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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 은행권의 대출 ‘배짱 영업’ - 기준금리 내리는데 가산금리 슬쩍 올려

Issue | 은행권의 대출 ‘배짱 영업’ - 기준금리 내리는데 가산금리 슬쩍 올려

주요 시중은행은 시장금리가 큰 폭으로 떨어지고 있음에도 가산금리를 높이는 방식으로 대출금리 인하 영향을 상쇄하고 있다. / 사진:중앙포토

국내 시중은행의 ‘배짱 영업’ 행태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기준금리 인하로 시장금리는 뚝뚝 떨어지는데 은행들은 오히려 일부 신규 대출금리를 올려서다. 시장금리 하락으로 순이자마진(NIM)이 줄 것을 우려해 가산금리를 올려 이익 확보에 나선 것이다. 대출금리는 기준금리+가산금리로 이뤄진다. 기준금리는 시장금리에 연동되지만 가산금리는 은행들이 정할수 있다. 기준금리가 내리면 예금금리는 재빨리 많이 내리고, 대출금리는 천천히 찔끔 내리거나 오히려 올리는 구태를 반복한 것이다.

전국은행연합회 공시를 보면 외환은행은 지난 8월 분할상환방식 가계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3.59%로 전월보다 0.24%포인트 올렸다. NH농협은행은 같은 기간 3.31%에서 3.5%로 0.19%포인트, IBK기업은행도 3.41%로 0.11%포인트 인상했다. 하나은행은 0.02%포인트 올렸다. 지난 8월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2.5%에서 2.25%로 0.25%포인트 낮췄다. 그런데도 은행들은 대출이자를 더 많이 챙긴 것이다.

실제로 기준금리 인하 이후 코픽스는 8월 2.48%(신규취급액 기준)에서 9월 2.34%로 0.14%포인트 떨어졌다. 2.65%에서 꿈쩍 않던 양도성예금증서(CD) 유통수익률(91일물)도 2.43%로 하락했다. 조달 원가는 떨어졌는데 은행들은 소매 가격을 되레 올린 것이다.


외환은행 8월에 가산금리 대폭 인상

이들 은행의 가산금리 변화를 살펴보면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다.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가장 많이 올린 외환은행은 지난 8월에만 가산금리를 평균 0.46%포인트 더 올려 총 1.06%를 받았다. 가산금리 수준과 인상폭 모두 은행권 최고 수준이다. 전달특판 종료의 영향도 있지만, 지난 3~6월 평균인 0.65%보다 높다. 기업은행도 지점장 전결이 줄어들면서 가산금리를 0.15%포인트 올린 0.26%를, 농협은 0.2%포인트 인상해 0.54%를 더 받았다. 이와 관련해 은행연합회는 “각 은행이 모범규준에 따라 대출금리를 합리적으로 결정하고 있다”며 “일부 은행의 금리변동은 각 은행의 영업정책의 차이에 따른 것”이라고 해명했다.

자료: 전국은행연합회
은행의 배짱 영업은 기업대출에서도 노골적이다. KB국민은행은 지난 8월 중소기업 신용대출 금리를 7.69%로 전월보다 0.05%포인트 올렸다. 가산금리만 5.11%에 달한다. 지난 8월 중 가산금리 인상폭은 0.12%포인트였다. 국민은행은 국내 시중은행 가운데 중소기업 대출 금리가 가장 높다.

같은 기간 우리은행도 중소기업 신용대출 금리를 5.97%로 0.14%포인트 인상했고, 하나은행은 5.43%로 0.22%포인트 올렸다. 두 은행은 가산금리를 한 달 동안에만 각각 0.21%포인트, 0.4%포인트 올렸다. 외환은행은 5.87%로 대출금리는 변동이 없었으나 가산금리는 0.09%포인트 높였다. 이밖에 기업(0.03%포인트)·KDB산업(0.12%포인트)·한국씨티(0.07%포인트) 등도 가산금리를 올렸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시장금리 하락에도 은행들이 대출금리를 올리는 것은 수익 목표를 미리 정하고, 그에 맞춰 가산금리를 조정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물론, 담합 증거는 없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은행 여신 담당자들을 불러 대출금리 인상 배경과 적정성 등을 듣고 가산금리를 편법으로 올리지 않도록 지도했다.

반면 지난 8월 기준금리 인하 소식이 전해지자, 은행들은 신속히 예금금리 인하 경쟁에 나섰다. 농협은행은 ‘큰만족실세예금’ 금리를 연 2.4%에서 연 2.05%로 0.35%포인트 낮췄다. 우리은행은 개인고객 수시입출금식 예금 13종과 기업고객 예금 3종의 금리를 모두 내려 9월부터 적용했고, 기업은행도 정기예금과 정기적금의 금리를 0.20~0.30%포인트 인하했다.

신한은행은 정기적금 금리를 0.20~0.25%포인트 줄였고, 우리은행도 정기적금 금리를 0.20%포인트 낮췄다. 이밖에 한국스탠다드차타드(SC)은행·하나은행 등도 대표 예금상품의 금리를 0.3~ 0.6%포인트 가량 내렸다.

예금금리 인하 소식에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은행들은 기준금리 인하를 앞두고 시장에 먼저 반영된 금리하락 폭을 그대로 적용했을 뿐이라고 항변한다. 통상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조정을 앞두고 시장금리는 먼저 변동한다. 실제로 지난 8월 금통위 때도 1개월 전부터 통화안정증권(91일물) 금리가 0.12% 포인트 하락하는 등 시장금리가 앞서 움직였다. 이에 은행들은 먼저 하락한 시장성 상품 금리의 하락폭만큼 예금금리도 낮췄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대출금리의 경우 선반영된 시장 금리를 적용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치에 맞지 않는 해명이 라는 지적이 많다.

은행들이 이처럼 배짱을 부릴 수 있는 것은 예금금리가 떨어져도 은행에 뭉칫돈이 몰리고 있어서다. 경기에 대한 불확실성과 자산가치 하락에 대한 불안감으로 은행예금은 1041조2767억 원(원화예금, 7월 기준)으로 불어났다. 증가율도 가팔라져 지난해 2~3%(전년동기 대비)대에 머물던 것이 올해 7월에는 5.5%까지 높아졌다. 은행들은 수익성 악화를 막기 위해선 예대마진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예금에 이자를 주고 각종 경상비와 자금 유통비용, 리스크 관리 비용 등을 감안하면 예대마진의 마지노선이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대출금리가 급락하면서 이 비용을 유지할 여력이 없다는 주장이다. 은행가에는 ‘1% 떼기 장사’라는 말이 있다. 기관마다 다르지만 은행이 흑자를 유지하는 최소한의 NIM은 1.0% 수준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현재 시중은행들의 NIM은 1.5~2.6% 선으로 이보다 높다. 이와 관련해 지난 9월 17일 각 은행장들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와 가진 금융협의회에서 기준금리 인하로 인한 수익성 악화에 대한 발언을 많이 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수료 확대 등 신사업 찾아야

실상은 과연 그럴까. 올 상반기 은행지주회사의 총 순이익은 4조9478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2조5998억원)보다 2배 가까이 많고, 지난 2010년 연간 순이익(6조 원)에 육박하는 수치다. 은행지주사들이 가장 돈을 잘 벌었던 지난 2011년(8조 8704억원) 기록도 올해 무난히 경신할 전망이다. 한마디로 은행권은 돈을 잘 벌고 있다는 이야기다. 건전성 관리도 잘 되고 있다. 부실채권(NPL)비율은 금융감독원이 감독을 강화하면서 1.5% 안팎에서 관리 중이다. 연체율도 7월 말 현재 0.87%(원화기준)로 전년 동월 대비 0.07%포인트 떨어졌다. 은행들이 이익확보가 어렵다는 주장은 앓는 소리에 불과한 셈이다.

한편 진작 초저금리 시대에 돌입한 일본은 금융권 NIM이 1% 내외로 한국의 절반 수준이다. 하지만 일본의 3대 금융회사인 미쓰비시UFJ금융그룹(MUFG)·미쓰이스미토모금융그룹(SMFG)·미즈호가 지난해(2013년 4월~2014년 3월) 벌어들인 순이익은 2조5000억 엔(약 25조 원)에 달했다. 3개 은행이 국내 금융권 전체보다 3배나 많은 돈을 번 것이다. 일본 은행들은 1990년대 이후 예대마진을 통해 돈을 벌기 어려운 상황에 몰리자 비이자 수익사업에 집중했다. 국내 은행들은 80~90%에 달하는 이자수익 비중을 줄이고 수수료 수입 확대 등 신사업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나오는데도 별반달라진 게 없다. 결국 금융 소비자만 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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