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구조개혁 필수적” 통화정책, 물가안정의 ‘만능열쇠’ 아냐
- [물가와의 전쟁]④
필수재 물가 수준 OECD 1위…부동산 가격 양극화
금리인하 사이클 맞지만…금융안정 상황 고려

[이코노미스트 김윤주 기자] 이재명 정부는 집권 초기부터 ‘물가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천명했다. 다만 치솟는 생활물가, 부동산 가격 양극화, 경기침체 국면 등이 겹치면서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은 고차방정식에 직면했다. 실제로 한국은행은 물가 수준을 조정하는 것은 통화정책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물가상승률 2% 안정권에도…무서운 ‘생활물가’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우리나라 소비자물가지수의 전년 동기 대비 상승률은 ▲1월 2.2% ▲2월 2.0% ▲3월 2.1% ▲4월 2.1% ▲5월 1.9% 등이다. 이는 한국은행의 물가상승률 목표치인 2.0% 인근에서 움직여, 한은은 물가상승률이 안정적인 흐름이라고 평가한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6월 18일 서울 중구 한은에서 열린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설명회에서 “올해 상반기 중 가공식품과 일부 서비스가격이 인상된 점은 연중 상방 요인으로 작용하겠으나, 낮은 수요압력 등이 이를 상쇄하면서 올해 하반기 중 소비자물가와 근원물가 상승률은 모두 1%대 후반 수준에서 안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최근 들어 중동지역 지정학적 갈등 고조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이 물가 상방 요인으로 부각된 점에는 유의할 필요가 있다. 이 총재는 “이외에도 물가 전망경로 상에는 미국 관세정책의 전개 양상, 내수 회복 속도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고 짚었다.
더 큰 문제는 소비자 구입 빈도와 지출 비중이 높은 품목으로 구성된 생활물가 상승률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웃돌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가공식품 물가 상승률은 4%를 웃돌고, 외식물가 역시 오름세다.
한은의 ‘최근 생활물가 흐름과 수준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시기인 2021년 이후 올해 5월까지 필수재 중심의 생활물가 누적 상승률은 19.1%로 소비자물가 상승률(15.9%)보다 3.2%포인트(p) 높았다. 이는 팬데믹 기간 중 공급망 차질,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기상여건 악화 등 대내외 공급충격이 중첩되면서 생활물가 내 비중이 큰 식료품·에너지 물가가 크게 오르면서다.
우리나라의 물가수준을 OECD 주요국과 비교하면, 의식주 등 필수재의 물가수준이 높다. 구체적으로 우리나라의 2023년 기준 의류(161)·식료품(156)·주거비(123)의 물가 수준은 OECD 평균(100)을 크게 상회한다.
특히 식료품 가격 중에서는 농축수산물뿐만 아니라 가공식품의 가격도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우리나라의 과일·채소·육류가격은 OECD 평균의 1.5배 이상이며, 빵이나 유지류 같은 가공식품의 가격도 높은 편이다. 생산성과 개방도가 낮은 데다, 유통비용이 높은 점도 일부 작용한 것으로 평가된다.
한은은 생활물가 상승으로 가계의 체감물가가 높은 수준을 지속하는 상황은 가계의 기대인플레이션에 영향을 미쳐 중장기적으로 물가 안정을 저해할 수 있다고 봤다. 이에 따라 규제 및 진입장벽 완화 등을 통해 기업 간 경쟁을 촉진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서울·지방 집값 격차 ‘세계 1위’…“기대심리 관리해야”
부동산 가격 상승과 수도권과 지방간 집값 양극화 역시 물가와 소비에 영향을 준다. 한은에 따르면 국내 주요 도시의 집값을 전국 수준으로 나눈 ‘주택가격 양극화 지수’는 올해 들어 한국이 1.5배에 육박해, 중국을 제치고 7개 주요국 중 가장 높아졌다. 지난 2013년 말부터 올해 5월까지 서울과 전국 간 주택가격 상승률 격차는69.4%포인트(p)로, 중국(49.8%p)과 일본(28.1%p)·캐나다(24.5%p)를 크게 웃돌았다.
우리나라의 주택가격 양극화는 코로나19 회복 국면에서 주춤했다가, 2023년 이후 다시 확대됐다. 특히 서울 주택가격은 오름세를 지속한 반면 비수도권 광역시는 하락세를 보이며 격차가 더욱 벌어졌다. 한은은 주택가격 양극화의 원인으로 ‘수도권과 비수도권간 경제력 격차 확대’, ‘수도권 인구 집중’ 등을 꼽았다. 지난 10년간 지역 내 총생산(GRDP)을 보면 수도권 비중이 2015년 비수도권을 넘어섰고, 최근에는 53%까지 커졌다.
집값 양극화는 주거비 격차 확대로도 이어져, 이는 물가와 소비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도 나타났다. 최근 지역별 체감 자가 주거비는 서울 229만원, 전국 113만원으로 계산됐다. 전국 최하위인 전남 49만원과 비교하면 서울이 4.7배에 달했다.
이 총재도 집값 상승세를 우려한다. 그는 “금리가 인하 추세에 있고 몇 년 동안 공급이 부족할 것이라는 여러 기대가 작용하고 있다”며 “기대를 잘 관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또한“구체적인 부동산 공급안이 수도권에서 나와야 한다”며 “한은은 경기를 보고 금리를 결정하겠지만, 과도하게 유동성을 공급해 기대심리를 증폭시키는 잘못을 범해서는 안 된다”고도 했다.
한은은 주택가격 양극화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단기정책과 구조개혁을 함께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한은 관계자는 “생활물가와 부동산 시장의 양극화는 구조적 문제이기 때문에 통화정책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며 “공급여력 확충, 유통구조 개선 등 구조개혁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상대 한국은행 부총재 역시 지난 6월 24일 기자간담회에서 “물가와 경기 흐름만 보면 분명히 금리 인하 사이클에 있지만, 가계부채 등 금융안정 상황 때문에 시기와 속도를 조절하고 있다고 보다 더 강조하고 싶다”며 “그간에도 고려 요소였지만 더 큰 고려 요소가 됐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유 부총재는 부동산 부문으로 신용이 집중되면서 유발되는 자원의 비효율적인 배분 문제가 인구구조 등 다른 부정적인 구조적 요인과 밀접하게 연관되면서 우리 경제에 부담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 부총재는 “우리나라의 구조 변화가 물가안정과 금융안정 등 정책 목표 간의 상충 관계를 만들기도 한다”며 “금융안정 상황을 더욱 유심히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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