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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꿈틀대는 일본 비트코인 시장] 외환거래 주도권 경쟁에 가상통화 패권 다툼

[다시 꿈틀대는 일본 비트코인 시장] 외환거래 주도권 경쟁에 가상통화 패권 다툼

유망 비트코인 기업과 제휴한 상장사들 주가 급등... 벤처뿐 아니라 대기업도 관심
도쿄 마루노우치 도쿄은행협회빌딩에는 ‘피노라보(Fino Lab)’라는 시설이 있다. 이곳은 금용과 기술을 융합시킨 핀테크 관련 벤처기업을 지원하는 거점이다. 3월 18일 저녁 이곳에서 ‘블록체인 서비스 개발의 이면’이라는 주제로 세미나가 열렸다. 청중 속에는 저명한 주식 투자가이자 일본에서 ‘울프 무라타’로 알려진 무라타 미카의 모습도 보였다. 무라타는 트위터를 통한 정보 공유로 인기를 모은 투자가다. 이날 무라타가 방문한 목적은 세미나에 나온 테크뷰로(Tech Bureau)의 아사야마 타카오 사장 때문으로 여겨진다. 지난해 12월 이후 이 회사와 제휴를 발표한 대부분의 기업은 그 직후 주가가 급등했다.

현재 테크뷰로는 주식 투자가 사이에서 각광을 받는 존재다. 동사는 비트코인 거래소인 ‘Zaif(자이프)’를 운영하고, 블록체인 기술(비트코인의 핵심 기술로 중간 기관 없이 모든 네트워크 참여자의 합의로 거래할 수 있도록 하는 암호화 기술)도 가지고 있다. 비트코인은 2009년 탄생한 가상화폐다. 2014년 2월 일본에서 거래소를 운영했던 마운트곡스(MTGOX)가 투자자의 비트코인을 손실시키는 사건이 있었다. 이로 인해 마운트곡스는 파산했고, 일본에서 비트코인 이미지는 악화됐다. 그러나 핀테크 붐이 일어난 지금 은행을 통하지 않고 거래가 가능하고, 해외 송금 때도 수수료가 거의 들지 않는다는 비트코인의 이점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비트코인의 최대 장점은 활용 범위가 무궁무진하다는 것이다. 어디서 얼마나 수익을 낼지 아무도 모른다.

비트코인의 거래 이력은 기본 기술인 블록체인 상의 장부에 기록된다. 장부는 모자라면 추가 작성이 가능하지만 과거 이력의 삭제와 수정은 불가능하다. 이런 점 때문에 블록체인 기술은 위조방지 수단으로 부동산 등기부 관리 등 금융 이외 분야에서도 폭넓게 이용할 수 있다. 테크뷰로가 주목 받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아사야마 사장은 “토큰(가상통화 등의 가치정보)과 달러·엔 등의 법정통화가 오가는 장인 거래소도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거래소는 향후 새로운 경제권이 탄생하는 요충지이기 때문이다. 일본 비트코인 거래소는 지금까지 테크뷰로 등 비상장기업이 운영 주체였다. 하지만 최근 들어 상장기업의 참여가 잇따르고 있다. 그중 하나가 일본 국내외에서 금융사업을 전개하는 J트러스트다.
 테크뷰로와 제휴한 기업마다 주가 급등
J트러스트는 올 상반기에 거래소를 개설하고 FX(외환 증거금 거래소) 회사와 마찬가지인 비트코인의 레버리지 거래를 시작할 계획이다. 거래소 시스템 구축은 싱가포르 비트코인 거래소 운영회사인 코인(Quoine)과 협력한다. J트러스트는 2015년 일본 거래소 중 하나인 BTC복스에 2억엔을 투자했으나 보유 기술과 배분율 면에서 훨씬 매력적인 코인을 선택했다. 동사는 유럽 금융회사인 크레디트스위스 등에서 엔지니어 경험을 쌓은 인물이 설립한 회사다. J트러스트는 최근 BTC복스에 대한 투자액을 줄이고 계열사에서도 제외했다.

거래소 설립은 자회사인 J트러스트 마케팅이 담당한다. 사장인 후쿠요리 노리히로는 지난해 7월 이 그룹으로 왔다. 복수의 FX 회사에서 사업 설립에 관여했으며, 코인 일본 법인에서 사장을 맡은 이력이 있다. 후쿠요리 사장은 “J트러스트는 보유 자금이 풍부해 사업 지속성을 담보할 수 있다”며 “한국이나 인도네시아에 은행을 두고 비트코인과 현지 통화를 교환하는 사업에도 흥미가 있다”고 자사의 강점을 이야기한다.

투자정보 서비스 제공이 주력 사업인 피스코(FISCO)도 4월 1일 비트코인 거래소를 운영하는 자회사를 설립했다. J트러스트에 비해 사업계획은 미흡한 부분이 있으나 세계적인 대형 거래소인 중국의 OK코인과 일본 거래소의 가격차를 이용한 재정거래(환율의 장소적 불균형을 이용해 차익을 얻는 외환거래)를 투자자들에게 제공한다고 한다.

J트러스트와 피스코 양사에게 증권회사나 FX회사가 라이벌이 되겠지만, 이러한 제1종 금융상품 거래업자는 겸업 규제를 받는다. 피스코의 가노 히토시 사장은 “이 격차는 크다”고 이야기한다. J트러스트는 일본 내에서 은행 이외의 사업이 주력이고, 피스코는 금융업 자체에 손을 대지 않았다. 때문에 기존의 금융 구조에 얽매이지 않고 신속하게 움직일 수 있는 것이다.

최근 주식시장에서 비트코인 거래소 운영과 관련해 가장 주목을 받는 것이 FX회사인 머니파트너스 그룹(MONEY PARTNERS GROUP)이다. 실제로 언론에서 개정안 이야기가 다뤄지기 시작한 2월 이후, 동사 주가는 급등했다. 오쿠야마 타이젠 사장은 “마운트곡스가 파산하기 반년 전부터 비트코인 동향을 주시해 왔다”고 이야기한다. 줄곧 비트코인 비즈니스 참여를 위한 검토를 해왔으며, 지난해 7월 미국 비트코인 거래소인 크라켄(Kraken) 운영사와 업무제휴 협의를 개시하기로 발표하는 등 포석을 다졌다.
 금융회사 주도로 업계 기준 만들려는 움직임도
머니파트너스의 시장 참여는 주위에 충격을 안겨줬다. 아마 ‘금융회사 주도’라는 점 때문일 것이다. 현재 동사는 은행이나 증권회사 등을 멤버로 한 연구회를 주관하고 있다. 금융상품 거래법 등 현행법 아래서는 실무 식견이 풍부한 금융회사가 중심이 돼 비트코인에 관한 업계 기준을 만들어 가는 게 이 연구회가 지향하는 바다. 금융청이나 재무국의 양해를 전제로 했다고는 하지만, 기준이 만들어진다면 “개정법 시행을 기다리지 않고 거래소를 개설하는 것도 가능한 이야기”라는 것이 오쿠야마 사장의 생각이다. 레버리지 거래를 포함해 기존 FX사업과 비슷한 서비스를 전개해나갈 계획이다.

세계 비트코인 거래고는 하루에 20억~40억 달러 수준이다. 이는 엔·남아프리카랜드(ZAR) 통화율에 버금가는 거래 규모다. 해커 공격 등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하면 시장 매매가 중지되는 불안 요소가 있기 때문에 신중한 거래가 요구된다. 그러나 오쿠야마 사장은 “투기 수단으로 비트코인을 다루려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한다. 세계에서 비트코인이 달러나 엔화와 같은 법정통화를 대신할 결제수단으로 주목 받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가치교환의 장으로서 거래소의 장래성도 고려했다.

신규 참여를 노리는 3사는 모두 상장기업이다. 더구나 머니 파트너스는 제1종 금융상품 거래업자로 ‘신뢰성’을 어필한다. 한편 이미 만들어진 거래소 중에는 비트플라이어(bitFlyer)가 자기자본을 확충하는 등 각 사가 신뢰성 향상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과잉 경쟁에 마이너스 수수료도 등장
그러나 과제도 산적해 있다. 요즘 인터넷에서는 테크뷰로 아사야마 사장의 해외 체포 이력에 대해 말들이 많다. 어떤 내용인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고, 아사야마 사장도 ‘사실무근’이라고 부정했지만 아직 업계 이미지를 둘러싼 ‘어둠’이 불식된 것은 아니다. 운영회사 사이의 비난도 격화돼 스스로 무덤을 파고 있는 꼴이다. ‘장밋빛 미래’가 신규 참여 회사들을 기다리고 있다고 단언할 수 없다는 의미다. 더구나 거래소 간의 경쟁 격화로 매매 수수료율은 이미 제로에 가까운 상황이다. 경쟁을 선도한 자이프의 경우 매매시 거래액의 0.01%를 환원한다는 ‘마이너스 수수료’를 도입했을 정도다. 수수료 제로에 익숙해진 고객들의 의식을 뒤엎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거래소의 수익원은 계좌 출금 수수료, 또는 비트코인 매입가와 고객 판매가격과의 차액 정도다. 비트플라이어의 카노유조 사장은 “일본 시장은 매력이 없다”고 단언한다. 수수료를 취할 수 있는 해외에서 활로를 찾아야 한다고 주장이다. 진흙탕의 소모전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일까? 그러나 카노 사장은 “FX 고객이 비트코인 시장으로 유입된다면 상황은 바뀔 것”이라고 지적한다. 저력이 있는 머니파트너스를 중심으로 패권다툼의 제1막이 이제 곧 시작한다.

- 일본 경제 주간지 주간동양경제 특약, 번역=김다혜

비트코인(Bitcoin): 지폐나 동전과 달리 물리적인 형태가 없는 온라인 가상화폐. 은행 등을 거치지 않고 개인과 개인이 직접 주고받으며 인터넷 환전사이트에서 비트코인을 구매하거나 현금으로 바꿀 수 있다. 최근 일본은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를 결제수단으로 인정하고 현금과도 교환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을 마련했다. 비트코인의 ‘화폐’ 기능을 인정하되 관리를 강화하기 위한 취지다.
 [박스기사] 왜곡된 가상화폐 열기 - 투기 조장하는 세력 곳곳에 등장
그리 알려져 있지 않으나 개인을 대상으로 한 가상통화 세미나가 최근 성황이다. 그러나 이러한 세미나들은 비트코인과는 약간 다른 금시초문의 가상통화 구입을 추천하는 경우가 많다. 그 실태를 알아봤다. “오늘 제가 하는 이야기는 주식에서 말하는 내부자 정보에 관한 것입니다.” 2월 어느 날 도쿄에서 열린 한 가상통화 세미나는 젊은 남성 강사의 이야기로 시작됐다. 참가자는 40여 명. 40~50대가 중심으로 여성도 많았다. 세미나 초반은 비트코인이 세계에서 알려지게 된 이유 등 유익한 이야기였다. 세미나 분위기가 어느 정도 무르익자 이야기는 이 세미나의 핵심인 ‘돈벌이’로 넘어갔다.

“저 같은 경우 지난해 가상통화로 벌어들인 수익이 연 500% 정도입니다. 그중에서도 선행 판매 기간에 사들여 그 후 거래소에 공개된 통화는 가격이 10배 정도 뛰었습니다.” 이 말에 세미나장이 술렁이기 시작한다. 강사가 말하는 선행판매 기간이란 거래소 등에서 공개 매매되는 상태가 아닌 인편을 통해서만 구입할 수 있는 단계를 가리킨다.

이 정도면 쉽게 상상이 될 것이다. 이러한 세미나에서 말하는 건 미공개주식 투자 권유나 마찬가지다. ‘공개 후에는 가격이 오르기 때문에 지금 사두자’라는 소리다. 사실상 투자가 아닌 투기다. 남성 강사가 ‘가장 이익을 내기 쉽다’고 추천한 것은 신용보완 장치로서 귀금속 등을 담보로 하는 (가상통화의 가치를 보증하는 자산을 가진) 유형이었다. 그는 과거에는 금을 담보로 한 가상통화로 이익을 봤다고 자랑스럽게 이야기했다. 이 세미나에서는 발행금액의 20%를 고가의 앤틱코인(실제 가치가 훨씬 높아 귀금속으로 분류되는 동전)으로 담보하는 통화 구입 신청을 받고 있다고 한다. 세미나에서는 ‘통화 1장=50엔’이 당초 가격이지만 최근 가격은 90엔까지 상승했다고 설명한다. 지난해 8월 공개 시에는 200~400엔을 예상했으며 최저 구입액은 10만엔이다. 총 발행매수는 1억2000장으로 일본에서 100억엔을 조달했다는 말도 했다. 정말로 현실성이 있는 이야기일까? 어딘가 수상한 냄새가 난다.

실제로 귀금속 등을 담보로 하는 유형의 가상통화는 극히 일부다. 그 외에는 대부분 ‘네트워크형’이라 불리는 일종의 멀티상법(다단계) 유형이다. 멀티상법은 보수를 미끼로 피라미드 형태로 판매조직을 확대해가면서 상품판매를 확장시키는 수법이다. 취재를 통해 사람을 소개하면 할수록 돈을 벌 수 있는 타입의 가상통화 판매 구조를 확인할 수 있었다. 자신을 ‘부모’라고 치자. 부모가 직접 ‘자녀’를 5명 권유하면 ‘증손자’까지 구입액의 일정 비율이 부모에게 들어온다. 자녀가 7명이면 현손으로부터도 보수를 얻을 수 있다. 소개하면 할수록 통화 가격을 인위적으로 올릴 수 있다.

해외 부동산을 담보로 하는 유형의 가상통화도 판매 중이다. 이렇게 모인 자금은 개발 중인 토지 구입에 사용된다고 한다. 개발이 진행되면 토지가격이 올라 통화 가치도 상승하는 식이다. 이미 비트코인은 단순한 가상통화가 아니다. 규제나 과세를 피하는 도구로 가상 통화를 이용하는 것이다.

앤틱코인을 담보로 하는 가상통화를 추천한 남성 강사는 마넥스(monex)증권의 마츠모토 오오키 회장과 비트코인에 관한 행사에서 함께 찍은 사진을 보여주면서 “마츠모토씨는 우리 같은 사람을 좋아한다. 그러니 사람을 소개해 주고 친절하게 대해주겠다”고 관계자와 친밀한 관계라는 것을 어필한다. 비트코인을 사용한 고수익 서비스를 마넥스의 임원으로부터 직접 들은 듯한 에피소드도 들려줬다. 마넥스 쪽에 확인을 해보았다. 마츠모토 회장이 참석한 이벤트에서 남성 강사가 인사를 하러 왔다고는 하나 사람을 소개해주거나 임원이 어떤 서비스에 대해 알려준 것은 사실이 아니라고 강하게 부정했다.

일본 디지털머니협회의 오오이시 테츠유키 이사는 “수상쩍은 이야기에 현혹되지 않기 위해서는 우선 가상통화에 대한 개념을 정확히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비트코인 가치의 원천은 국가와 같은 발행 주체가 없으며, 네트워크 상에서 모두가 관리하고, 누군가가 자의적으로 통화 발행량을 조절할 수 없다는 점에 있다. 그러나 “일반적인 가치관으로는 이해하기 어렵고 단점만 보일뿐이다. 이러한 점을 역으로 취해 남을 속이려는 쪽은 가상통화가 안정적이라는 점을 내세운다”(오오이시 씨). 가상통화가 다시 인기를 끌자 실제로 수상한 움직임들이 꿈틀대기 시작했다. 아주 좋은 투자 건수가 근처에 그냥 굴러다닐 리 없다. 전문가가 아닌 이상 우선은 접근하지 않는 편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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