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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가 시청자 모니터한다?

TV가 시청자 모니터한다?

미디어 업체들이 빅데이터를 토대로 TV에 표적광고를 도입하면서 온갖 프라이버시 침해 문제가 대두될 전망이다. 베이징에서 열린 영화·TV 프로그램 전시회.
매일 저녁 식사로 도리토스(멕시코식 콘칩)를 먹는다면 두 가지 충고를 하겠다. 첫째, 식단을 다시 짜라. 둘째, 앞으로 어느 시점엔가부터 짭짤한 스낵 취향을 반영한 TV 광고가 더 많이 뜨기 시작하더라도 놀라지 말라.

오랫동안 수동적인 매체로 인식돼온 TV가 똑똑해지고 있다. 이용자의 취향과 행동에 근거한 광고방송을 모색한다. 일정 부분 미디어 업체들이 새로 내놓는 시청자 맞춤형 도구들 덕분이다. 하지만 프라이버시 보호운동가들 사이에서 새 기능에 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들은 TV 프로그램 제작자들이 대량의 소비자 데이터와 시청습관에 관한 정보를 결합할 때의 영향을 우려한다. 지난 수십 년 간 인터넷의 표적 광고가 그래왔듯이 말이다.

“TV가 일방적인 시청 대상으로서의 수동적인 특성을 벗어던졌다”고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전자프런티어재단의 선임 전속변호사 리 티엔이 말했다.

TV 표적광고 시대의 도래는 지난 5월 14일 뉴욕에서 열린 광고주 초청 행사에서 부각됐다. NBC유니버설은 컴캐스트 소유의 셋톱박스(쌍방향 멀티미디어 통신 장비)를 통해 시청자 데이터에 접근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컴캐스트는 NBC유니버설의 모회사이자 미국 최대 케이블 사업자다.

이 같은 변화는 2015~2016년에 실현될 듯하다. NBC유니버설이 최근 발표한 ‘시청자 맞춤 플랫폼(ATP)’에 날개를 달아줄 전망이다. ATP는 셋톱박스에 저장된 시청자 데이터를 소비자 행동·구매기록·관심사에 관한 제3자의 데이터와 결합한다. 이들 정보원을 결합하면 시청자 취향의 강력한 지표가 된다. 지난 수년간 데이터 브로커와 소매유통업체들은 우리의 가장 개인적인 습관에 관한 방대한 양의 정보를 축적해 왔다. 한편 사람들이 언제 어떤 프로그램을 시청하고, 심지어 광고가 나올 때까지 실제로 지켜보는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에 관한 행동 데이터를 추출하는 케이블 장비 기능도 향상됐다.
 당신을 감시하는 ‘데이터브로커’
NBC유니버설은 컴캐스트 소유의 셋톱박스를 통해 시청자 데이터에 접근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이들 데이터 공급원이 합쳐지면 레이저처럼 예리한 통찰을 광고주들에게 제공할 수 있다고 프로그램 제작자들은 말한다. 닐슨 TV 시청률 기반의 전형적인 인구통계 정보를 뛰어넘는 수준이다. 지난 1월 ATP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NBC유니버설의 린다 야카리노 광고판매·고객협력 국장은 이렇게 말했다. “마케터들이 앞으로는 디지털 미디어의 데이터 기반 표적 광고, 그리고 뛰어난 스토리텔링을 통해 소통하는 더할 나위 없는 TV의 능력과 규모 중에서 택일할 필요가 없어졌다.”

NBC유니버설은 NBC 방송 네트워크 외에도 USA2015.6.1와 브라보 등 다수의 인기 케이블 채널을 소유한다. 올해의 사전 광고계약 시즌 중 데이터 중심 광고 프로그램을 새로 추진하는 대형 미디어 업체는 그뿐이 아니다. 터너 브로드캐스팅도 최근 ‘오디언스 나우(Audience Now)’라는 제품으로 표적광고 추세에 합류했다. 터너 브로드캐스팅은 TBS, CNN 어덜트 스윔 같은 네트워크를 소유한다.
 TV의 구원자 역할
기존 TV 시청률이 하락하고 광고수입이 TV에서 디지털로 이동하는 추세다. 따라서 그와 같은 도구들은 분명 프로그램 제작자들에게 큰 가능성을 제시한다. 네트워크들이 출혈을 멈추고 싶다면 시청자를 더 자세히 알 필요가 있다. 시트콤 ‘빅뱅이론’의 재방송이 스타벅스 단골 고객들에게 인기 있을까? 감기약 나이퀼을 구입하는 사람들은 꾸벅꾸벅 졸면서도 지미 펄론이나 지미 키멜이 진행하는 심야 토크쇼를 시청하는가? 소비자 구매행태와 셋톱박스 기반의 시청자 데이터를 결합하는 방법이 그 답을 얻는 좋은 길이다.

그러나 컴캐스트와 기타 케이블 사업자들이 조심해야 할 문제가 있다고 법률 전문가들은 말한다. 유료 TV 가입자 보호를 위해 만들어진 오랜 전통의 프라이버시 보호법에 저촉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뜻이다. 30여년 전에 제정된 케이블통신정책법은 케이블 장비를 이용해 수집하고 저장한 데이터의 사용법에 관해 케이블 사업자에 엄격한 제한을 둔다.

“케이블 박스를 갖고 있으면 어떤 주어진 시각에 사람들이 무엇을 시청하는지 파악할 수 있다는 사실을 사람들이 꽤 일찍 깨달았다. 그리고 사람들은 분명 자신도 모르게 개인의 시청습관을 케이블 TV 사업자에게 일일이 추적당하는 걸 원치 않는다.” 통신과 기술 문제를 전문으로 하는 워싱턴 DC의 공익단체 ‘공공지식(Public Knowledge)’의 법률문제 담당 셔윈 시 부국장 말이다.

컴캐스트 대변인은 가입자 데이터의 보호가 최우선 과제이며 자사 셋톱박스의 정보가 새나가지 않도록 보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컴캐스트는 고객에 관한 개인 식별 정보를 외부와 공유하지 않으며 다만 NBC유니버설 같은 프로그램 제작자들이 특정한 조회를 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도구를 제공할 뿐이라고 대변인은 말했다(합의가 이뤄진다면 다른 미디어 업체에도 그 도구를 제공할 가능성이 있다). 나아가 그런 조회 결과를 취합해 익명의 보고서를 작성하면 TV 네트워크들이 특정 시청자층에게 가장 인기 있는 품목이 무엇인지 확인할 수 있다.

그 정도면 문제 없겠지만 고객 정보와 관련된 여느 프로그램과 마찬가지로 세부사항에 함정이 도사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티엔 변호사는 말했다. 기업들이 어느 정도에서 선을 그어야 할지 모든 사람의 의견이 일치하지 않는다. “기술적으로 그것을 어떻게 실행할 계획인지 묻는다. 그 과정에서 정확히 어떤 데이터가 창출되고, 비공개 정보를 어떤 방법으로 공개되지 않고 공개될 수 없도록 처리하는가?”

데이터가 충분하면 익명인 고객의 신원을 알아내기는 아주 쉽다고 티엔 변호사는 덧붙였다. 데이터 수집과 공유의 표준이 종종 법적으로 모호하다는 점도 상황을 더욱 복잡하게 만든다. “‘익명’이라는 용어의 의미가 말하는 사람에 따라 다르다”고 시 부국장이 덧붙였다.

인터넷 이용자들은 브라우징 기록이 자신을 따라다니는 현실을 이미 오래 전에 받아들였다. 팝업 창에서 한번 훑어봤던 벤 셔먼 스웨터가 20개 웹사이트 광고로 뜨는 걸 보면 등골이 오싹해지지만 이젠 익숙한 풍경이 됐다. 그러나 TV 표적 광고는 크게 다를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의 도구들은 시청자 별로 맞춤 광고를 전달하도록 설계되지 않았다. 그보다는 어떤 소비자가 어떤 프로그램을 시청하는지 광고주가 더 깊이 파악하도록 만들어졌다.

다시 말해 우리집과 이웃집에 다른 광고가 나오는 이유는 양쪽 집안사람들의 관심사가 달라서가 아니다. 적어도 아직까지는 그렇다. 그러나 미디어 업체들은 어느 때보다 더 복잡한 방식으로 그 관심사를 파고들 것이다. 그리고 얼마나 깊숙이 파고들어 정보를 캐낼지는 아무도 모른다. NBC유니버설은 어떤 제3의 업체와 제휴해 소비자 행동 데이터를 입수할 것인지 공개하지 않았다.

프라이버시 보호운동가들은 데이터 브로커들을 둘러싼 우려가 가장 크다고 말한다. 넓게 말해 소비자에 관한 정보를 수집해 판매하는 업체들을 가리키는 말이다. 이들은 다른 업체들보다 규제를 적게 받는다. 실제로 많은 소비자는 아직도 데이터 브로커가 존재하는지조차 모른다. 그리고 정책입안자와 규제 당국자가 이들을 주목하기 시작한 것도 불과 지난 몇 년 사이다.

그동안 우리의 거의 모든 구매 행위가 그들의 표적이 된다고 가정하면 알기 쉽다. 약국 체인 월그린에서 쇼핑할 때 긋는 포인트 카드의 예를 보자. 월그린 진열대에 있는 제품들은 갖가지 건강상태를 나타내는 지표다. 의료정보보호법(HIPAA)은 건강의료 업계 내에서 환자 비밀을 보호한다. 하지만 일상적인 소비자 쇼핑 데이터를 수집하는 업체는 그 법의 적용대상이 아니다. “진짜 약국은 HIPAA의 적용을 받는다”고 티엔 변호사는 말했다. “하지만 대형 마트 세이프웨이에서 아스피린을 구입할 경우엔 얘기가 달라진다.”

아스피린 병과 미국 드라마 ‘위기의 주부들’에 대한 은밀한 애청 취향 간의 거리가 좁아지고 있다. 거기에 자신의 여행습관, 구입도서, 개인위생용품과 그 밖에 무엇이든 우리가 흘리는 소매유통의 정보 부스러기들을 더하면 과거의 수동적인 TV 상자를 보려고 자리에 앉을 때 다소 현기증이 일어날 듯하다.

- 번역 차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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