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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시장은 어디로] 뜨거운 감자 서울 강남 재건축

[부동산 시장은 어디로] 뜨거운 감자 서울 강남 재건축

8월 서울시의 ‘개발 기본 계획안’ 발표를 앞두고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일대 아파트값이 크게 올랐다. 압구정 지구에선 ‘미니 신도시급’ 재건축 사업이 추진될 전망이다.
올 하반기 부동산 시장은 순항하기 힘들 전망이다. 곳곳에 돌부리가 튀어나와 있고 날씨도 화창하진 못하다. 상반기 시장 온도가 떨어지긴 했어도 그나마 지난해 달아오른 기운을 이어받아 온기가 완전히 식지는 않았다. 지역적으로 차이가 있기는 해도 하반기엔 정부 규제까지 겹쳐 기온이 좀 더 내려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걱정스러운 수준은 아니다. 무엇보다 지역·상품 등에 따른 양극화 심화가 하반기 부동산 시장의 화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주택 시장, 수도권 상승세 지방 하락세
가장 주목되는 분야가 부동산 시장의 중심인 주택 시장이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열기가 확 꺾인 것처럼 보일 정도로 기운이 빠졌지만 전체적으로 하락세로 돌아서진 않았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상반기 전국 집값은 0.1%의 상승률을 나타냈다. 국토교통부는 상반기 주택매매거래량이 46만8000건으로 최대치를 기록한 지난해(61만1000건)에 비해서는 23.4% 감소했으나 5년 평균(47만4000건)보다는 1.3% 줄어 예년 수준이라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수도권과 지방의 디커플링(탈동조화)이 뚜렷해졌다. 수도권은 상승세를 이어간 반면 지방은 약세가 두드러졌다. 수도권이 지난해보다 22% 주는 대신 5년 평균보다는 18.6% 늘어난 거래량을 보이며 0.3% 올랐다. 지방 거래량은 5년 평균보다 16.4% 줄며 집값이 0.02% 내렸다. 부산 등 지방 5개 광역시 모두 5년 평균 대비 거래량 감소를 나타냈고 대구는 49.8% 급감했다. 대구는 올 상반기 1.2% 내리며 전국에서 가장 많이 떨어졌다. 한국감정원은 “상반기 강남 재건축 시장을 중심으로 수도권은 상승세가 이어진 반면 지방은 대출심사 강화, 공급 확대와 조선업발 구조조정 여파로 하락세로 전환되며 수도권과 지방의 양극화가 가속화됐다”고 분석했다.

하반기 주택 시장은 전체적으로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영향으로 단기적인 매수심리 위축이 예상될 것으로 한국감정원은 보고 있다. 사상 최저 수준의 기준금리(1.25%)에 따른 저금리 기조 지속으로 실수요자 중심으로 재편돼 안정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국내 경제 불확실성 확대, 대출심사 규제 강화, 국내 실물경기 약세 등 부정적 요인은 관망세를 부추길 것으로 예상된다. 감정원은 하반기에도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거래량이 23% 줄어 연간으론 지난해보다 24% 감소한 90만8000건의 매매 거래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집값은 하반기 0.3% 오르며 연간 0.4%의 상승률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했다. 수도권 상승세는 이어지겠지만 일부 지방은 약세를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감정원 부동산연구원 채미옥 원장은 “실수요자의 관망세에 따른 거래 부진과 저금리 지속의 유동성 효과가 뒤섞여 주택 시장이 조심스런 행보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내년 이후 대규모 입주를 감안해 주택 구입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입주물량이 몰리는 지역에선 약세가 예상되기 때문에 굳이 지금 구입할 필요가 없다. 입주가 많지 않고 주택공급이 모자라는 곳에서는 실수요 중심으로 주택 구입을 생각할 만하다. 국민은행 박원갑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교통 여건이 좋아지고 주변에 개발 호재가 있는 지역이 안전하다”고 말했다.
 전세난 우려 줄고 월세 전환 늘어
올해 전세난은 연초 우려보다 덜하다. 상반기 전국 주택 전셋 값이 지난해 같은 기간 상승률(2.7%)에 훨씬 못 미치는 0.7% 오르는 데 그쳤다. 수도권이 1.1% 오르고 지방은 0.4% 상승했다. 대부분 지역에서 지난해보다 낮은 상승률을 보였고 세종 등 일부 지역의 상승률이 올해 높아졌지만 미미한 수준이다. 전세 거래량도 줄어 상반기 지난해보다 7.5% 줄어든 40만3931건이 거래됐다. 상반기에 입학시즌·이사철 등이 겹쳐 통상적으로 전셋값 상승률이 높게 나타나지만 올 상반기엔 인허가물량 증가와 과잉 공급 우려 등으로 불안감이 커지면서 상승세가 둔화됐다. 지방 전셋값을 주도해온 대구·광주·제주 등이 혁신 도시 이주가 완료되거나 마무리되는 시점이어서 상승률이 크게 떨어졌다.

하반기 전셋값은 앞으로 1∼2년간 입주물량이 집중될 것으로 예상되는 경기도·충남·대구·광주 등은 상승폭이 줄거나 하락세를 보일 전망이다. 하지만 기준금리 인하에 따라 전세의 월세전환이 가속화되며 전세 수급 불균형을 보이는 지역에선 전셋값 상승세가 예상된다.

전세의 월세 전환은 갈수록 빨라져 상반기 전·월세 거래에서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46%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6% 포인트 높아졌다. 한국감정원은 하반기 전국 주택 전셋값이 상반기보다 낮은 0.5%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그런데 하반기 주택시장에서 강남 재건축이 역시 가장 ‘핫’할 것으로 예상된다. 고분양가에 따른 사업성 제고로 투자 수요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분양 열기가 뜨거운 개포동에 이어 재건축 시장의 스포트라이트는 압구정동으로 이동하게 된다. 서울시는 8월 압구정동 일대 24개 단지를 6개 권역으로 묶어 재건축하는 계획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계획안엔 용적률(사업부지 대비 지상 건축연면적 비율), 층수, 가구수 등이 담길 예정이다. 용적률은 최대 300%로 예상되고 층수는 일부 동을 제외하고 35층으로 제한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는 기존 1만여 가구가 재건축을 통해 1만6000여 가구로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재건축 계획안 발표를 앞두고 압구정동 주택 시장이 들썩이고 있는데 계획안이 사업성에 유리하게 나오면 더욱 달아오를 것으로 보인다. J&K도시정비 백준 사장은 “압구정동은 전통적인 강남 고급 주거지로 이곳이 신도시로 탈바꿈하는 것이어서 시장에 미칠 파급력이 클 것”으로 내다봤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와 서초구 반포동 주공1단지 등 ‘재건축 대어’들도 사업 속도를 낼 예정이다. 은마는 국제제한초청설계경기(현상설계)를 통해 재건축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설계금액이 재건축 역대 최고인 150억원이다. 반포주공1단지는 최고 35층 건축 등을 내용으로 한 정비계획 변경안을 마련해 구청에 제출했다.

올해는 기존 주택 시장과 분양 시장의 디커플링도 분명해졌다. 상반기 분양물량이 지난해와 별 차이가 없고 청약경쟁률은 되레 더 올라갔다. 국토부에 따르면 상반기 전국에서 15만3905가구가 일반분양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16만3795가구) 보다 6% 줄었다. 리얼투데이에 따르면 전국 1순위 평균 청약경쟁률이 지난해 상반기 9.5대 1에서 올 상반기 12.1대 1로 올라갔다. 분양권 거래도 지난해 못지 않다. 상반기 전국 분양권 거래건수가 17만7247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8만5918건보다 5%가량 줄었다.

분양 시장 활기는 기존 주택 시장의 담보대출 규제 반사이익이 크다. 지난 2월부터 수도권을 시작으로 주택담보대출 심사가 깐깐해졌다. 여기다 지난해 집값 상승세와 함께 분양권에 웃돈(프리미엄)이 많이 붙어 웃돈 전매차익을 노린 투자 수요가 늘어 청약경쟁이 치열해졌다. 그런데 하반기 분양 시장에 장애물이 등장했다. 정부는 7월부터 규제 무풍지대이던 중도금 대출에 손을 댔다. 분양가 9억원 이하 주택에 대해 6억원까지, 2건 범위 내에서 중도금 대출 보증을 해주기로 했다. 한도를 벗어나면 직접 자금을 마련해야 한다. 이에 따라 분양 시장도 다소 주춤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 수요가 줄면서 지방과 비인기 지역이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윗목·아랫목 가리지 않고 달아올랐던 분양 시장이 지역·브랜드 선호도, 분양가 등에 따라 양극화가 나타날 전망이다.
 인기 지역 청약경쟁 더욱 치열할 듯
실제로 7월 들어 지방에 순위 내 접수에서 미달되는 단지가 늘고 있다. 7월 들어 27일까지 청약접수한 51개 단지 가운데 16개 단지가 미달됐다. 수도권이 26곳 중 5곳, 지방 25곳 중 11곳이다. 지방에서 부산·세종시 등의 청약성적은 좋았으나 중소도시들에서 일부는 ‘청약 제로’를 기록할 정도로 신청자가 적었다. 인기 지역의 청약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여전히 웃돈이 높게 형성돼 있어 분양권 전매차익이 눈에 보이는데다, 정부의 분양가 규제로 가격 경쟁력이 높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가 주변 시세보다 10% 넘게 비싸다는 이유로 서울 강남구 개포동 주공3단지 재건축 단지의 분양보증을 거부하며 고분양가에 제동을 걸기 시작했다. 내외주건 정연식 부사장은 “입지 여건이 괜찮고 가격이 주변 시세에 비해 저렴한 단지는 청약 메리트가 있다”고 말했다.

잇단 규제에도 업체들은 분양 시장의 열기를 잇기 위해 분양을 서두르고 있다. 연말까지 20만 가구가량 쏟아낼 예정이다. 하반기 분양 시장에서 주목할 만한 단지는 가격 규제로 더욱 관심을 끄는 강남권 재건축 단지, 공급이 많지 않은 도심 물량, 분양가 상한제 적용을 받는 공공택지 아파트 등이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인포에 따르면 하반기 전국에서 재건축·재개발 아파트 2만3000여 가구가 주인을 찾아 나선다. 강남권에서 분양보증이 반려된 개포주공3단지를 비롯해 서초구 신반포 5차 재건축 단지인 아크로리버뷰 등이 분양을 준비하고 있다. 재개발 단지로는 대규모로 개발되는 뉴타운이 눈길을 끈다. 삼성물산이 성북구 장위동 장위뉴타운에서 2개 단지를 내놓는다.

연말까지 분양 예정인 공공택지 물량은 3만8000여 가구다. 남양주 다산신도시와 화성 동탄2신도시 등이 주목을 끌고 있다. 남양주 진건지구와 지금지구에 걸쳐 개발되는 다산신도시(경기도시공사 시행)는 경기 동북부 신흥 주거지로, 최근 수도권 분양시장을 주도하는 곳 중 하나다. 지난해부터 분양한 8개 단지(7월 초 기준)가 모두 ‘완판’됐다. 입주가 한창인 동탄2 신도시에서 부영·우미건설 등이 모두 9000가구 넘게 공급을 한다. 신도시 남쪽에 조성 중인 호수공원 주변 물량이 많다. 김포 한강신도시(4159가구)와 화성 송산그린시티(3276가구)에서도 분양이 이어진다. NH투자증권 김규정 부동산전문위원은 “민간택지 아파트보다 분양가 부담이 덜하고 계획적으로 개발되는데다, 정부의 대규모 택지개발 중단으로 희소가치도 크다”고 말했다.
 전국 오피스텔 평균 수익률 5% 넘어
분양 시장에서 관심을 둘 만한 다른 상품이 오피스텔이다. 오피스텔은 저금리 속에서 수익형 부동산으로 인기가 높다. 전·월세난으로 아파트 대체 주거지로 찾는 수요가 늘면서 은행 금리보다 훨씬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 오피스텔 연평균 수익률이 전국 평균 5%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6월 오피스텔 연평균 수익률은 전국 5.51%로 은행 예금금리 2% 수준의 3배에 가깝다. 오피스텔 분양에 수요가 몰려 7월 전남 여수시 웅천택지지구에서 분양한 ‘여수 웅천 꿈에그린’ 오피스텔은 188실 모집에 4784건이 접수돼 평균 25.4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계약도 하루 만에 끝났다. 지난 5월 서울 강남구 대치동애서 분양된 ‘대치2차 아이파크’도 평균 13.7대 1, 최고 63대 1의 청약 경쟁률을 보였다.

그런데 오피스텔 투자에서도 주의사항이 늘고 있다. 공급이 크게 늘고 있기 때문에 분양가와 주변 배후수요, 지역 공급량, 교통 여건 등을 감안해야 한다. 오피스텔도 7월부터 시행된 중도금 대출 보증 규제 적용을 받기 때문에 대출을 통해 여러 채 투자하기가 어려워졌다. 유엔알컨설팅 박상언 대표는 “오피스텔은 교통과 편리성이 가장 중요한 포인트”라고 말했다.

수익형으로 인기 있는 또 다른 부동산 상품이 상가다. 안정적인 월세를 받을 수 있는 기대감에 투자 수요가 늘고 있는 추세다. 상가 공급량이 부쩍 줄면서 품귀현상까지 예상되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4~6월 한국주택토지공사(LH) 단지 내 상가가 전국 9곳·64점포가 분양됐다. 예정 가격 대비 낙찰가 비율인 낙찰가율이 평균 181%에 달했다. 입찰경쟁이 가장 치열했던 단지는 강원혁신 A-2블록(243%)과 위례 A2-4(217%)였다. 위례 A2-4 1층 점포들은 낙찰가격이 3.3㎡당 5000만~6000만원에 육박했다. 부동산114 김민영 선임연구원은 “스트리트형 등으로 상가가 특화되면서 분양가가 많이 올라가고 있다”며 “유동인구 등을 확인해 수익성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부동산 시장에서 변두리로 밀려나 있던 토지시장은 뜨고 있다. 땅값이 6월까지 68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며 상반기 전국적으로 1.25% 올랐다. 상반기 상승률이 2013년 0.57%, 2014년 0.93%. 2015년 1.07%에 이어 계속 높아지고 있다. 땅값은 수도권보다 지방이 더 많이 올랐다. 세종(2.10%)·대구(2.00%)·부산(1.92%)·대전(1.66%)·서울(1.34%)·강원(1.34%) 등이다. 수도권 전체의 땅값 상승률은 1.12%다.

특히 제주(5.71%)가 단연 돋보인다. 지난해 11월에 있었던 제주 제2공항(서귀포시 성산읍) 건설 발표가 큰 영향을 미쳤다. 제2공항 발표 후 투자 수요가 늘면서 올 상반기에만 서귀포시와 제주시 땅값이 각각 6.08%, 5.49% 상승했다. 제주에는 영어교육도시와 외국인 부동산 투자 증가(투자이민제)도 땅값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

 과열 조짐 제주 토지투자 주의
제주 땅값이 급등하면서 과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제주 제2공항 개발계획 발표 이후 투기자본 유입 등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제2공항 예정지인 성산읍 일대 투기 의혹을 조사해 사법당국에 수사 의뢰하겠다”고 했다. 성산읍 온평리와 신산리 일대를 개발행위허가제한지역으로 지정했다. 개발행위허가제한지역으로 지정되면 건축, 토지의 형질 변경이나 토석 채취 등이 제한된다. 행정기관의 허가를 받아야만 합법적으로 토지거래를 할 수 있다. 현장 사정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보상이나 시세차익을 보고 토지거래를 했다가 자칫 낭패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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