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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면초가의 보험 업계 - 보험 빙하기 헤쳐갈 ‘설국열차’는 어디에…

사면초가의 보험 업계 - 보험 빙하기 헤쳐갈 ‘설국열차’는 어디에…

‘보험 빙하기’ 시대다. 저금리, 위험기준자기자본비율(RBC), 자동차보험 손해율 등 어떤 걸 봐도 긍정적인 지표를 찾기 어렵다. 보험사 재무건전성이 갈수록 악화할 것이란 전망이 줄을 잇는다. 보험 업계는 ‘빙하기’를 탈출하기 위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하지만 보험 업계가 대책을 강구할수록 보험 소비자 입장에서는 더 괜찮은 보험 찾기가 어려워질 수 있다. 보험사가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보험료를 올리거나 영업비용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보험 소비자들은 어떻게 믿을 보험을 찾을 수 있을까. 저축성 상품은 어떤 보험사의 어떤 상품의 수익률이 괜찮을까. 보험 포트폴리오 리모델링의 기준은 무엇일까. 보험 빙하기 시대를 헤쳐갈 수 있는 ‘설국열차’ 타는 비법을 공개한다.

“울고 싶은데 뺨 맞은 격입니다.” 한 보험 업계 관계자의 하소연이다. 보험 업황을 두고 한 얘기다. 보험 업계는 산업 특성상 금리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보험사는 보험 가입자들이 낸 보험료를 모아 자산을 굴려 여기서 나온 수익으로 보험금을 지급한다. 그런데 금리가 낮으면 자산을 운용해 거둘 수 있는 수익률이 낮아진다. 기존 보험사가 보험계약자에게 지급하기로한 금리 수준보다 자산운용수익률이 낮으면 역마진이 난다. 실제로 2013 회계년도 보험사 자산운용수익률은 4.5%였다. 보험료 적립금 평균이율(5.2%)보다 0.7%포인트 낮았다. 보험사들이 이미 손해를 보고 있다는 얘기다.

금리 전망을 봤을 때 이런 상황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0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치인 연 2%로 인하했다. 노무라증권은 아시아 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한국은행이 2015년 상반기 중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저금리를 ‘울고 싶은 상황’이라고 비유한다면, 최근 금융 당국의 재무건전성 제도 선진화 종합 로드맵은 보험사의 ‘뺨을 때린 제도’라는 게 보험 업계의 토로다. 보험사 재무건전성을 강화 하기 위해 올해부터 위험기준자기자본(RBC) 비율(용어설명 참조) 관련 규제가 강화되기 때문이다. 최근 보험사 RBC 비율은 2012년 연말 대비 줄줄이 하락한 상태. 2012년에 영업을 하지 않았던 NH농협생명과 교보라이프를 제외한 23개 보험사 중 무려 15개 보험사의 RBC 비율이 2012년보다 떨어졌다. 다른 보험사보다 상대적으로 RBC비율이 높았던 푸르덴셜생명(-177%포인트)·에이스생명(-131%포인트)·메트라이프(-118%포인트)등 3개사는 RBC비율이 100%포인트 넘게 하락했다. 손해보험사도 마찬가지다. 외국계 소형 보험사와 2012년 영업을 하지 않은 NH농협손보·MG손보를 제외한 16개 손보사 중 11개사의 RBC 비율이 떨어졌다. AIG손보(-57%포인트)·삼성화재(-54%포인트) 등의 하락폭이 컸다.
 저금리 기조에 이미 역마진

규제 강화는 보험사 RBC 비율을 추가로 떨어뜨릴 전망이다. 금융 당국은 올해부터 2017년까지 보험사 신용리스크를 산정 할 때 적용하는 신뢰수준을 기존 95%에서 99%로 상향 적용할 방침이다. 이렇게 되면 RBC 비율은 큰 폭으로 하락한다. 최종원 삼성증권 연구원은 “신뢰수준이 높아지면 손실 가능한 최대금액이 커진다”며 “규제 강화로 삼성생명·한화생명·교보생명 등 대형 3사의 RBC 비율은 평균 51%포인트 하락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삼성생명은 기업설명회(IR)를 통해 관련 규제가 강화되면 자사 RBC 비율이 118%포인트 떨어질 수 있다고 언급 하기도 했다. 다만, 당시 금리를 기준으로 계산한 비율이어서 현재 금리를 기준으로 재산정하면 하락폭은 이보다는 줄어들 여지가 있다.

손해보험사의 자동차보험 손해율 악화도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2014년 1~8월 국내 17개 손해보험사의 평균 손해율은 5.5%다. 2013년 같은 기간(85.1%)에 비해 0.4%포인트 상승한 수치. 여전히 손익분기점(77%)을 크게 웃돈다. 손해율이 77% 이상이면 자동차보험을 판매할수록 오히려 손해가 난다. 특히 MG손해보험은 1~8월 누적 손해율이 116%로 위험수위를 크게 넘어섰다. 흥국화재(96.1%)·악사다이렉트(94.5%)·현대하이카다이렉트(93.8%)·메리츠화재(91.8%)·더케이손해보험(90.8%) 등 누적 손해율이 90%를 넘는 보험사가 한둘이 아니다. 손익분기점보다 낮은 자동차보험 누적 손해율을 기록한 보험사가 단 한 군데도 없지만, 교통사고 발생을 관리하기 어렵기 때문에 보험사 입장에서 이 문제 역시 적극적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자동차보험 손해율 악화에 손보사 신음
곳곳에서 악화하는 업황은 보험사 파산 사태를 야기할 가능성도 있다. 실제 일본에서는 장기간 제로금리가 지속하면서 보험사가 대거 파산했다. 1997년부터 2001년까지 교에이생명·다이쇼생명·다이이치화재·다이하쿠생명·도쿄생명·도호생명·닛산생명·치요다생명 등 8개 보험사가 도산했다. 이런 상황은 소비자 입장에서도 좋지 않다. 보험사가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보험료를 올리거나 영업비용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보험 계약자에게 제공하는 수익률이나 적용 금리를 낮추면 보험 가입자가 받는 보험금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실제로 2012년 약 5%대였던 보험사 공시이율은 현재 3% 중후반대로 하락했다. 공시이율이 하락하면 보험금도 줄어든다.

업황이 나아질 조짐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보험사들은 구조조정에만 목을 맨다. 단기적으로 경영난을 헤쳐나가기에 가장 손쉬운 방법이기 때문이다.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2013년 7월 기준 국내 24개 생명보험사 임직원 수는 2만 8360명. 1년 전(3만765명)보다 2405명 줄었다. 삼성생명이 전체의 20%에 가까운 1338명을 줄였고, 한화생명(251명)·교보생명(612명)·알리안츠생명(310명)도 각각 수백명이 회사를 떠났다. 2014년 하반기에도 한화생명·미래에셋생명·에이스생명 등이 감원을 했다.

보험 업계의 위기의식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표현이 있다. 지난해 10월 보험연구원이 주최한 강연에서 윤성훈 보험연구원 연구조정실장은 현재 보험 업계 상황을 ‘빙하기’라고 비유했다. “과거 경제 부진이 경기 순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일시적 현상이었다면, 최근 경제 부진은 봄이 오지 않는 빙하기 상황에서 발생한 것이다. 생존을 위해 설국열차라도 타야 한다.”
RBC(Risk Based Capital) 비율 : 보험사가 예상치 못한 손실이 발생할 경우 보험금을 지급할 수 있는 자본이 어느정도 있는지를 보여주는 재무건전성의 대표적인 지표. 예를 들어 RBC 비율이200%라면 보험 사고가 한꺼번에 터져 일시에 보험금을 지급하는 상황이 두 번 연속 닥쳐도 파산하지 않을 만큼의 자본을 쌓고 있다는 의미다. RBC비율은 가용자본을 요구자본으로 나눠 계산한다. 분모에 리스크 양을 돈으로 환산한 수치를 넣고, 분자에 자본량 수치를 넣으면 된다. 리스크가 늘어나면 분모가 커져서 RBC 비율이 낮아지고, 자본이 늘면 분자가 커져 RBC 비율이 높아진다.

-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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