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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원 입주권 vs 분양권] 좋은 동·층 원하면 입주권이 유리

[조합원 입주권 vs 분양권] 좋은 동·층 원하면 입주권이 유리

재건축단지인 송파 헬리오시티 견본주택을 찾은 수요자들이 지난해 11월 단지 모형을 둘러보고 있다.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이 단지의 전용면적 84㎡형 입주권이 8억원을 밑돌았지만 지난해 말엔 일반분양 분양가를 한참 웃도는 9억500만원에 거래된 사례도 있다. / 사진:중앙포토
서울 강동구에서 전세를 살고 있는 정모(43)씨. 다락같이 오른 전셋값 때문에 내 집 마련을 계획하고 지난해 잇따라 신규 분양시장 문을 두드렸지만 실패했다. 서울 도심의 새 아파트를 마련하고 싶지만 청약 경쟁이 워낙 심해 번번히 떨어졌다. 이 때문에 분양권이나 재개발·재건축 입주권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정씨는 “마음에 드는 아파트는 번번히 청약에서 물을 먹고 있다”며 “그래서 관심을 청약 경쟁이 없는 분양권이나 조합원 입주권으로 돌렸다”고 말했다.

전세난이 이어지면서 지난해 분양시장은 활황세를 보였다. 그만큼 청약 경쟁이 치열했다는 얘기다. 그러다 보니 정씨처럼 번번히 청약에서 낙첨한 사람들이 분양권 시장이나 조합원 입주권을 매입하는 예도 늘었다. 실제로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1년 간 서울 분양·입주권 거래건수는 6893건으로 2007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가장 많았다. 2014년 5200건에 비해서는 32%나 늘어난 수치다. 전문가들은 올해에도 분양권·입주권 거래가 늘어날 것으로 내다본다. 전세난이 치솟고 있지만 올해에는 지난해보다 신규 공급 물량이 크게 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신한금융투자 이남수 부동산팀장은 “기존 주택은 2월부터(서울·수도권) 주택담보대출 규제가 시작돼 소득증빙이 어려운 실수요자의 접근이 어렵게 된다”며 “분양시장은 여전히 경쟁이 치열해 분양권이나 입주권 시장으로 수요가 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입주권 가격 분양가보다 비싼 단지도
서울 도심에선 재개발·재건축 단지가 대거 분양에 나서면서 입주권이나 분양권에 관심을 갖는 투자자도 늘고 있다. 서울의 경우 집 지을 땅이 부족하기 때문에 사실상 재개발·재건축 외에는 주택 공급 방법이 없다. 하지만 일반분양 물량이 넉넉하지 못해 경쟁률이 수십대 1을 넘기 일쑤다. 재개발·재건축 조합원 입주권의 가장 큰 장점은 좋은 동과 층을 선점할 수 있다는 점이다.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동·호수 배정이 먼저 이뤄진 뒤 남은 물량을 일반분양으로 돌려 청약을 진행하기 때문이다. 또 부족한 사업 비용은 일반분양 가격을 책정해 충당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가격도 일반분양보다 저렴한 편이다. 재건축 업계 관계자는 “자금 여유가 있다면 동과 호를 골라 매입할 수 있는 조합원 입주권 투자에 관심을 기울여볼 필요가 있다”며 “그러나 최근 서울 강남권 재건축 단지가 인기를 끌면서 매도 호가가 뛰고 있어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송파구 가락동 가락시영아파트를 재건축한 송파 헬리오시티는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전용면적 84㎡형 입주권이 8억원을 밑돌았다. 하지만 지난해 말엔 일반분양 분양가를 한참 웃도는 9억500만원에 거래된 사례도 있다. 통상 입주권은 일반분양 분양가보다 싸지만 최근에는 입주권이 분양가를 웃도는 경우도 생기고 있는 것이다. 서울 성동구 옥수동 옥수 e편한세상 파크힐스 84㎡ 역시 일반분양가는 대부분 7억원을 넘지 않았지만 조합 입주권은 최근 7억원 넘어 매물이 나온다. 옥수동 J공인 관계자는 “분양권보다는 입주권을 찾는 문의가 더 많다”고 전했다.

입주권은 그러나 계약금과 중도금, 잔금을 나눠 내는 일반분양과 달리 한꺼번에 목돈을 투입해야 한다는 것이 단점이다. 조합원 권리가액에 이주비용을 뺀 만큼의 돈이 필요한데 이 금액이 단지마다 차이는 있지만 서울 강남권의 경우 대개 수억원에 달한다. 또 사업지연 등에 따라 재개발·재건축 사업을 청산하는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추가부담금이 늘어날 수도 있다. 특히 주택시장 호황으로 사업 진행에 속도가 붙은 서울 강남권 재건축에 비해 다른 지역 재개발은 사업이 막바지 단계에서도 발목이 잡히는 예가 많아 주의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관리처분계획인가까지 끝난 사업장이 수년째 담보상태인 곳도 있다”며 “이 경우 예상치 못한 추가분담금으로 낭패를 볼 수도 있는 만큼 조합원들의 사업 추진 의지 등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비해 분양권의 경우 보통 분양가의 10~20%인 계약금과 웃돈(프리미엄)만 부담하면 되기 때문에 한 번에 목돈이 들어가지 않는다. 계약금을 낸 이후 입주할 때까지 중도금과 잔금을 나눠서 지불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분양권은 청약통장이 없어도 되고 층·향·동을 골라 살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수요자들이 많이 찾는다”며 “다만 인기 단지라 해도 높은 웃돈을 주고 사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무엇보다 분양권 웃돈은 정확한 시세가 없어 분양권을 살 때는 중개업소 여러 곳에 문의하는 게 좋다. 웃돈이 지나치게 높다면 거품일 수 있어 신중해야 한다. 앞으로 새 아파트 공급 물량이 많이 남은 곳에선 웃돈이 내릴 수 있다. 또 입주 물량이 많아도 웃돈이 빠질 수 있다. 최근 서울 위례신도시에선 입주가 줄줄이 이어지면서 지난해보다 웃돈이 많게는 5000만원가량 빠졌다.

전매제한이 있는 단지는 정확한 분양권 전매 해제 시기도 확인해야 한다. 전매가 풀리지 않은 물량을 거래하면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세금을 아끼기 위한 ‘다운 거래’도 피해야 한다. 적발되면 벌금 등 처벌 받는다. 분양권은 등기가 없는 상태에서 거래가 이뤄지기 때문에 반드시 건설 업체를 통해 분양 계약자가 맞는지 확인해야 하고 계약자 본인과 거래해야 한다. KB국민은행 박원갑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전매제한에서 풀린 분양권 매물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면 웃돈이 붙은 단지라도 일시적으로 웃돈이 하락할 수 있다”며 “실수요자라면 조금이라도 낮은 웃돈을 주고 원하는 물량을 구입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입주권과 분양권은 매입 이후 부과되는 세금에서도 큰 차이가 난다. 입주권은 세법상 주택에 해당하기 때문에 본인 소유의 주택과 조합원 입주권을 갖고 있다면 2주택자로 간주된다. 이에 따라 양도소득세 비과세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기존 주택을 3년 이내에 팔아야만 한다. 이와 달리 분양권은 준공 후 소유권 이전 등기를 마치기 전까지는 주택으로 취급되지 않는다. 취득세도 다르게 적용된다. 입주권의 경우 매입하는 즉시 토지분의 4.6%에 해당하는 취득세를 내야 하지만 분양권은 등기 때 취득세를 내면 되기 때문에 만약 분양권을 준공 이전에 팔면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분양권의 취득세율도 분양가격과 전용면적 별로 1.1~3.5%로 입주권에 비해 낮다.
 세금·중개수수료는 분양권이 유리
중개수수료에서도 차이가 난다. 분양권의 경우 총 분양가가 아니라 실제 주고받은 금액, 즉 초기 계약금과 이미 낸 중도금, 웃돈을 더한 금액이 수수료 산정 기준이 된다. 즉, 분양권 거래 중개수수료를 구하는 공식은 거래금액(계약금+중도금+웃돈)×수수료율이다. 일반적인 주택 거래와는 방식이 다른 셈이다. 반면 입주권은 실제로 주거 받은 금액 자체가 총 분양가에 근접하기 때문에 중개수수료 역시 부담이 큰 편이다. 부동산114 함영진 리서치센터장은 “분양권과 입주권은 성격부터 세금까지 모두 다르기 때문에 차이를 숙지하고 접근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 황정일 기자 obidiu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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