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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URNALISM & SURVEILLANCE - 영웅인가 반역자인가

JOURNALISM & SURVEILLANCE - 영웅인가 반역자인가

미 국가안보국(NSA) 감청 스캔들을 터뜨린 언론인 글렌 그린월드 그가 말하는 내부 고발과 탐사보도의 혁명



글렌 그린월드는 변호사 출신의 언론인이다. 내부 고발자 에드워드 스노든이 넘겨준 미 국가안보국(NSA) 기밀문서를 기사로 폭로해 전 세계의 헤드라인을 장식한 인물이다. 최근 그린월드는 뉴스위크 독점 인터뷰에서 언론이 정부와 대기업 같은 거대 기관을 취재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꿔놓을 혁명이 곧 일어난다고 전망했다.

그 혁명은 불가피하다고 그는 주장했다. 디지털 콘텐트의 만연으로 방대한 양의 정보에 즉시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경제는 그 때문에 이미 달라졌다고 그린월드는 지적했다. “정부와 업계는 방대한 데이터 없이는 제대로 작동할 수 없으며 많은 사람이 그 데이터에 접근할 필요가 있다.” 접근 수단이 있고 양심을 가진 한 사람만 있으면 통제가 아무리 철저하다고 해도 정보는 유출될 수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정부와 기업, 단체는 내부 정보가 자신들이 공개적으로 말하는 것과 모순될 때 그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런 정보도 신속히 내려 받아 은밀히 유출될 수 있다. 에드워드 스노든이 NSA 파일을 빼내 그린월드 기자에게 전했고, 첼시 매닝 일병이 외교군사 기밀문서를 위키리크스를 통해 폭로했듯이 말이다.

그린월드는 뉴스란 특정 사건의 공식적인 설명과 공식적인 비판이 대부분이며 가끔씩 비공식적 비판이 양념으로 들어간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그 ‘양념’이 주요리가 될 날이 머지않았다고 선언했다. 그린월드 자신과 세계 최대 온라인 경매사이트인 이베이(eBay)의 창업자 피에르 오미디야가 시작한 독립언론 프로젝트가 그 운동을 이끌기 때문이다.

제임스 앤더슨 AP 기자가 IAPA 총회에서 그린월드 질의응답의 사회를 보고 있다.


빅브러더가 망치는 저널리즘미국 언론을 불신하던 스노든은 미국 정부의 전방위적인 사찰을 폭로할 ‘믿을 만한 언론인’으로 영국 가디언지 기자인 그린월드를 선택했다. 그린월드는 올해 3월부터 스노든을 접촉했고, 가디언지는 6월 초부터 스노든이 공개한 1급 기밀문서를 연일 ‘단독’ 보도했다.

그린월드는 미국에선 곧잘 반역자나 스파이로 간주되지만 브라질에선 대통령부터 일반 국민까지 그를 영웅으로 부른다. 그는 존 르 카레의 첩보 소설에 나오는 주인공보다 훨씬 건장한 중년의 파도타기 선수처럼 보인다. 글렌 그린월드는 현재 브라질 정부의 보호를 받고 있다.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은 스노든의 폭로 내용을 근거로 NSA의 스파이 행위가 브라질의 주권을 침해했다며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의 국빈 만찬까지 취소했다. 현재 그는 리우데자네이루의 부유한 동네 상콘라두의 언덕 위에 있는 집에 거주한다. 시장 관저 바로 곁이다. 그린월드는 또 그 바로 곁에는 라틴아메리카 최대의 ‘파벨라’가 있다고 말했다. 브라질의 빈민촌을 일컫는다.

언론 노출을 피해오던 그린월드가 최근 뉴스위크와 단독 인터뷰를 가졌다. 그가 센세이션을 일으킨 NSA 정탐·감시 프로그램 폭로 기사를 게재한 가디언지를 떠나 오미디야가 투자한 글로벌 인터넷 뉴스 신생업체에서 일하기로 했다는 ‘1급 비밀’ 정보가 새어 나온 이후 처음으로 가진 장시간의 인터뷰였다.

당연히 먼저 본인의 허가를 받지 않은 ‘정보 누설’의 피해자가 된 소감을 물었다. “개의치 않는다.” 그는 탄산음료 캔을 내려놓고 살짝 튀긴 오징어를 집어들며 빙그레 웃었다. 소매가 짧은 풀오버 셔츠와 황갈색 반바지, 샌들 차림이었다. 곁에 놓인 배낭에는 휴대전화가 들어 있었다. 우리가 대화하는 동안 자주 벨이 울렸다. “저널리즘의 여러 거물들과 우리 프로젝트를 논의하기 때문에 그런 정보가 누설됐다고 해도 놀랄 일이 아니다.”

그린월드는 오미디야의 새 프로젝트가 세계 각지의 영향력 있는 언론인들을 참여시키고, 어디에도 아첨하지 않고 불편부당하게 전달하는 보편적인 뉴스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공식 보도에 회의를 제기하는 기사를 위주로 모든 분야를 가리지 않고 다룰 예정이라고 다짐했다. 스포츠도 예외가 아니라고 그는 말했다.

(오미디야는 2억5000만 달러를 투자해 독립 언론사를 창간한다고 밝혔다. 오미디야는 “독립 저널리스트들에게 온라인 활동 공간을 제공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보도자료를 통해 말했다. 그린월드 외에도 다큐멘터리 제작자 로라 푸아트라스 등 저명 언론인들이 합류한다. 뉴욕대 언론대학원 제이 로센 교수에 따르면 오미디야는 NSA 파문을 통해 “세계언론 자유가 위협받는 현실이 새 매체를 고민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그린월드의 생각에 정부의 국민 감시는 저널리즘을 망친다. 권력의 비리를 폭로하는 언론인의 행동을 정부가 감시할 수 있도록 해주기 때문이다. 정부는 베일 속에서 움직이고 국민의 사생활은 노출되는 세계란 끔찍할 수밖에 없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이 의도하고 건전한 민주주의가 요구하는 것과는 정반대다.





컴퓨터를 파괴하는 정부 요원들그린월드는 미국에서 신망 높은 법률회사 중 하나인 워치텔 립턴에서 변호사로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하지만 그는 기업체를 대변하는 일에 환멸을 느꼈다. “난 무료 공익 법률 서비스 제공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고 그는 말했다. 수익성 높은 고객을 발굴하기보다 민권 같은 사회 문제에 매달렸다.

그는 변호사를 그만두었지만 뉴욕대 로스쿨에서 배운 법률 지식이 여전히 그의 언행에 배어 있다. 그는 체포를 면하거나 직무를 정지 당하지 않는 장기적인 법률 전략을 갖고 있다. 또 그는 자신의 보도에 제한을 가하는미국 정부의 강점과 약점을 미묘하게 잘 이해하는 듯했다.

그린월드는 왜 자신을 세계적인 유명인사로 만들어준 가디언지를 떠났을까? 가장 큰 이유가 19세기 영국의 공직자 비밀 엄수법(Official Secrets Act)이라고 그는 말했다. 정부에 비밀을 보호하는 강력한 수단을 부여한 법이다. 그럼에도 그 법에는 내부 고발자에게 공익을 위한 행위라는 점을 내세울수 있도록 허용하는 조항이 들어 있었다. 그러나 1989년 그 조항이 삭제됐다.

영국 정부는 스노든이 넘긴 기밀문서가 들어 있는 컴퓨터와 하드디스크를 파괴하라고 요구했다. 지난 여름 영국 정부 요원들이 하드 디스크를 파괴하는 동안 가디언의 앨런 러스브리저 편집장은 현장에 입회해야 했다. 그린월드는 그런 행위를 터무니없는 권력 남용으로 간주한다. 그는 이렇게 반문했다. 편집실에 난입해 기자들의 작업을 파괴하는 정부 요원에 누가 분노하지 않을 수 있나?

그의 언행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이야기는 미국에선 거의 보도되지 않았다. 다만 몇 달 전 뉴욕타임스 매거진에 달랑 사진 한 장이 실렸을 뿐이다. 그린월드가 NSA의 세계적인 감시 프로그램에 관해 브라질 상원 청문회에서 증언할 때 스노든의 얼굴이 인쇄된 마스크를 쓴 젊은이들의 모습이었다.

미국에선 무시됐지만 브라질에서 큰 뉴스가 된 것은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 브라질 광업회사들, 국영 석유회사 페트로브라스를 NSA가 감시했다는 그린월드의 증언을 들은 후 브라질 상원의원들이 한 행동이었다. 그들도 스노든의 얼굴 마스크를 썼다. 그린월드는 미국 상원에서는 상상조차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미국에서 국가안보는 완전히 초당적인 의제다. 다이앤 파인스타인과 낸시 펠로시같은 민주당 지도부 인사가 단지 백악관에 민주당 대통령이 있기 때문에 국가안보를 무엇보다 우선시한다는 점이 내가 생각하는 가장 큰 문제다.”

브라질 상원의원들이 쓴 스노든 마스크는 미국 정부의 무차별 사찰에 관한 폭로로 세계 여론이 반미로 돌아섰다는 강력한 메시지였다.

“오바마 행정부는 미국인이 아닌 사람들의 사생활만 침해할 뿐이라고 말한다”고 그린월드는 말했다. “그건 사실이 아니다. 미국 정부는 미국인들의 사생활도 감시한다. 하지만 나머지 세계의 프라이버시는 무시해도 된다는 미국 정부의 거듭된 선언을 들으면 나머지 세계는 어떻게 생각하겠는가? 미국 정부는 중국만이 경제적 이득을 위해 스파이 행위를 한다고 거듭 말했지만 스노든이 폭로한 문건은 그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최근 르몽드지는 프랑스 내부에 대한 NSA의 폭넓은 정보 수집을 폭로한 기사를 실었다. 그 기사의 공동 필자가 그린월드였다. NSA가 단 한 달 동안 프랑스에서 7000만 건의 전자 메시지를 수집했다는 내용이었다. 공동 집필자로 올랐다는 사실이 그린월드에겐 매우 중요하다. “우리는 언론인”이라고 그는 자신과 동료들을 지칭했다. “우리는 누설된 정보의 단순한 배포자가 아니다.” 익명으로 다른 사람에게 문서를 넘기면 미국 연방법에 따라 기소될 소지가 크다고 그린월드는 우려한다.

그린월드는 주류 언론의 단점을 질타하면서도 그런 기관이 제공하는 확성기가 없었다면 그는 아직도 소수의 독자만 가진 블로거에 불과했으리라는 점을 인정했다. 그는 폭로된 NSA의 기밀문서가 제어되지 않은 권력 남용의 단면을 보여준다고 생각하며 훨씬 더 많은 비판이 필요하다고 본다.

모든 통화와 이메일의 데이터를 방대하게 수집할 수 있는 정부, 개인적인 통화와 이메일에 관한 기록을 넘기라고 해당업체에 은밀하게 지시할 수 있는 정부, 또 스노든의 파일이 보여주듯이 폰섹스를 포함해 재미로 하는 통화를 엿들을 수 있는 정부는 그의 시각에선 자유로운 국민의 정부가 아니다.

스노든 파일과 관련한 브라질 상원 조사 위원회에서 그린월드가 증언하고 있다. 왼쪽은 그의 동료 기자인 데이비드 미랜다다.
스노든 파일의 정치적 여파는 차치하고서라도 안보를 위해 불가피한 조치라는 백악관의 변명은 외국 정부와 기업들이 시스코 라우터, IBM 컴퓨터, 인텔 마이크로칩 같은 미국산 첨단 제품을 구입하지 말아야 할지에 관한 의문을 제기한다. 그런 기기들에는 숨겨진 백도어 진입 포인트, 암호를 무력화할 수 있는 기능이 들어 있다는 소문이 떠돌기 때문이다. NSA가 외국 정부, 기업, 개인 파일을 언제든 뒤져 볼 수 있도록 해주는 숨겨진 기능일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앞설 수밖에 없다.



공익을 위한 국민의 스파이그린월드에게 반역자나 스파이라고 불리는 느낌을 묻자 그는 고개를 저었다. “내가 스파이 행위를 하고 있다는 주장은 해괴하다”고 그는 말했다.

그린월드는 스파이는 정부나 기업, 또는 그들의 대리인을 위해 일하며, 그들은 입수한 기밀 데이터를 은밀하게 의뢰인에게 넘긴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나는 수만 건의 문서 중에서 약 300건에 관해 기사를 썼을 뿐이다.”

NBC 시사프로그램 ‘밋 더 프레스(Meet the Press)’에서 앵커 데이비드 그레고리는 그린월드에게 “당신이 체포돼야 마땅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그린월드는 “그의 질문을 무시하고 넘어갔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가 왜 다른 초대 손님들에게는 그렇게 말하지 않았는지 궁금하다. 제임스 클래퍼 미국가정부국장도 그 프로그램에 나왔지만 그레고리는 ‘여기 당신이 미국 상원에 위증하는 동영상이 있다. 그건 범죄다. 당신이 체포돼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나?’라고 말하지 않았다.”

그린월드는 워싱턴 정가와 월스트리트에서 이뤄지는 언론 보도의 대부분은 “취재원을 향한 충성심이 대중의 알 권리보다 우선하는 비공개 클럽에서 일어나는 일과 같다”고 말했다. “기자에게 필요한 건 취재원을 위한 충성심보다 회의적인 시각이다.”

“워싱턴은 정보 유출로 굴러가며 워터게이트 특종으로 유명한 밥 우드워드는 정보 누설 덕분에 미국에서 최고 부자 기자가 됐다. 그러나 그런 정보 누설이 권력자들의 이익에 부합하기 때문에 아무도 우드워드를 킴 필비에 견주지 않는다.” 필비는 냉전시대 영국 첩보기관에 침투한 소련 스파이였다.

그린월드는 스노든 사건과 최근의 다른 정보 유출 사건이 정부의 “권위주의적 반응”을 불러일으켰다고 말했다. “권력을 가진 사람이 비밀이라고 선언하면 국민은 그런가 싶어서 벌벌 떨어야 하고, 그런 선언에 반항하면 도덕적, 법적인 범죄라는 생각을 말한다. 난 그런 사고방식을 철저히 거부한다.” “난 권력 남용을 보면 반드시 폭로해야 직성이 풀린다”고 그는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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