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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은행을 분할해야 하는 이유

대형은행을 분할해야 하는 이유

월스트리트의 횡포를 막을 수 없기 때문에 초대형 은행들을 쪼개야 한다.
미국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인 버니 샌더스의 대형 은행 분할 공약을 둘러싸고 한편에선 방법도 모르면서 그런 주장을 내세운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 논란은 그것이 샌더스 개인보다는 그가 민주당 기성체제와 월스트리트에 제기하는 위협에 관해 더 많은 사실을 말해준다.

물론 샌더스는 대형은행들을 어떻게 분할할지 알고 있다. 이미 그런 취지의 법안을 제출했다. 그리고 신규 법안 없이도 도드-프랭크법(금융규제개혁 및 소비자보호법)에 따라 대통령에게 그런 분사를 집행할 권한이 있다.

그러나 샌더스가 민주당 기성체제와 월스트리트에 위협이 되는 것은 무엇보다도 그가 자신이 약속한 대로 정확히 실천할 작정이기 때문이다. 초대형 은행들을 잘게 쪼개 놓겠다는 것이다.

오늘날 초대형 은행들은 ‘대마불사’로 간주됐던 2008년보다 훨씬 더 커졌다. 당시 초대형 은행들은 미국 전체 금융자산의 30%정도를 보유했다. 지금은 그 비율이 44%로 높아졌다.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토마스 회니그 부의장의 최근 분석에 따르면 JP모건 체이스, 시티뱅크, 뱅크 오브 아메리카, 웰스 파고 등 단 4개 대행은행의 자산이 2012년 미국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97%에 달한다.

이젠 그 은행들이 대마불사 구도를 전보다 더 확고히 굳혔다는 의미다. 그것이 경제에 미치는 위험은 그들의 부채뿐이 아니다. 미국의 금융·경제 시스템 전체에 대한 그들의 지배력 문제도 심각하다.

버니 샌더스만 대형은행들의 분할을 촉구하는 것은 아니다.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의 닐 카슈카리 신임 총재(골드만 삭스 출신의 공화당원)도 댈라스 연방준비은행 전 총재와 마찬가지로 대형은행 분할을 추진한다.

불과 8년 전까지만 해도 초대형 은행들의 사기성 관행이 비일비재했다. 1차 대출기관에 돈을 빌려줘 과대 포장된 주택자금 융자를 제공하도록 한다. 그 뒤 그 채권을 다시 사들여 재포장해서 리스크를 알리지 않고 투자자에게 팔아 넘긴다. 그 다음 일련의 사기성 주택압류에 가담하는 식이다.

도드-프랭크법은 이런 유의 불합리를 포괄적으로 다루지만 가장 중요한 결정은 규제당국에 맡겨뒀다. 그 뒤로 월스트리트 로비스트, 변호사, 고소인들이 떼로 달려들어 그런 규제에 물타기를 하며 지연시켜 왔다.

예컨대 도드-프랭크법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 특정한 위험을 줄이도록 했지만 월스트리트가 그 과정을 방해했다.

CFTC는 도드-프랭크법에 따라 첫 주요 결정을 내릴 때 1500건의 논평을 검토했는데 대체로 월스트리트의 논평이 대부분이었다. 몇 년 뒤 위원회는 월스트리트가 모색하던 허점과 예외 일부를 포함한 규제안을 발표했다.월스트리트는 거기에 만족하지 않았다. 따라서 CFTC는 법의 발효를 연기해 월스트리트에 반대의사를 표명할 시간을 더 주기로 했다. 대형은행들은 이조차 부족했던지 변호사들을 내세워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위원회의 비용효과 분석이 적절하지 않다는 주장이었다.

미국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 버니 샌더스는 지나치게 규모가 커진 대형 은행들을 분할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현재 도드-프랭크법에서 요구한 398건의 규제 중 155건만 마무리됐다. 그리고 최종 확정된 규정에는 월스트리트 고위 경영자들의 페라리 자동차가 드나들 만큼 큰 구멍들이 숭숭 뚫려 있다.

초대형 은행들은 받아들일 만한 ‘생전 유언장(living wills)’조차 내놓지 않았다. 도드-프랭크법에 따라 은행들이 파산절차를 밟는 동안 중요한 기능을 어떻게 유지할지 설명하도록 한 규정이다.

한편 그들은 예금자의 돈으로 계속 도박을 한다. 그들의 사업 중 글로벌 영업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따라서 미국 규제당국이 감독하기가 더 어렵다. 2012년 JP모건 체이스의 ‘런던 고래 사건’(런던 지사 투자담당자의 파생상품 거래 실패)으로 입은 62억 달러의 손실이 대표적이다. 시티그룹 한 기업만 해도 외국 자회사가 2000개를 넘는다.

결론적으로 규제로는 월스트리트의 횡포를 막지 못할 것이다. 그들은 너무 막강한 화력을 보유하고 있다. 그리고 계속 선거자금의 주요 공급원 역할을 하기 때문에 충분히 엄중하고 강력하게 규제하기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초대형 은행들을 분할해야 한다.

최근 TV에서 이 문제를 두고 바니 프랭크 전 하원의원과 논쟁할 때 그는 초대형 은행의 한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이냐고 계속 따져 물었다.

경험칙으로는 은행의 자산 한도를 미국 GDP의 약 2% 또는 대략 3300억 달러로 정하는 방법도 괜찮은 듯하다(참고로 지난해 말 골드만삭스의 자산이 8600억 달러를 웃돌았다).

그런 한도를 정한다고 미국의 금융 경쟁력이 약화되거나 은행 직원들이 일자리를 잃지는 않을 것이다(최악의 경우 소형 은행으로 이직하는 정도가 될 듯하다). 반면 미국 경제의 안전은 보장된다. 덤으로 미국 민주주의를 능가하는 월스트리트의 힘도 약화될 것이다.



[ 필자는 캘리포니아대학(버클리 캠퍼스) 공공정책대학원 교수이며,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노동장관을 지냈다. 이 기사는 RobertReich.org에 먼저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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