 고향을 찾았을 때다. 통역 업무를 담당한 산자르씨는 허명수 GS건설 대표 곁에서 프로젝트 계약에 관한전 과정을 도왔다. 한국으로 돌아온 그는 이 인연을 계기로 지난해 9

월, GS건설 사상 처음으로 실시한 외국인 유학생 채용에 응시해 당당히 합격했다.

“원래 목표는 한국에서 공부를 마친 뒤 고국으로 돌아가 정부 기관에서 일하는 거였어요. 그래서 우즈베키스탄에서 인턴십도 했었고요. 하지만 가족과 친구들 모두 한국 대기업에서 일하는 걸 추천했어요. 지금은 이 회사에 들어오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사내 유일한 우즈베키스탄 출신으로서 한국과 고국의 가교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현재 산자르씨는 본인이 ‘통역 아르바이트’로 체결한 UGCC 프로젝트의 로컬 코디네이터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아직 입사한지 6개

월밖에 안된 신입사원이지만 우즈베키스탄 플랜트를 운영하는 데 있어 그는 빠질 수 없는 핵심 인재로 자리잡았다.

GS건설이 지난해부터 외국인 유학생 공개채용에 나선 까닭은 해외 시장 확대에 따라 글로벌 현지화가 당면 과제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회사 관계자는 “올해 수주목표액 16조2000억원 가운데 절반 이상인 약 8조8000억원을 해외에서 수주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을만큼 해외 사업 비중이 커졌다”면서 “한국 정서를 이해하는 주한 외국인 유학생들을 적극 채용해 사업지역 현지화에 전략적으로 활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GS건설은 전세계 14개국 35개 현장에서 플랜트·발전·환경·토목·주택 등 다양한 사업을 진행 중이다.이렇게 채용된 GS건설의 외국인 신입사원은 산자르씨를 포함해 모두 5명. 수 십대 일의 경쟁률을 뚫은 이들은 각각 우즈베키스탄·러시아·말레이시아에서 왔다. 합격자들은 서류전형, 인·적성검사,1·2차 면접 등 한국인 신입사원 채용과 동일한 채용과정을 거쳤다.

다른 점이 있다면 한국어 테스트를 추가로 치렀다는 것뿐이다. 입사이후에도 다른 신입사원들과 함께 2개월간 연수원에서 직무 교육을받았다. 한국어 능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해외사업 진출에 발 맞춰 규모 확대산자르씨와 입사동기인 말레이시아 출신 먹켄렁(33)씨는 한국 기업의 인재육성 방식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했다. 그는 “말레이시아

에서는 면접만 보면 회사에 들어갈 수 있는 데 반해 채용 과정이 길고 까다로워 힘들었다”면서도 “입사 직후 연수에서 직무 교육을 충분히 받은 덕분에 업무에 적응하기 수월했다”고 말했다.

“말레이시아의 고급 인재들은 주로 영국으로 취업하길 원해요. 그런데 요즘은 그런 분위기도 조금씩 달라지고 있어요. 한국 기업이 세

계에서 선전하고 있고, 가전제품이나 자동차 등으로 한국 제품을 자주 접하면서부터죠. 영국 취업만을 고집하던 친구들도 제가 한국 회사에서 좋은 대우를 받고 있다니 부러워하는 눈치에요.”

GS건설 채용 담당자는 “해외사업 진출이 확대될수록 역량 있는 외국인 인재에 대한 수요는 계속 늘어날 것”이라면서 “앞으로 해외

사업 및 인재활용 전략에 발맞춰 채용을 계속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해외 플랜트 사업 매출 중 절반가량을 중동에서 올리고 있는 대림산업도 최근 외국인 유학생 10여 명을 선발했다. 이미 지난해 7월부터 두 차례 선발한 중국·인도·파키스탄 등 각국 출신 외국인 유학생 9명은 서울 본사 근무를 거쳐 향후 세계 각지로 보낼 예정이다.

정성호 대림산업 차장은 “국내 직원들의 글로벌 문화 확산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최근 리비아 독재자인 무아마르

카다피의 사망으로 중동에서 경제전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건설업체들은 이들 ‘한국 유학파’를 적극 채용하고 있다.

공채로 외국인 인재를 뽑는 시스템이 건설업계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최근 중국과 동남아 국가로 사업 영토를 확장해 나가는 CJ그룹도 훌륭한 외국인 인재 확보를 위해 힘쓰고 있다. 해외영업과 사업,마케팅을 능력을 갖춘 재원이 우선 대상이다. 인력 보충이 필요할 때마다 수시 채용을 하다 2008년부터는 공채 과정을 통해 외국인 유학생을 선발하고 있다. 글로벌 인턴십 과정이다. 우수한 외국인 유학생을 많이 보유한 국내의 주요 대학을 돌며 채용 설명회도 여러 번진행했다.

CJ가 보유한 다양한 문화 콘텐트를 이용해 유학생들의 마음을 잡고 있다. 한류의 분위기를 적극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지난해 8월 입사한 안디니(27·인도네시아)씨도 글로벌 인턴십 과정을 통해 CJ와 인연을 맺게 됐다. 고려대 대학원에서 국제통상학과정을 이수한 재원이다. 4년째 한국에 머물고 있다. 대학원 재학 중 CJ에서 인턴을 했고, 졸업 후 입사에 성공했다. CJ는 외국인 직원의 빠른 회사 정착을 위해 신입사원 교육과 별도로 문화 교육을 실시한다.

이슬람교 직원에겐 기도를 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이슬람교도인 안디니는 “종교적인 이유로 돼지고기를 못 먹는데 회사에서 충분히 배려해 준다”며 “종교 문제로 힘든 일은 없다”고 회사에 고마움을 표시했다.외국인 채용 바람의 원조는 유통업계다.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많아지고 해외로 진출하는 기업이 늘었기 때문이다.

2006년부터 주한 외국인 유학생을 꾸준히 채용해 온 롯데그룹은 매년 채용자 수를 늘리고 있다. 현재는 한해 40~50명 정도의 인원을 선발하고 있다. 롯데 관계자는 “국내 인력과의 네트워크와 로열티 강화를 위해 꾸준히 선발하고 있다”면서 “한국 문화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전문 지식을 갖춘 외국인 인재는 기업 입장에서 선호할 수밖에 없다”고 귀띔했다.

대개 유통업체들은 관광객이 몰리는 시기에 통역을 담당할 외국인을 시간제 비정규직으로 고용하거나 해외 현지법인에서 자체적으로 채용해왔다. 그러나 최근 한국 문화에 익숙한 유학생들이 유통업계의 새로운 별로 떠올랐다. 중국·러시아·인도 등 6명의 외국인 직원을 둔 롯데백화점은 올해 10명이내의 외국인을 추가 채용할 계획이다.

‘2018년 글로벌 톱 5’라는 목표에 맞춰 해외소비자의 특성을 간파하기 위해서다.인도의 명문대학 자와할랄네루대를 졸업한 쿠마르 아지트(34)씨는 서울대 국제대학원 석사과정을 거쳐 2008년 8월 롯데백화점에 입사했다. `인도 출신 한국통`으로 불리는 아지트씨는 최근 오픈한 김포공항점 업무를 자처했다. 그는 “모국에서 신규사업을 진행할때 필요한 경험이라고 생각하면 어렵고 힘든 현장이 오히려 도움이될 것 같다”면서 “아시아 각지에 진출하는 롯데에서 일하는데 자부심을 느끼면서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인 많은 백화점·면세점에서 활약LG생활건강도 4월 초 처음으로 중국인 유학생 공개채용을 시도했다. 10명 이내로 최종 선발된 이들은 본사 및 계열사에서 인턴십과 해외 세미나, 실무교육을 받은 뒤 내년 1월 중국 법인에 배치된다.LG생활건강 관계자는 “기존엔 현지 법인에서 직원을 채용한 뒤 국내 본사에서 교육을 받는 방법을 사용했지만 회사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소통을 원활히 하기 위해 본사에서 직접 유학생을 채용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아모레퍼시픽도 현재 16명인 외국인 직원을 연내 20명으로, 4명인 인턴을 10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이들은 해외 소비자들의 피부를 연구하고 상품을 개발하는 업무를 맡게 된다.

회사 관계자는 “한 대만인 사원은 지난해 설화수가 중국에 출시되기 전 중국 내 소비자 조사를 주도해 큰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에 그치지 않고 회사가 인재를 찾아 직접해외로 나가는 경우도 있다. 현대자동차는 2007년 그룹 사상 처음으로 국내 거주 외국인을 대상으로 신입사원 채용공고를 낸 바 있다.

그러나 최근엔 방식을 바꿔 주로 해외에서 필요한 인재를 구한다. 2010년 10월엔 미국 샌디에고에서 포럼을 열어 채용 행사를 진행했다. 학생들에게 프리젠테이션을 시켜 면접을 대신했다. 2011년 말엔 일본 동경대학교에서 비슷한 컨셉트의 행사를 진행하기도 했다.글로벌화 되는 기업을 위해 직접 해외로 나서 인력 확보를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는 것이다.현재 현대차 해외인사팀에서 근무중인 그렉 톰슨(34) 과장도 이런 과정을 통해서 현대와 인연을 맺게 됐다.

뉴질랜드 사람으로 법학과 경영학 학사 학위를 소유한 그는 현대차에 입사하기 전 영국 런던의 한 회사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어느 날 그는 세계적인 무대에서 사업을 펼치는 기업에서 자신의 역량을 펼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러던 중 신문에서 현대차의 채용 공고를 보고 지원하게 됐다. 그는 “한국이라는 낯선 나라에서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이 조금 망설여졌다”며 “당시 현대자동차가 세계적으로 사세를 빠르게 확장하고 있어, 그 가능성을 믿고 도전하게 됐다”고 말했다. 2007년 6월의 일이다.

가능성에 배팅한 그의 선택은 옳았다. 현대차는 이 후 더 많은 국가에 진출했다. 회사의 외형도 상당히 커졌고 그가 맡은 업무도 점점더 늘어났다. “한국어 공부를 할 틈도 없이 바쁜 생활을 하고 있다”고 말하는 톰슨 과장이지만 한국에서의 생활에 만족하고 있다. 그

는 “한국 기업 특유의 빠른 스피드가 내 적성에 맞는 것 같다”며 “전 세계를 누비며 내가 일하는 만큼의 성과를 곧바로 확인할 수 있어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인력난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의 외국인 유학생 고용도 활발하다.LS산전 HR팀에서 일하는 체코인 미카엘 살씨는 노력파다. 한국 기업에 입사하기 위해 온라인 조 모임을 갖거나 별도의 면접 스터디를 해가며 취업 준비를 했다. 준비 과정에서는 언어가, 입사 후에는 한국적인 기업문화가 그를 어렵게 했지만 미카엘씨는 자신의 직업에 만족하는 눈치다. 미카엘씨는 “입사 전 채용 정보를 얻는 게 가장 힘들었다”며 “기업은 필요로 하고 유학생들도 원하는 데 이 사이에 정보 교류가 부족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래서인지 그가 HR

팀에서 주로 담당하는 일은 외국인 사원 채용 지원 분야다.

미카엘씨처럼 LS산전에 입사해 일하고 있는 외국인은 총 28명이다. 중국·일본·멕시코 등 국적도 다양하고 근무지 역시 본사부터 각 사업장에 퍼져있다. 한국어 구사 능력이 뛰어난 교포 출신도 있지만 코트라에서 주관하는 유학생 박람회 등을 통해 취업 문을 뚫은 사례도 있다. LS산전 인사팀 관계자는 “회사의 글로벌화를 앞당기기 위해 외국인 지원자를 적극적으로 채용하고 있다”며 “그 범위 또

한 해외영업에 국한하지 않고 경영지원, R&D, 설계 등 전사에 걸쳐 채용 규모를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 시장으로 나아가기 위해

필요한 능력을 갖췄다면 내·외국인을 가리지 않고 채용한다는 게 LS산전의 기본적인 방침이다.

외국인 채용 규모가 커지고는 있지만 어렵게 구한 인력을 제대로 활용해보지도 못한 채 잃는 경우도 많다.전문가들은 “글로벌 인사 기준이 부재하고 제도상 인프라가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한국 기업 문화에 적응하지 못한 경우도 부지기수다. 최근 수십 여 명의 외국인 유학생을 대거 채용한 한 중견기업은 얼마 전 황당한 일을 겪었다. 입사 한달 여 만에 선발인원의 절반 가량이 단체로 퇴사했기때문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연수 과정에서 커뮤니케이션이 잘 되지않아 사측과 외국인 채용자 간에 오해가 생겼고, 이에 불만을 느낀 몇몇 유학생이 주도해 현재 상당수가 퇴사한 상태”라고 밝혔다.


뿌리 못내리고 이탈하는 외국인 많아2005년 국내 거주 중국 유학생 공채를 시작으로 외국인 공채를 실시해오던 SK그룹은 최근 수시채용 방식으로 회귀했다. 시작할 당시 만 해도 미국인 40명, 중국인 40명, 호주·뉴질랜드인 5명 등 100여명을 선발해 전체 신입사원의 10%에 해당될 만큼 많은 수였지만 현재 회사에 근무하고 있는 인원은 많지 않다. 이 회사 관계자는 “몇년 전에 공채를 실시했지만 생각보다 효과를 보지 못했다”면서 언어와 문화적 차이가 극복되지 않는 상황에서 외국인 채용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2000년대 초반 대기업들이 경쟁적으로 외국인직원을 채용했지만 적응에 어려움을 겪던 외국인 직원들이 한 순간에 회사를 떠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며 “뽑는 것도 중요하지만 제대로 인력을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으면 안 뽑는 것만 못하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인사 담당자들은 “이젠 더 이상 능통한 외국어 구사 능력이나 해외 MBA 학위 같은 외형적 조건만으로 진정한 글로벌 인재라고 보긴 힘들다”고 입을 모았다. 세계 글로벌 기업의 인사 담당자들의 경우에는 글로벌 인재의 기준을 두고 이중 언어 구사 능력과 이문화 동화 능력, 전문 내용 이해 및 실행력 등으로 나누고 이에 대한 업무 수행 능력을 평가한다.

황소영 HR코리아 상무는 5월, 지식경제부와 코트라가 공동 개최한 ‘글로벌 인재사업 심포지엄’에서 “국내 기업의 외국인 인재 채용은 늘고 있지만 인재 관리 수준은 아직 초보단계”라면서 “힘들게 구한 인적자원을 적재적소에 투입해 글로벌 인재 풀을 넓히는 방안을 연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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