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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의 저커버그처럼 기부하라

페이스북의 저커버그처럼 기부하라

세계 최고 부자 80명이 자산의 99%를 기부해 풍력터빈을 만든다면 확실히 우리 후손에게 더 나은 지구를 물려줄 수 있어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가 딸에게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주기 위해 450억 달러를 기부하기로 했다.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가 갓 태어난 딸에게 보내는 편지를 페이스북에 올렸다. 딸에게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주기 위해 보유 주식의 99%를 기부하겠다는 내용이다.

기부액은 현재 시가로 450억 달러(약 52조원). 편지에 따르면 “인간의 잠재력을 계발하고 다음 세대의 모든 어린이가 평등을 누리도록” 하는 데 쓰인다. 당초 저커버그가 그 돈을 어떻게 벌었느냐는 도덕성과는 별개로 원대한 포부임은 분명하다. 제대로 운영한다면 아기 맥스 저커버그와 또래의 세대에게 더 나은 미래를 열어주는 데 상당한 진전을 이루게 된다.

그렇다면 왜 다른 억만장자들은 저커버그를 본받아 기부하지 않을까? 물론 말은 쉽다는 건 안다. 하지만 ‘왜 우리 모두 그냥 사이 좋게 어울려 살아갈 수 없나요?’나 ‘모든 일에는 다 이유가 있는 법’ 같은 진부하고 지각 없는 여느 구호와는 다르다. 왜 그래야 하는지 실제로 여러 가지 합당한 이유가 있다.

빈부 격차는 인류 역사상 유례 없는 수준으로 벌어졌다. 국제구호단체 옥스팜에 따르면 세계 최고 부자 1%가 전 세계 부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한다. 내년에는 절반을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곧 나머지 사람들의 재산을 모두 합쳐도 그들보다 적어진다는 의미다. 이 충격적인 빈부격차에 관해 각국 정부가 어떤 대책을 마련할 의사나 능력이 없는 듯한 걸 보니 어쩌면 더 많은 억만장자의 기부만이 우리의 유일한 희망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의식 있는 재분배(conscious redistribution)’라고 부를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저커버그 같은 부류의 사람들이 그를 본받을 만한 더 설득력 있는 이유가 있을 수 있다. 국제통화기금(IMF)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소득격차가 실제로 경제성장을 가로막는다. 저명한 경제학자들의 견해도 이를 뒷받침한다. 실제로 OECD는 1980년대 이후 영국에서 빈부격차가 확대되지 않았다면 경제가 20%는 더 성장했으리라는 점을 입증하는 보고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따라서 억만장자의 기부 확대는 단순히 이타적인 행위에 그치지 않는다. 당초 그들의 소득창출에 도움을 줬던 성장 기반 경제 시스템 전체가 그들이 보유한 자본 일부의 재분배에 달려 있다.

그러나 어쩌면 그들이 그래야 하는 더 이기적인 이유가 있을지도 모른다. 행복이나 자기방어 등의 이유다.

돈이 행복을 가져다 주지는 않는다. 역시 진부하고 지각 없는 구호 중 하나이면서 프린스턴대학 노벨상 수상 경제학자 2명의 연구 결과이기도 하다. 더 정확히 말해 연간 7만5000달러(약 8900만원) 한도까지는 행복을 가져다 주지만 그 뒤로는 정신적 웰빙을 높여주는 효과가 전혀 없다. 시애틀에서 그래비티 페이먼츠라는 회사를 경영하는 댄 프라이스 CEO는 그런 발견에 근거해 매년 자기 연봉의 90%를 기부해 직원들의 소득을 그 마법의 7만5000달러 선에 근접하게 끌어올린다. 그러니 그렇게 많은 돈을 기부했다가 불행해질까 주저하는 갑부라면 걱정할 필요 없다. 연간 7만5000달러 정도만 남겨두고 나머지는 모두 세상에 돌려주자. 왜 그것이 합리적인 방법인지 이제 알게 됐으니 말이다.

그게 합리적이지 않다고 여겨지면 이건 어떤가. 돈을 기부하지 않으면 죽게 될 것이다(give away your money OR YOU WILL DIE). 약간 멜로드라마 같은 가능성이지만 억만장자 닉 해나우어가 TED(기술·오락·디자인) 강연에서 전한 메시지의 요지가 바로 그렇다. ‘조심하라 부자들아. 쇠스랑이 다가오고 있다(Beware, fellow plutocrats, the pitchforks are coming)’는 제목의 강연이다. 해나우어의 논지는 이렇다. 현재의 격차 수준은 지속 불가능하다. 프랑스 혁명 전의 수준과 비슷하다(그 뒤 프랑스의 지배계급에 어떤 일이 생겼는지는 주지의 사실이다). 필연적으로 현 체제의 폭력적인 전복으로 이어진다. 쇠스랑으로 뒤집어 엎듯이 말이다.

우리 자신의 목숨에 대한 위협으로 충분하지 않다면 어쩌면 앞으로 태어날 모든 아기들을 포함해 우리 인류 전체에 대한 위험은 어떨까. 옥스팜의 새 보고서에 따르면 최고 부자 10%가 세계 이산화탄소의 49%를 배출한다. 그렇다면 분명 기후변화 억제 노력이 그런 책임과 비례해야 하지 않을까?

풍력 터빈 가격을 중간 정도인 250만 달러로 잡아보자. 옥스팜에 따르면 세계 최고 부자 80명이 총 1조9000억 달러의 자산을 소유한다. 그들 각자가 자산의 99%를 기부해 풍력 터빈을 제작한다면 무려 75만2400개나 된다. 지구온난화의 한계인 20℃ 이하로 기온을 유지하기에 충분할 것이다.

물론 소설 같은 이야기지만 요지는 충분히 납득할 수 있을 것이다. 기후변화 억제 노력이 유발 요인에 비례하도록 하는 변화가 파리에서 열린 기후변화 회의의 주요 현안이었다. 세계의 부호들이 정말로 자손들에게 더 나은 지구를 물려주고자 한다면 이보다 더 훌륭하고 중요한 출발점은 없을 것이다. 어쨌든 우리가 기후변화에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사람이 살 만한 지구를 후손에게 물려주느냐가 결정될 테니까.

- LEE WILLIAMS IBTIMES 기자 / 번역 차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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