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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한 넘나드는 ‘볼리우드’ 열기

남북한 넘나드는 ‘볼리우드’ 열기

인도 영화는 상영 시간이 지나치게 길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한국과 북한 양측에서 큰 인기를 끈다
한국 친선대사가 된 인도 인기 영화배우 샤룩 칸은 2014년 1월 방한할 예정이다.



인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영화배우 샤룩 칸이 2014년 1월 한국을 찾을 예정이다. 같은 시기 인도 방문을 고려 중인 박근혜 대통령의 행보에 발맞춰 두 아시아 국가 간 관계를 증진시키기 위해서다. 몇 달 전 인도 연예매체 메라니드닷컴은 샤룩 칸이 한국측의 수 개월에 걸친 요청 끝에 한국 친선대사를 맡아 양국 문화교류에 나선다고 보도했다.

이준규 주인도 한국대사는 한 회의에서 “인기 영화배우 샤룩 칸이 곧 공공외교 대사로 임명될 것”이라고 말했다. 칸은 이미 지난 10년 동안 인도에서 현대자동차 모델로 활동했다. 이 대사는 한국이 인도에 더 많은 한국문화원을 개설할 것이라는 계획도 밝혔다. 현재 인도 내 한국문화원은 뉴델리에 위치한 한 곳뿐이다. (한국과 인도 간 무역 규모는 약 180억 달러며 2015년까지 그 두 배 이상인 400억 달러로 끌어올리고자 한다.)

잘생긴 주인공과 아름다운 여성들, 노래와 춤, 해피엔딩으로 가득한 인도 영화 볼리우드는 최근 한국에서 큰 인기다. 샤룩 칸을 비롯해 살만 칸, 아미르 칸 등 볼리우드 유명 배우들은 한국에서도 잘 알려져 있다.

2012년 인도 일간지 타임즈 오브 인디아의 보도에 따르면 한국인 대부분은 볼리우드 영화를 좋아하지만 그중 일부는 그런 영화들의 전개가 너무 늘어지고 중간에 삽입된 뮤지컬 음악이 너무 많은 탓에 상영시간이 지나치게 길다고 생각한다. “관객 대부분은 보다 짧은 인도 영화를 원한다.

인도 영화 ‘세 얼간이’는 한국에서 평단과 관객의 호평 속에 큰 인기를 끌었다.
상영시간이 길면 상영횟수가 줄어들기 때문에 영화관측에서도 좋아하지 않는다.” 한국 영화평론가 곽영진 씨가 말했다. 타임즈 오브 인디아는 한국 영화 상영 시간이 보통 2시간 미만인 데 비해 볼리우드 영화는 3시간 넘게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일부 한국 영화 팬들은 인도 영화의 긴 상영 시간을 선호하기도 한다. “인도 영화 ‘세 얼간이’는 한국인 취향에 맞추기 위해 상영 시간을 20분 정도 줄였다가 팬들로부터 원성을 샀다. 그 결과 원본이 다시 상영됐다. 실제로 몇몇 영화관은 수정판과 원본을 동시에 상영하기도 했다.” 곽영진 씨가 말했다. 한국에서 가장 성공한 인도 영화 ‘세 얼간이’와 ‘내 이름은 칸’은 모두 상영 시간이 2시간 45분 정도로 조정됐다.

한국인은 가벼운 코미디나 멜로 영화를 좋아하는 듯하다. ‘천재 사기꾼 돈: 세상을 속여라’와 ‘로봇’ 같은 액션 영화는 흥행에 실패했다. 이 사실은 한국 영화 시장에서 볼리우드 영화를 소비하는 주요 계층이 20~40대 여성이라는 점을 반영할지도 모른다.

“홍보를 제대로 하지 않아서 실패한 영화도 있다”고 한국에서 인도 영화를 배급하는 엣나인필름의 주희 이사는 말했다. 타임즈 오브 인디아는 한국 내 대다수 비디오 판매 매장이 인도 영화를 취급하지 않으며 팬들은 대개 인터넷으로 영화를 다운받는 한편 일부는 비공식 팬클럽을 만들어 단체로 영화를 관람한다고 보도했다.

인도보다 4년 늦은 2009년 개봉한 산제이 릴라 반살리 감독의 ‘블랙’은 볼리우드를 향한 한국 내 관심에 불을 지핀 첫 영화로 알려져 있다. 헬렌 켈러의 생애를 본따 만든 이 영화는 눈과 귀가 먼 한 소녀의 이야기다. “많은 한국인들은 장애를 극복하고 성공한 여성을 다룬 ‘블랙’에 공감했다. 이처럼 인도주의를 주제로 한 영화는 한국인들 사이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불러일으킨다.” 최광식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말했다.

또 다른 인기 영화는 난독증 소년을 다룬 ‘지상의 별처럼’이다. 아미르 칸이 감독 겸 주연 배우를 맡았다. “이 영화는 긍정적인 주제 덕분에 교육 분야 종사자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고 곽영진 씨는 말했다.

볼리우드 영화가 단절된 국경을 넘어 빈곤국 북한까지 퍼지면서 샤룩 칸과 아미르 칸은 남북 사이에서 벌어지는 정쟁의 도구가 됐다. 인도가 남북 양측과 외교관계를 맺고 있는 탓이다. 캘커타 텔레그래프지는 한국이 샤룩 칸을 친선대사로 임명하면서 북한의 기분을 상하게 했다고 분석했다.

2013년 북한의 문화 담당 관료들은 인도와 북한 수교 40주년을 기념해 인도 대사관과 북한 대외문화연락위원회가 공동으로 주최한 행사에서 ‘지상의 별처럼’을 상영했다. 북한 외교 및 문화 관계자, 외교관과 일부 인도인이 영화를 관람했다. 북한 외교관들은 ‘지상의 별처럼’이 재미있고 유익해서 상영작으로 선정했다고 밝혔지만, 공교롭게도 그 선정 시기는 한국이 샤룩 칸을 친선대사로 임명하기 불과 몇 달 전이었다.

“영화 ‘지상의 별처럼’은 긍정적이면서 감성적인 주제를 다루면서도 다른 볼리우드 영화와 달리 지도부에 불쾌한 내용을 담지 않았으며 우리 경쟁국가(한국)를 미화하는 요소도 없다”고 익명을 요구한 한 북한 외교관이 말했다. “우리는 인도와의 관계를 매우 중시한다.

그처럼 중요한 관계를 증진하고자 선정한 영화는 부적절한 내용을 포함해선 안 된다.” 캘커타 텔리그래프지는 이 북한 외교관의 발언이 한국과 좋은 관계를 맺어 온 샤룩 칸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했다. (인도와 북한 간 무역 규모는 약 10억 달러다.)

이 신문은 평양 외교관과 군부 인사들이 인도를 방문할 때마다 자신들이 좋아하는 인도 배우에 대해 묻고 소장용 영화를 요청하긴 하지만, 왜 볼리우드 영화가 지난 10년 간 북한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지는 불분명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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