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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속 비밀의 공간

인터넷 속 비밀의 공간

우리가 일상적으로 접하는 인터넷은 너무 거대해서 크기를 가늠하기도 어려운 빙산의 아주 작은 일각에 불과하다. 구글에서 검색을 하거나 페이스북으로 친구들과 잡담을 나누는 차원을 넘어선 영역에선 보이지 않게 숨겨진 웹사이트들이 심층웹이라 불리는 빽빽한 미로를 이룬다. 그 미로가 얼마나 긴지는 아무도 모른다.

대다수 사람들은 인터넷을 이용할 때 즐겨찾기에 등록된 웹사이트로 들어가거나 구글에서 원하는 정보를 검색한다. 전세계 수십억 인구가 매일 사용하는 이 인터넷은 표면웹이라고 불린다. 심층웹 이용자들이 붙인 이름이다.

심층웹은 간단히 말해 표면웹을 제외한 나머지 전부다. 코드의 우주 속에 감춰진 수많은 웹사이트들로 구성된다. 규모가 표면웹의 5배 정도라는 추정부터 50만 배에 달한다는 견해까지 추측이 난무한다.

심층웹이라고 전부 흥미진진한 건 아니다. 대부분은 미항공우주국이나 법률정보서비스 렉시스넥시스 같은 웹사이트의 대규모 데이터베이스다. 이런 종류는 심층웹의 가장 오래된 사례에 불과하다. 기업이나 학술기관의 내부 전산망도 심층웹에 포함된다. 기본적으로 검색엔진에 걸리지 않는 모든 웹사이트와 내부 전산망은 심층웹으로 분류된다.
 심층웹의 기원
다른 인터넷 영역과 마찬가지로 심층웹 역시 미군의 필요로 발전했다. 미군은 정보원이나 해외 주재 미국인들과 비밀리에 소통할 방법을 찾고 있었다. 미해군연구소의 수학자 폴 시버선, 데이비드 골드슐라그, 마이클 리드는 1995년 ‘양파 라우팅’이란 기술 개발에 착수했다. 그들의 연구는 1997년 미국방위고등연구계획국의 연구비 지원을 받아 양파라우터 프로젝트(Tor)로 발전됐다. 이런 시도에 이어 1999년 매사추체스공과대(MIT) 학생들은 프리헤이븐이라는 연구 프로젝트를 발족했다. 로저 딩글다인과 닉 매튜슨 등 MIT 학생들은 미해군연구소의 수학자들과 협력해 오늘날 사용되는 Tor의 첫 사례를 개발했다.

다음 세대 Tor은 2004년 “제13회 USENIX 보안 심포지움 회의록”에서 제시됐다. 이 회의록에 따르면 Tor 외에도 다른 익명 인터넷 시스템이 있었지만 이런 시스템들은 데이터를 암호화하고 해독해서 메시지를 전송하는 과정이 지나치게 복잡했다. 목적지에 도달할 때까지 그 과정의 모든 단계를 되풀이했기 때문에 소통이 크게 느려졌다. 미 해군은 Tor 코드를 2004년 대중에 공개했으며 2006년엔 딩글다인, 매튜슨 등이 Tor 프로젝트를 통해 오늘날에도 사용되는 서비스를 내놓았다.
 Tor는 어떻게 운영되나
Tor는 전자회로처럼 작동한다. 이용자를 원하는 웹사이트에 연결시켜주기 전에 세계 곳곳에 분포된 연결망을 거치게 한다. 양파 껍질 같은 연결망을 벗겨내고 이용자의 위치를 추적하는 일은 아주 어렵다. 그래서 전자프런티어재단이 2004년 공개용 버전을 내놓자 Tor의 인기는 치솟았다.

Tor 소프트웨어가 심층웹에 접속하는 유일한 수단은 아니지만, 현재로서는 가장 효율적이고 간편한 방식이다. Tor이 성장하면서 심층웹에 접속하기도 한층 편해졌다. 심층웹에선 익명을 원하는 사람들이 마약거래소부터 상담사까지 필요한 모든 것에 접촉할 수 있다.

“암호화와 오픈소스 정신, 철학을 결합한다는 점에서 초기 인터넷의 아이디어와 유사하다. “ 2013년 다큐멘터리 ‘다운로디드’의 감독 알렉스 윈터는 말했다. 그는 심층웹을 주제로 영화를 준비 중이다. “인터넷이라는 덮개 아래의 공간에 불과하다. 온라인에서 신분을 숨기고 싶은 사람들이 이 공간으로 들어왔다.”
 심층웹의 그림자 ‘다크넷’
많은 사람이 신분을 숨기고 활동하는 곳이다보니 법 집행당국도 이곳을 주시한다. 거대한 심층웹에는 다크넷이 있다. 폭탄제조법부터 마약, 아동포르노 등 온갖 것들이 유포되는 커뮤니티들의 느슨한 집합이다.

높은 수준의 익명성을 보장하고 표현의 자유를 확산시키는 한편, Tor은 이용자의 신원을 감춰줌으로써 범법행위를 촉진한다는 비판을 받는다. 그럼에도 비트토렌트나 냅스터와 마찬가지로 Tor 운영진 역시 그런 강력한 신기술이 등장하면 거의 확실히 범죄에 이용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우리는 불법 행위를 용납하지 않는다”고 앤드류 루먼 Tor프로젝트 이사는 말했다. “우리는 마약거래나 아동 인신매매를 막기 위해 법 집행당국과 FBI, 인터폴과 협력한다. 협력 내용은 대체로 Tor이 작동 원리를 설명해주는 것이다. 그러면 경찰이 자기들의 방식대로 일을 잘 처리한다.”
 실크로드
이 범죄의 온상은 2013년 10월 FBI가 실크로드를 폐쇄하고 운영자 로스 울브리히트를 체포하면서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졌다. 연방 검찰은 자신들이 Tor에서 작전을 펼친 3년 동안 실크로드는 총 12억 달러 규모의 거래 약 150만 건을 주선했다고 주장했다. 실크로드가 폐쇄되면서 실크로드2.0 등 수많은 웹사이트가 그 공백을 메우려 생겨났다.

실크로드가 성행하는 동시에 비밀리에 마약중독을 극복할 방법을 찾는 중독자들을 위한 게시판도 생겨났다. 마약중독자들이 중독을 악용해 마약을 팔던 그 인터넷 한켠에선 의사가 중독치료를 위해 글을 쓴다. 환자로부터 실크로드에 대해 들은 한 의사는 이 게시판에 닥터 엑스라는 이름으로 중독치료 관련 글을 게재하기 시작했다.

“마약에 중독됐는데 어떻게 치료해야 할지 묻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루먼은 말했다. “닥터 엑스는 마약에 대해 객관적인 조언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사회복지사 등 수많은 사람들이 그 뒤를 이어 치료법을 알려주기 시작했다.

전문가들은 경찰부터 의사, 마약중개상이 공존하는 거친 무대를 보면서 심층웹이 혁신을 일으킬 수 있다고 본다. 다큐멘터리 작가 윈터는 현재의 심층웹을 음악산업을 통째로 뒤흔들어놓은 파일공유 플랫폼 냅스터에 비유했다. “아주 도발적인 신기술이다. 법 집행당국의 처벌을 받은 뒤 더 많은 모방기술이 생겨났다.” 그는 말했다. “아주 큰 전환점에 서 있다. 틀림없이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전환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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