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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ck - 한국 증시 ‘왕따’ 이어질 듯

Stock - 한국 증시 ‘왕따’ 이어질 듯

엔화 약세, 기업 실적 둔화 영향 … 미국 증시와 디커플링 해소 기대는 시기상조



1995년 4월 18일 달러당 엔화 가치가 81.1엔으로 올랐다. 장중 한때 80엔을 밑돌았지만, 종가는 80엔대를 유지한 채 마감했다. 이날이 엔화 강세의 마지막 날이었다. 1985년 9월 22일 플라자 합의로 시작된 엔고가 10년 이상 계속된 후 반전이 시작된 것이다. 절상이 끝나자 3년 동안 절하가 계속됐다. 처음 5개월은 엔화 가치가 빠른 속도로 떨어져 9월 19일에 100엔을 넘었다. 이후 속도가 둔화됐지만, 절하 추세가 147엔까지 이어졌다.

이 기간 엔화 대비 원화 가치는 955원에서 689원으로 28% 절상됐다. 1997년 2월에 원화 절상이 끝나지만 그해 말 외환위기가 발생해 상황 개선을 따질 때가 아니었다. 주가는 해당 기간 크게 하락했다. 코스피 지수가 950포인트일 때 엔화 대비 원화 강세가 시작됐다. 1997년 2월 강세가 최고조에 달하자 주가가 660포인트로 떨어졌다.

엔화 약세가 여전히 진행형이다. 국제 시장에서 우리와 수출 경합도가 높은 나라의 통화가 약세로 기울었기 때문에 당분간 수출이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미 영향이 나타났다. 4월 수출 증가율이 0.4%로 기대에 못 미쳤다. 선진국 수요 회복이 더딘 탓도 있지만, 엔화 약세에 따른 부담도 무시할 수 없다.

달러당 엔화 가치가 100엔을 넘으면서 우려가 한층 커졌다. 엔화 가치가 고점 대비 30% 떨어졌는데도 절하가 멈추지 않는다.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모르는 상태에서 가격이 한쪽으로 쏠리면 투자 심리가 요동치게 되는데 지금이 그런 모습이다.

유동성 확대 정책이 엔화 약세의 원인이다. 일본은행이 물가 목표를 1%에서 2%로 상향 조정한 데 이어 내년 말까지 본원통화와 자산 매입 규모를 현재보다 2배 이상 늘리기로 했다. 미국과 일본의 경제력 차이도 벌어졌다. 4월 신규 고용이 16만5000명 늘어나는 등 미국 경제는 시장의 예상을 넘는 회복세를 보였다. 이에 비해 일본은 적극적인 디플레이션 탈피 전략에도 소비자물가가 0.9% 하락하는 등 지지부진한 모습을 면치 못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4년 동안 일본이 세계 경제의 부담 요인 중 상당부분을 떠안았다. 미국 경제가 회복 국면에 진입하고, 유럽이 부도 상태에서 벗어남에 따라 일본은 그동안 짊어진 부담을 내려놓으려 할 것이다. 선진국도 묵시적으로 동의한다. 엔화의 절하는 인정하지만, 속도가 너무 빨라 적응하기 어려운 상황이 벌어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엔화 약세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국내 경제는 엔화와 선진국 경제 흐름에 따라 좌우될 것이다. 다행히 이번에는 1995년과 달리 달러화에 대해 엔화와 원화가 동시에 절하될 가능성이 있다. 국내 경제가 좋지 않은데다 우리 경제가 소규모 개방 경제라엔화 약세에 따른 불안이 대외 환경을 압도할 수 있어서다.



중·소형주 수익률 게임 활발엔화 약세만큼 ‘디커플링(탈동조화)’도 시장에서 관심을 끈다. 디커플링에 대한 시장 논의를 정리하면 ‘우리와 선진국 시장이 다른 모습을 보이는 건 비정상이다. 시간이 지나면 상황이 개선될 것이다. 국내 주가 상승으로 디커플링이 해소될 텐데 이 과정이 시작되면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로 요약된다.

정말 그럴까? 지금의 디커플링은 비정상적인 상황이라 발생한 게 아니다. 우리 시장은 선진국보다 매력적이지 않다. 실적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1분기 실적 발표가 끝난 110개사의 순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9% 줄었다.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3.2%와 8.3% 늘었다.

삼성전자를 제외하면 다른 모습이 나오는데 매출 증가율이 0.9%에 그치고,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각각 10.2%와 30.5% 줄었다. 110개 기업은 유가증권 상장기업 전체의 10%에 불과하다. 그러나 시가총액으로는 60%를 넘어 실적 발표가 모두 끝나도 지금의 추세가 달라지진 않을 것이다. 국내 기업의 이익은 이미 1년 전부터 줄었다. 실적이 구조적으로 악화됐다는 의미다.

이와 달리 미국 S&P 500에 속한 기업의 1분기 영업이익은 0.6% 감소에 그쳤다. 예상치와 비교해도 영업이익 총액이 3488억 달러로 예상치(3401억 달러)보다 많았다. 중장기적으로도 미국 기업들은 금융위기 이후 2년 넘게 사상 최고 이익을 냈다.

우리 시장과 선진국 시장의 디커플링이 기초적인 여건 차이에서 발생한 만큼 되돌리기 어렵다. 과거 경험에 의존해 조만간 코스피 지수가 선진국 주가를 따라잡을 거로 생각하는 건 안일한 자세다. 이익 차이를 고려할 때 주가가 차별적으로 움직이는 게 같이 움직이는 것보다 더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돈의 흐름도 달라졌다. 연초 이후 미국과 일본으로 돈이 몰렸지만 우리 시장에선 돈이 빠져나갔다. 시장에서는 뱅가드 펀드 때문이라 얘기하지만 그게 없었어도 상황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을 것이다. 주가가 오르는 곳에 돈이 들어가고, 반대에서는 돈이 빠져 나오는 게 당연한 현상이다. 주가 디커플링과 외국인 매도라는 구조가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우리 시장에서 중·소형주가 가장 오랜 기간 상승한 때는 1995년이다. 무려 2년에 걸쳐 올랐다. 부도설에 시달리던 일부 중·소형 종목이 2년이란 세월을 거치면서 우량주 주가보다 높기도 했다. 지금도 중·소형주 강세다. 코스닥 시장이 연일 5년 내 최고치를 경신하고, 유가증권 시장의 중·소형주도 이 흐름에 동참했다.

시장이 중·소형주를 중심으로 수익률 게임에 들어간 모습이다. 증시 환경도 중·소형주에 우호적인 흐름이다. 중·소형주 강세 이전에 대형주가 5~6년에 걸쳐 올라 가격 차가 벌어졌고, 자금 유입이 줄어 대형주 움직임이 둔해졌다.

투자자로서는 한정된 종목을 가지고 투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중·소형주가 대안으로 떠올랐다. 당분간 중·소형주 중심의 매매 패턴이 계속될 것이다. 사람은 과거 기억에서 벗어날 수 없다. 아직 2003년 이후 4년간 계속된 중국 경제와 소재·산업재 강세의 기억이 남아 있다. 그러나 시장은 거기에 머무는 걸 허락하지 않는다.



디커플링(Decoupling)
한 나라 경제가 특정 국가나 세계의 경제와 같은 흐름을 보이지 않고 탈동조화되는 현상. 모건스탠리가 처음으로 사용한 용어다. 예컨대 서구의 증시는 상승하는데 아시아 증시는 전체적으로 하락하는 현상이 디커플링에 속한다. 이와 달리 한 나라 또는 일정 국가의 경제가 다른 국가나 보편적인 세계 경제 흐름의 영향을 받는 걸커플링(동조화)이라고 한다. 커플링과 디커플링은 미국의 경제 상태에 따른 전 세계경제 상황을 묘사하는 데 많이 쓰인다. 특히 우리나라는 미국 경제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디커플링 논의가 잦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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