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박사의 힐링 상담 | ‘일중독’ 극복 - 과잉 성취감에서 벗어나라 -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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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박사의 힐링 상담 | ‘일중독’ 극복 - 과잉 성취감에서 벗어나라

후박사의 힐링 상담 | ‘일중독’ 극복 - 과잉 성취감에서 벗어나라

▎일러스트:중앙포토

▎일러스트:중앙포토

지난해 말 그는 100대 1의 좁은 문을 통과해 임원으로 발탁됐다. 성공한 것이다. 그는 탁월한 전문성이 있거나 명석한 두뇌의 소유자는 아니다. 대신 30년 간 회사에 충성했다. 조직의 필요에 따라 여기저기 부서를 전전하면서 정말 열심히 일했다. 업무를 하다가 밤을 샌 날은 부지기수이고, 상사의 문제를 해결하다가 봉변을 당한 적도 있다. 그런 노력의 결과로 모든 직장인의 꿈인 임원이 됐다.

그간의 과정이 순탄하진 않았다. 건강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40대에 이미 고혈압과 당뇨병이 생겼다. 최근 몇 년 간은 위궤양으로 매일 죽을 싸 들고 출근하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체력이 떨어져 일하기 힘든 날이 많았고, 에너지가 고갈돼 무력감에 빠진 적도 있었다. 회사를 그만 둬야 하나 고민했다. 그럼에도 그는 최선을 다해 업무를 수행했다.
 사명감 불태우며 희열을 만끽하지만…
그는 지금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하다. 목표를 이뤄, 그를 따르는 많은 동료와 후배들이 있어 뿌듯하다. 회사가 자신의 뜻대로 움직이는 것도 만족스럽다. 언젠가부터 회식이 잦아졌다. 회식 자리는 자신을 임원으로 선택해 준 상사, 밀어준 동료 및 후배들과 함께 기쁨을 나누는 자리다. 거의 매일 함께 술을 마시며 행복에 비틀거린다. 술이 고혈압과 당뇨병에 나쁘다는 사실은 지금 그에게 중요하지 않다. 가끔 몸이 이상 신호를 보낸다. 일을 줄이고, 회식을 줄이고, 건강이라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그러나 마음대로 안 된다. 오늘도 그는 회사의 앞날을 위해 밤을 새우고 토론한다. 사명감을 불태우며 희열을 만끽한다.

인간은 성공과 행복을 추구한다. 성공은 분명한 목표다. 성공전문가 브라이언 트레이시는 이렇게 말한다. “목표 없는 사람은 평생 목표 있는 사람을 위한 종신 노동형에 처한다.” 행복은 분명한 목적이다. 자기계발의 선구자 얼 나이팅게일은 이렇게 말한다. “행복이란 의미와 목적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성공이란 가지고 싶은 것을 가지는 것이고, 행복이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다.

성공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유혹이다. 그는 성공을 위해 열심히 일했다. 그는 일을 사랑한다. 일을 할 때 가장 즐겁다. 쉬는 날 없이 계속 일하고, 일을 하지 않으면 오히려 불안하다. 일중독이다. 현대사회는 개미처럼 일하도록 요구한다. 모든 교육과정은 일꾼을 만드는 것이다. 현대사회는 성공을 부추긴다. 동물에겐 생존욕구가 있지만, 인간에겐 성공욕구가 있다. 현대인은 어릴 때부터 일과 성공에 길들여졌다. 일과 성공은 자본주의 토대이고, 일중독은 자본의 산물이다.

일중독, 무엇이 문제인가? 첫째, 사회적 피해를 끼친다. 모든 중독은 관계의 상실과 파괴를 초래한다. 일중독은 일에 자신을 과잉 적응시킨 상태다. 일 이외의 인간관계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일중독은 전염성이 있다. 주위 사람에게도 일중독을 요구한다. 결국 가정생활과 사회생활의 파탄으로 몰아간다. 둘째, 개인적 소진을 가져온다. 소진(Exhaustion)이란 만성 스트레스로 신체·정신적인 피로에 떨어지는 현상이다. 우울·수면장애·의미상실 등을 보인다. 스트레스는 몸과 마음과 혼을 동시에 망가 뜨린다. 만성피로는 면역력 저하로 고혈압·당뇨병·암 등 만성질환으로 이어진다. 사람은 일만으로 살 수 없다. 계속적인 일은 에너지의 고갈을 가져온다. 특히 감성에너지가 방전된다. 감성소진은 보상기전으로 술·도박·섹스 등 쾌락중독으로 이어진다.

뇌는 크게 이성(知)을 담당하는 대뇌피질, 감성(情)을 담당하는 변연계, 의지(意)를 담당하는 뇌간으로 나눈다. 뇌간은 신체적 쾌감(쾌락), 변연계는 감성적 쾌감(행복), 대뇌피질은 이성적 쾌감(성취감)을 담당한다. 동물은 쾌락을 먹고 살지만, 인간은 행복과 성취감을 먹고산다.

모든 중독의 이면에는 쾌감이 있다. 중독이란 쾌감의 노예가 되는 현상이다. 쾌감은 생명력·정신력·창조력의 원천이다. 안정감과 자신감의 근원이다. 오묘한 감각과 신비체험을 하도록 하는 주체이다. 인간은 고도로 발달된 쾌감신경을 가지고 있다. 이는 만물의 영장이 되게 한 이유이고, 또한 중독에 취약한 이유이다. 중독의 핵심 증상은 집착·강박행위·재발로 요약된다. 모든 중독은 통제 부족에서 온다. 오늘날 중독은 가장 위험한 정신질환의 하나로 분류된다.

행복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축복이다. 행복은 통상 만족감, 긍정 감정, 부정 감정의 부재로 정의한다. 그는 지금 행복하다. 그렇지만 정말 행복한 것일까? 행복이라는 착각에 빠져있는 것은 아닐까? 뇌는 정보를 임의로 조작한다. 흡족한 쾌감을 실제라고 믿는다면 낭패를 볼 수 있다. 우리는 보통 과거와 미래를 현재 느낌으로 파악한다. 뿌듯한 만족감으로 과거를 멋지게 미화하거나, 미래를 무조건 낙관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현재 상황을 자기에게 유리하게 해석해서도 안 된다. 행복에 걸려 넘어질 수 있다.

자, 이제 그에게로 돌아가자. 그에게 가장 탁월한 처방은 무엇인가? 첫째, 멈춤(Stop)이다. 멈추어 서서 자신을 돌아보자. 일중독은 일종의 도피 행각이다. 중독의 이면에는 항상 두려움이 있다. 가난·몰락·실패·무능에 대한 두려움이 있을 수 있다. 두려움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정면 돌파를 시도해야 한다. 하던 일을 멈추어 보자. 중독과 건강의 차이는 ‘현재 하던 일을 중단하거나 미룰 수 있는가?’에 있다. 우선 일중독을 스스로 인정해야 한다. 모든 중독이 그렇듯이 주위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어쩌면 개인적 극복이 어려울 수 있다. 노동시간의 단축, 직장문화의 개선 등 사회적 노력이 필요하다.
 천천히 일에 대한 집착 버려야
둘째, 충전(Recharge)이다. 뇌의 피로는 이성적 명령으로 쉬게 할 수 없다. 오히려 걱정과 잡념이 더 커진다. 그나마 남아있는 감성에너지가 방전된다. 뇌의 휴식은 감성적 충전을 통해 가능하다. 인간은 감성적 동물이다. 감성에너지는 우리에게 열정·의미·동기·영감의 동력이다. 인간은 소통 없이는 살아갈 수 없다. 감성에너지는 소통을 통해 충전된다. 또한 운동·취미·놀이·명상을 통해 충전된다. 삶의 균형이 필요하다.

셋째, 계획(Scheduling)이다. 일중독은 중독의 속성상 중단하기 어렵다. 일은 생계에 직결되고, 다른 중독에 비해 큰 해가 없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계획을 활용하는 방법이 효과적이다. 일중독자는 철저히 일정을 관리한다. 우선 자신의 일정에 다른 계획을 넣는 것으로 시작한다. 빡빡하더라도 운동하는 시간과 악기 배우는 시간을 넣어보자. 불안하더라도 가족과 대화하고 친구와 잡담하는 시간을 만들어보자. 차츰 진행하면서 우선순위를 조정하고, 천천히 일에 대한 집착을 떨어버리는 것이다. 이렇게 물어보자. “뭐 재미있는 다른 거 없을까?”
후박사 이후경- 정신과의사, 경영학박사, LPJ마음 건강 대표. 연세대 의과대학과 동대학원을 거쳐 정신과 전문의를 취득하고, 연세대 경영대학원과 중앙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임상집단정신치료] [후박사의 마음건강 강연시리즈 1~5권] [후박사의 힐링시대 프로젝트] 등 10여권의 책을 저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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