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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현의 ‘차이나 인사이드’] 중국 대도시 부동산값 급등 또 급등

[김재현의 ‘차이나 인사이드’] 중국 대도시 부동산값 급등 또 급등

한 남자가 광저우의 부동산 중개소 앞을 지나가고 있다. / 사진:블룸버그 제공
중국 부동산 가격이 연일 폭등하고 있다. 올해 2분기 들어 베이징의 아파트 평균 거래가격은 500만 위안을 넘어섰다. 1위안당 원화 170원으로 계산할 경우 약 8억5000만원에 달하는 거액이다. 베이징 중심에서 가까운 5환 이내 아파트 가격은 1000만 위안을 돌파했다. 40평대 중대형 평수가 많다는 걸 감안해도 아파트 한 채에 17억원은 막대한 금액이다. 지난 한 해 동안 베이징·상하이·선전 등 중국 1선도시의 부동산 가격은 40~70% 급등했다. 시내 중심 지역의 아파트는 두 배 넘게 오른 곳도 부지기수이다. 이러니 중국 중산층이 아파트 투기에 빠지지 않을 수가 없다.
 베이징 아파트 평균 매매가 서울보다 비싸
중국인들은 흔히 베이징 아파트 가격을 14억 중국 인구가 지탱하고 있다고 말한다. 베이징으로 오고 싶어하는 잠재 유입인구가 워낙 많아서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실제로 지난 6년 간 베이징의 아파트 가격은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였다. 지난 8월 말 기준, 베이징 아파트 3.3㎡당 평균 매매가격은 약 12만8000위안이다. 우리 돈으로는 약 2200만원, 서울의 아파트 3.3㎡당 평균 매매가격인 1854만원을 훌쩍 뛰어넘는다.

이렇게 아파트 가격이 급등하다 보니 중산층의 자산 형성도 부동산 투자의 영향을 크게 받고 있다. 베이징·상하이·선전 등 1선도시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들은 아파트 한 채만 구매했어도 우리 돈 10억원대 자산가, 부동산 투자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진 사람들은 손쉽게 20억원대 이상의 자산가가 됐다. 이와 달리 지방 중소도시, 농촌지역의 주택 가격은 여전히 낮다. 대도시의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면서 출신 지역에 따라 중국인들의 자산 규모도 큰 격차가 발생했다. 운 좋게 대도시에 태어난 중국인들은 청소부를 해도 부자가 된 경우가 많다.

실례를 들어보자. 2013년 필자가 베이징에서 몇 달간 같이 지낸 중국인 부부 이야기다. 남자는 직장이 없었고 여자는 인민 대학교에서 청소노동자로 일하고 있었는데, 대학교와 유학생이 밀집한 우다코우에 방 두 개짜리 허름한 아파트를 가지고 있었다. 월세 수입을 얻기 위해, 이들은 부엌을 개조해서 작은방을 하나 더 만든 후 방 두 개를 유학생들에게 빌려주고 자신들은 남은 방 하나에 거주했다. 그리고 부부의 유일한 낙은 미국 대학에서 도자기를 배우고 있는 딸과 화상통화를 하는 것이었다. 여자 혼자 청소해서 돈을 벌면서 얼마 안 되는 수입으로 딸의 유학비용을 대고 있는 부부. 여기까지만 보면 삶이 힘들다. 하지만 이들의 자산을 알고 나면 상황이 다르게 보인다.

직접 살아보지 않은 사람들은 20년 넘은 중국 아파트를 보면 아마 놀랄 것이다. 더 놀랄 일은 이 아파트 가격이다. 낡은 아파트임에도 위치가 좋아서 가격이 계속 올랐다. 20평형대인 이 아파트의 현재 가격은 약 490만 위안이다. 우리 돈으로는 약 8억3000만원. 평범한 베이징의 40대 후반 중국인 부부는 거의 아무런 대가 없이 8억 넘는 자산을 가지게 됐다. 아파트는 1998년 주택제도 개혁이 이루어지기 전 정부로부터 분배 받았으니….

최근 중국의 고정자산투자 증가세가 하락하고 신용팽창 규모가 감소하는 와중에서도 부동산 가격 폭등세는 지속되고 있다. 이에 대해 2000년대 들어 중국의 시중 유동성이 급증하면서 자산 가격의 인플레이션이 발생했다는 분석이 있다. 중국 광의통화(M2)는 2000년부터 2015년까지 약 10배 늘었다. 중국은 자본계정을 개방하지 않았기 때문에 막대한 유동성이 해외 자산에 투자할 수 있는 길이 상당히 제한적이다. 결국 부동산 아니면 주식시장인데, 대부분의 자금이 안정적인 부동산 시장으로 쏠렸다.

요즘 중국 신문을 보면 디왕(地王, 가장 비싼 아파트 건설부지), 위장 이혼, 밤샘 줄서기 등이 자주 나타난다. 아파트 가격이 폭등해서 아파트 건설부지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중국인들은 정부의 대출 규제를 피하기 위해서 위장 이혼, 아파트 분양을 받기 위해서 밤샘 줄서기도 예사로 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중국 부동산 버블은 오래된 화두이다. 2010년대 초반부터 부동산 버블이 곧 터질 것이라고 주장한 경제학자들이 여럿 있다. 물론 지금은 아무도 이들 말을 들으려 하지 않는다. 지난해 선전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기 시작하면서 60% 이상 가격이 급등했고 연이어 상하이·베이징 부동산 가격도 30~40% 넘게 상승했다. 중국에서도 부동산 버블이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는 사람은 드물다. 단지 부동산 버블이 언제 터질 것이라고는 누구도 단언치 못하고 있다. 중국 부동산 가격이 20~30년 동안 계속 상승해왔으니 당연한 결과이다. 부동산 버블을 염려하며 아파트를 사지 않은 중국인들은 대부분 자산 형성에 실패했다.

흥미로운 건 중국이 워낙 크다 보니 지역에 따른 부동산 버블 크기도 다르다는 것이다. 베이징·상하이·선전 등 1선도시는 부동산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았고 뒤를 이어 허페이·난징·샤먼 등 일부 2선도시 부동산값도 급등했지만, 내륙의 3, 4선도시는 텅 빈 아파트가 부지기수이다. 지난 10여년 간 베이징·상하이·선전의 아파트 가격이 매년 15~20% 상승하는 사이 2선도시는 연 상승률이 10%에도 미치지 못하면서 격차가 날이 갈수록 커졌다.

중국 부동산 가격이 지역별로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가구소득 대비 주택가격(PIR, Price Income Ratio)을 살펴보면 차이를 실감할 수 있다. 중국 전체의 PIR은 약 7배이다. 한 가구가 소득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은다면 7년 만에 주택을 구매할 수 있는 셈이다. 2~3선도시의 PIR은 약 10배, 1선도시의 PIR은 약 20배에 달한다. 베이징에서는 20년 동안 한 푼도 안쓰고 모두 저축해야 아파트 한 채를 살 수 있다.
 지역별 맞춤형 규제에도 효과 적어
부동산이 중국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면서 부동산 버블에 대한 경계심도 증폭되고 있다. 경제성장률이 6%대로 떨어진 상황에서 시중 유동성이 실물경제로 유입되지 않고 부동산으로 쏠리면서 버블이 커지고 있다. 특히 2015년에만 인민은행이 다섯 차례 기준금리를 내리면서 급증한 유동성도 버블을 부추기고 있다. 그동안 관망해왔던 구매자들도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앞다퉈 부동산 매입에 나서고 있다.

중국 정부는 지역별로 상이한 부동산 가격 추세에 따라 맞춤형 부동산 규제책을 내놓고 있지만 만족할 만한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부동산 버블을 터뜨리는 건 성장이 둔화되고 있는 중국 경제에도 부정적인 까닭에 중국 정부도 진퇴양난이다. 20년 가까이 지속된 베이징의 부동산 불패 신화는 언제 깨질까? 건설부지 공급, 잠재 유입인구, 향후 부동산 가격에 대한 기대, 시중 유동성 추이 등 공급과 수요의 여러 가지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그리고 버블로 인한 리스크는 오늘도 커지고 있다. 중국 부동산 버블이 중국 정부로선 가장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가 될 것이다.

김재현 - 농협금융지주 NH금융연구소 부연구위원이다. 고려대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하고, 2006년부터 2008년까지 중국 베이징대에서 MBA를, 2009년부터 2014년까지 상하이교통대에서 재무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11년의 중국 생활을 마치고 농협금융지주 NH금융연구소에서 중국 경제·금융을 연구하고 있다. 저서로는 [중국 도대체 왜 한국을 오해하나] [파워 위안화: 벨 것인가, 베일 것인가(공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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