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미트리스 실라키스 벤츠코리아 대표] “가격은 곧 브랜드 가치다” -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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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미트리스 실라키스 벤츠코리아 대표] “가격은 곧 브랜드 가치다”

[디미트리스 실라키스 벤츠코리아 대표] “가격은 곧 브랜드 가치다”

▎디미트리스 실라키스 벤츠코리아 대표.

▎디미트리스 실라키스 벤츠코리아 대표.

엔진 보닛 위, 혹은 라디에이터 그릴에 선명한 ‘삼각별’ 엠블럼. 독일제 명차를 대표하는 메르세데스-벤츠의 상징이다. ‘삼각별’을 가진 사람들은 BMW·아우디나 렉서스를 타는 이들과 조금 다르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일단 살 때부터 흥정이 안 통한다. ‘벤츠 E300 아방가르드 7350만원, S500L 4MATIC 1억9610만원.’ 좀처럼 이 가격에서 깎아서 사기 어렵다. 할인 프로모션과 마케팅에 한창인 수입차 브랜드와 달리 벤츠는 유독 정가 판매 원칙을 고수하는 브랜드라서다. 그런데도 한국 소비자들은 아낌없이 지갑을 연다. 디미트리스 실라키스(50) 벤츠코리아 대표는 최근 서울 남대문로 본사 집무실에서 진행한 본지와 인터뷰에서 “가격은 곧 브랜드 가치라 벤츠는 쉽게 타협하지 않는다”며 “럭셔리 브랜드라면 응당 그래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 소비자 취향에 맞추는 ‘코리아나이즈’ 역점

그는 지난해 9월 벤츠코리아 신임 대표로 취임했다. 이전까지 그리스·브라질을 거치며 20년 넘게 벤츠 마케팅에만 매달려 2014년 벤츠 브라질 대표 재임 기간 중 판매를 두 배로 늘린 실적을 인정받아 지난해 벤츠코리아 대표로 선임됐다.

그런 그에게 한국 시장의 특징을 물었더니 “요구 수준이 높다(very demanding)”는 답이 돌아왔다. 그는 “(한국 소비자는) 정보를 많이 갖고 있고 모든 사안에 대해 매우 빠르게 반응한다. 최상의 품질을 제공하는 벤츠에게도 자극을 주는 요소"라고 덧붙였다.

한국 소비자가 유별난 걸까. 지난해 9월 페이스북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화제가 된 ‘벤츠 골프채 훼손’ 사건에 대해서도 물었다. 벤츠 S클래스 차량의 시동 꺼짐 결함, 무성의한 AS(애프터서비스)에 분노한 고객이 벤츠 전시장 앞에서 차량을 골프채로 때려 부순 사건이다. 당시 벤츠가 같은 모델 신차로 교환해 줘 화제가 됐다.

디미트리스 실라키스 대표는 “신차를 그냥 준 게 아니라 부순 차량 값을 받고 교환해줬다”며 “화제가 됐다고 해서 대응을 달리한 것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사건을 통해 고객의 요구에 빨리 대응해야 하고, 정확히 의사소통이 필요하다는 점을 배웠다”고 말했다.

벤츠에게 한국 시장은 어떤 의미일까. 일단 숫자 상으로 글로벌 8위 규모다. 최고급 세단으로 범위를 좁혔을 땐 더 크게 다가온다. S클래스·E클래스는 3위, 마이바흐는 2위다. 중요한 한국 시장을 붙잡기 위해 벤츠는 어떤 노력을 하고 있을까. 그는 신형 E클래스로 답을 대신했다. “E클래스는 처음 개발할 때부터 한국 시장을 고려했습니다. 벤츠 본사 인력이 직접 한국에서 장기간 주행 테스트를 진행했죠. 특히 내비게이션을 많이 다루는 한국 소비자 취향을 반영해 고화질 디스플레이와 3D 지도를 적용했습니다.”

그는 한국 소비자 취향에 맞추는 과정을 ‘코리아나이즈’(Koreanize·한국화)라고 표현했다. 그는 “벤츠 본사에서 가장 많이 신경쓰는 부분이 ‘코리아나이즈’다. 여기 집중하기 위해 2014년 본사에 한국화를 전담하는 연구·개발(R&D) 센터를 세웠다”고 설명했다. 벤츠 신차를 개발할 때 한국의 교통 환경을 최대한 반영할 수 있도록 연구하는 곳이다. 올해 연말까지 연구 인력을 15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명차의 가치에 한국화 노력까지 더한 덕분일까. 실적은 상승세다. 지난해 처음 수입차 매출 1위에 올랐다. 벤츠와 BMW·아우디폴크스바겐 등 독일 자동차 3사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벤츠는 지난해 매출 3조1415억원(영업이익 1112억원)을 기록했다. 수입차가 연매출 3조원을 넘긴 것은 벤츠가 처음이다. BMW가 매출 2조8757억원(영업이익 2352억원), 아우디폴크스바겐이 매출 2조8185억원(영업이익 472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가격이 1억~3억원에 이르는 S클래스를 연 1만대 이상 판매하는 등 고급 세단 판매에서 독주한 점이 실적 상승에 한 몫했다. 지난해 각 사 차량 평균 판매가는 벤츠 6700만원, BMW 5200만원, 아우디폭스바겐 4100만원 선이다.

“돈을 쓸어담는데 그에 비해 사회공헌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하자 손사래를 쳤다. 그는 “조심스럽지만 지난해 한국 시장에 20억원을 기부했다. 수입차 브랜드 중 가장 많다”면서도 “시작에 불과하다. 단순 기부뿐 아니라 자동차 전문 인력 양성, 안전 교육 등 재능 기부에 초점을 맞춘 사회공헌을 확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폴크스바겐 ‘디젤 게이트’ 사태에서 드러났듯 독일 본사와 한국 법인 간 폐쇄적인 의사소통 구조에 대해서도 물었다. 그는 “우린 본사와 ‘파워 게임’을 하는 관계가 아니다. 본사로 하여금 한국 시장 투자를 늘리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성과도 나열했다. 그는 “2014년엔 본사에서 520억원을 투자해 국내에 부품 물류센터를 준공했고, 지난해 250억원을 투자해 아시아 최대 규모 직원 교육센터도 세웠다”고 설명했다.

테슬라 자율주행차 사망사고 이후 고개를 드는 자율주행차 비관론에 대해선 “자율주행은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고 반박했다. 다만 사람이 운전에 전혀 개입하지 않는 ‘무인차’가 당장의 목표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자율주행은 어디까지나 운전자를 돕고 사고를 피하는 보조 기능에 불과하다. 운전하면서 게임을 할 수 있는 개념은 아니다”고 말했다.

올 하반기 출시를 기다리는 신차도 소개했다. 최대 기대주는 ‘GLS’. ‘GL’이 붙은 벤츠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모델 중 ‘S’클래스 급으로 생각하면 된다. 벤츠가 국내 최초로 출시하는 7인승 대형 SUV다. 그는 “올해 SUV 판매 비중을 지난해 2배인 15%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고 말했다. GLS뿐 아니라 E클래스 디젤 라인업과 C클래스 카브리올레, GLE 쿠페 같은 신차를 줄줄이 쏟아낼 계획이다.
 SUV 판매 비중 지난해 2배 수준으로
친환경차 전략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도요타가 강세를 보이는 하이브리드차, 테슬라·닛산·BMW가 강세를 보이는 전기차에 대해선 쓴소리를 쏟아냈다. “하이브리드차는 이도저도 아닙니다. 가솔린 엔진으로 주로 달리고 전기 모터를 거의 안 씁니다. 전기차는 충전 인프라가 부족해 활용도가 떨어집니다. 그래서 벤츠는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로 방향을 잡았습니다. 2~3년 안에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를 모든 라인업으로 확대할 계획입니다.”

올 하반기엔 S클래스 플러그인하이브리드를 국내 출시할 계획이다. 6기통 3L 가솔린 엔진을 얹어 최고출력 330마력, 최대 토크 48.9kgf·m의 성능을 내는데도 연비가 L당 33.3㎞(유럽 기준)에 달한다. 전기 모터로만 최대 30㎞까지 달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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