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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ATURES documentary - “업계 꼭두각시 아닌 음악 즐기는 진짜 아이돌 그룹”

FEATURES documentary - “업계 꼭두각시 아닌 음악 즐기는 진짜 아이돌 그룹”

원 디렉션의 콘서트 다큐멘터리 ‘디스 이즈 어스’, ‘슈퍼 사이즈 미’의 모건 스펄록 감독이 이들의 남다른 인기 비결 파헤쳐
“디스 이즈 어스’는 스펄록의 영화 중에 웨스트버지니아주 그의 고향 마을에 있는 하나뿐인 극장에서 상영되는 첫 작품이다.



원 디렉션(영국의 5인조 아이돌 그룹)의 열성 팬은 어떤 사람들일까? 미국의 14세 소녀 크리스털 피네다는 이 그룹이 지난 8월 NBC 방송의 ‘투데이’ 쇼에서 공연을 펼치기 6일 전부터 뉴욕 거리에서 야영을 시작했다. 또 남성잡지 GQ가 지난 여름 이 그룹 멤버들을 깎아 내리는 내용의 기사를 싣자 일부 팬들은 잡지 편집자들을 “불구로 만들어 버리겠다”고 협박했다.

또 내가 원 디렉션이 묵고 있던 호텔에서 열리는 행사에 참석하려고 가던 길에 내 목에 걸려 있던 프레스 배지(취재용 인식표)를 낚아채려는 소녀도 있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딸 말리아와 사샤는 이 그룹을 백악관에 초청해 공연하도록 했다. 다큐멘터리 감독 모건 스펄록(42)도 이 그룹의 팬이다.

스펄록은 30일 동안 맥도널드 햄버거만 먹으면서 자신의 몸에 일어나는 놀라운 변화를 기록한 다큐멘터리 ‘슈퍼 사이즈 미(Super Size Me)’로 이름을 얻었다. 재미있으면서도 신랄한 풍자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또 스펄록의 진짜 팬이라면 ‘POM 원터풀 프레즌트(POM Wonderful Presents:The Greatest Movie Ever Sold)’와 지난해 나온 ‘맨섬(Mansome)’도 잘 알 것이다.

‘POM …’은 작품 속 광고의 확산과 TV·영화의 브랜드화를 다뤘고 ‘맨섬’은 남자들의 몸단장을 주제로 했다. 하지만 스펄록이 원 디렉션의 콘서트 다큐멘터리를 만들게 될 줄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그의 신작 ‘원 디렉션: 디스 이즈 어스(One Direction:This Is Us)’는 타이거 비트(미국의 청소년 팬 잡지)의 단골 표지 모델인 이 그룹이 세계 곳곳을 돌며 순회 공연을 펼치는 모습을 담았다. 스펄록이 이 다큐멘터리의 연출을 맡은 데는 그 나름의 이유가 있다.

“‘디스 이즈 어스’가 개봉되는 날 이전에 내가 만든 모든 영화의 개봉일 기록을 합친 것보다 더 많은 나라의 더 많은 영화관에서 더 많은 사람이 이 작품을 관람하게 될 것”이라고 스펄록은 말했다. 나는 영화가 개봉되기 전 맨해튼의 한 호텔에서 홍보 활동을 펼치는 그를 만났다. 7층에 있는 그의 객실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에도 호텔 밖에 모여든 원 디렉션 팬들의 환호성이 들렸다.

그들은 원 디렉션 멤버들이 호텔에 드나들 때 그 모습을 잠깐이라도 보려고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요세미티 샘(만화 캐릭터)처럼 콧수염을 기른 스펄록은 몸이 건장하고 차림새가 말쑥했다. 그런 그가 만면에 미소를 띠고 들뜬 목소리로 원 디렉션에 관해 이야기하는 모습은 놀라우면서도 귀여워 보였다. 그는 마치 10대 소녀 팬처럼 두 눈을 반짝이며 그들과 함께했던 시간을 회상했다.

“영화감독으로서 이런 기회를 맞기는 쉽지 않다”고 스펄록은 말했다. “세계적으로 인기를 누리고 있을 뿐 아니라 앞으로 그 위상이 한층 더 높아질 밴드의 다큐멘터리를 만들 기회 말이다.” (‘디스 이즈 어스’는 스펄록의 작품 중 그의 고향인 웨스트버지니아주 파커스버그의 하나뿐인 극장에서 상영되는 첫 작품이다.)

‘디스 이즈 어스’는 로커펠러 플라자의 콘서트에 1만8000명의 소녀 팬을 불러 모아 어깨를 들썩이며 흐느끼게 만드는 19~21세의 꽃미남 다섯 명의 이야기다. 대중문화의 특이하고 흥미로운 트렌드를 다뤘다는 점에서 ‘슈퍼 사이즈 미’ ‘POM …’ ‘맨섬’과 맥을 같이 한다.

사실 스펄록은 이전에 저스틴 비버와 케이티 페리의 콘서트 다큐멘터리 연출을 의뢰 받았었다. 그 때는 작업 중인 다른 프로젝트 때문에 거절할 수밖에 없었지만 원 디렉션의 다큐멘터리 연출 제안은 열두살짜리 팬처럼 신이 나서 덥석 받아들였다.

스펄록의 팬들이 원 디렉션의 열성 팬들에 뒤섞여 ‘디스 이즈 어스’를 보게 된다면 그들은 인기 그룹에 열광하는 한 남성 팬의 찬양을 훌쩍 뛰어넘는 뭔가를 보게 될 것이다. 그들은 원 디렉션이 연간 10억 달러를 벌어들이는 최초의 보이 밴드로 떠오르게 된 요인이 뭔지 이해하게 될 것이다. 단 2년 만에 앨범 3000만 장이 팔리고, 120곳에서 열린 세계 순회 공연 티켓이 전부 매진된 이유를 짐작하게 된다.

또 많은 음악 소비자들이 원 디렉션의 음악을 모르는데도 이들이 현재의 위치에 오르게 된(이렇게 해서 원 디렉션은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그룹인 동시에 가장 잘 알려지지 않은 그룹이 됐다) 희한한 사연(소녀 팬들의 열광적인 트위터 댓글이 큰 역할을 했다)도 알게 된다.

그들은 또 원 디렉션이 수많은 다른 팝 그룹의 노래와 별반 다르지 않은 ‘What Makes You Beautiful’ ‘Best Song Ever’ 같은 곡들로 이렇게 큰 인기를 누리게 된 수수께끼도 이해하게 될 것이다. 한마디로 ‘디스 이즈 어스’는 여느 콘서트 다큐멘터리와 다르게 기대 이상의 무게감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스펄록의 작품답다.

그렇다고 스펄록이 원 디렉션의 팬이 아니라는 말은 아니다. “사람들은 원 디렉션이 ‘인기를 노리고 인위적으로 꾸며진 그룹’이라고 깎아 내리려 든다”고 스펄록은 말했다. 이 그룹의 멤버인 해리 스타일스와 리암 페인, 루이 톰린슨, 제인 말릭, 나일 호란은 2010년 사이먼 코웰이 ‘X 팩터’(영국의 인기오디션 프로그램) 에서 하나의 그룹으로 엮어주기 전에는 서로 만나본 적도 없다고 사람들은 말한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결성된 밴드는 이전에도 많았다. 몽키스도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밴드였지만 훌륭했고, 피터폴 앤 메리도 그랬다. 게다가 스펄록의 말마따나 “이런 식으로 인기 밴드를 탄생시키는 일이 그렇게 쉽다면 왜 지난 15년 동안 원 디렉션처럼 성공적인 밴드가 나오지 않았을까? 그것을 뛰어넘는 뭔가가 있다는 이야기다. 훨씬 더한 뭔가가 말이다.”

그 “훨씬 더한 뭔가”를 포착한 것이 ‘디스이즈 어스’의 강점이다. 물론 이 영화에도 간간이 콘서트 다큐멘터리에서 상투적으로 쓰는 수법이 동원된다. “이들이 현재의 위치에 오르기 위해 얼마나 많은 것을 포기했는지 보라”는 식의 감상적인 접근이다.

(자주 보지 못하는 아들이 너무도 그리운 리암의 어머니가 매디슨 스퀘어 가든 콘서트의 기념품점에서 아들의 실물 크기 사진을 구입하는 장면은 가슴 아프면서도 우스꽝스럽다.) 하지만 스펄록의 영화는 이 유명한 가수들의 사랑스럽고 재미있는 일상을 많이 보여준다.

원 디렉션은 기본적으로 비틀스가 완성한 이후 백스트리트 보이스와 엔싱크까지 수많은 그룹이 이용한 성공적인 보이 밴드의 전략을 따랐다. 과거에 이런 그룹들은 각각의 멤버에게 뚜렷하게 구분되는 이미지와 역할을 부여했다.

실제로는 멤버 간에 별 차이가 없더라도 이런 식으로 각자에게 확실한 한 가지 이미지를 심어줌으로써 다양한 취향의 소비자들이 이들 중 어느 한 명이라도 좋아하도록 만들려는 전략이다. 다정하고 귀여운 형, 섹시한 형, 위험한 형 등으로 구분해 옷 입는 스타일부터 그 유형에 맞도록 신경 썼다.

하지만 원 디렉션은 멤버 간에 뚜렷한 이미지 차이가 없다. 이것은 ‘디스 이즈 어스’의 큰 발견이다. 그들은 모두 비슷비슷하다. 다시 말해 평범한 젊은이들이다. 어리숙하고 장난기 많고 재미있으며 기분이 쉽게 변한다. 그리고 이전의 어떤 보이 밴드보다 더 솔직하게 자신들의 이런 면을 팬들과 언론 앞에 기꺼이 드러낸다.

엔싱크와 백스트리트 보이스는 기본적으로 업계의 실력자들이 줄을 당기는 대로 움직이는 꼭두각시였다. 엔싱크는 ‘Bye Bye Bye’ 뮤직 비디오에서 실제로 꼭두각시 인형처럼 줄에 연결된 채 춤추고 노래했다. 하지만 원 디렉션 멤버들은 진짜 젊은이들이다.

해리가 다른 멤버의 코를 후비는 천진난만한 모습을 보고 그에게 반하지 않을 수 있을까? 마틴 스콜세지 감독이 이들의 공연이 끝난 다음 분장실로 찾아갔을 때 아무도 그를 알아보지 못하는 모습은 또 어떤가? 공연이 시작되기 전 멤버들은 마치 한 배에서 태어난 강아지들처럼 거대한 경기장 안을 퉁탕거리며 돌아다닌다. 또 투어 버스 안에서 누가 방귀를 뀌었는지를 놓고 옥신각신한다.

그리고 이들은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밴드’라는 칭찬을 뛰어난 유머 감각으로 받아넘긴다. 루이는 자신들이 “노래하기를 즐겼던 평범한 젊은이들, 그러나 춤은 지독히 못 췄던 녀석들”로 기억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음악 소비자 중엔 원 디렉션의 노래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디스 이즈 어스’는 스펄록의 말대로 “어른들이 애플에 투자하듯이 소녀 팬들이 이 밴드에 투자하는 이유”를 확실히 보여준다. 원 디렉션의 트위터 계정을 훑어보고 토크쇼 인터뷰를 시청하고 ‘디스 이즈 어스’를 관람하고 나면 이들의 매력을 알아본 팬들이 왜 그렇게 미치도록 이들을 사랑하게 되는지 알게 된다.

혹시 또 아나? ‘디스 이즈 어스’를 90분 동안 관람한 뒤 당신도 그들과 사랑에 빠지게 될지 말이다. 스펄록은 큰 소리로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다큐멘터리를 찍으며 원 디렉션과 함께 시간을 보낸 뒤 내 아이팟엔 그들의 노래 천지다. 앨리스 쿠퍼와 메탈리카 등의 노래와 나란히 실려 있다. 그들이 아름다운 이유는 사랑하지 않고는 배길 수 없게 만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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