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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맥짚기] 종목별 빠른 순환매 나타날 듯

[증시 맥짚기] 종목별 빠른 순환매 나타날 듯



summary | 화학·건설·은행주를 끝으로 당분간 주가가 집단적으로 움직이는 일은 없을 것이다. 주가가 높아진 데 비례해 이익이 늘어난 종목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 공간을 순환매가 메워갈 것이다. 삼성전자, 바이오 중심의 중소형주, 낙폭 과대 대형주가 짧은 시간에 상승했다 다시 약해지는 패턴을 반복할 가능성이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상당히 혼란스럽겠지만 그 또한 시장 패턴의 하나로 이해해야 한다.연초부터 7월까지 미국·유럽·일본·중국 중앙은행의 자산이 1조9000억 달러 늘어났다. 채권을 매수하고 유동성을 공급하는 정책을 편 결과다. 이 추세대로라면 연말까지 자산 증가 액이 3조 달러를 넘을 것 같다. 2011년 이후 5년 간 연평균 자산 증가액이 1조 달러였던걸 감안하면 예년의 3배 수준에 해당하는 수치다. 올 들어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어느 때보다 공격적인 정책을 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런 경향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이후 특히 강해졌다. 적극적인 금융정책으로 불안정한 상황을 개선할 필요가 있어서였다.

유동성 공급에 대한 기대로 미국의 3대 주가지수 모두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우리나라와 유럽 주요국 주가도 사상 최고치 부근까지 올라왔다. 채권은 상황이 더 심하다. 선진국 중채권 가격이 사상 최고치가 아닌 곳을 찾기 힘들 정도다. 일본이나 독일은 국채 수익률이 마이너스까지 떨어졌는데, 지금 일본 국채를 매입하면 10년 동안 이자는 고사하고 만기 때 원금보다 적은 돈을 받게 된다. 지금까지 누구도 겪어보지 않았던 특이한 경우로 1930년 대공황 때도 미국의 금리는 2% 밑으로 내려가지 않았다. 가격 흐름만 보면 지금이 대공황 때보다 더 심하다는 의미가 될 수도 있다. 부동산도 조용하지 않다. 지난 6년 간 부동산은 다른 자산에 비해 움직임이 더뎌 버블을 막는 완충 역할을 해왔지만 지금은 아니다. 영국의 부동산 가격이 오래 전에 최고치를 경신했고, 미국도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올라왔다.

자산 가격 급등은 선진국 정부에 커다란 숙제를 남겨 놓았다. 2008년 발생했던 금융위기의 후유증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또 한번 버블 붕괴가 일어날 경우 사태를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금융위기 때는 금리를 내리고 돈을 풀 여력이라도 있었지만 이번에는 수단이 마땅치 않아 두려움이 더 크다.
 금리 인상 가능성 계속 제기될 듯
자산 가격 버블을 막기 위해 미국이 선택한 게 금리 인상이다. 경제지표만 보면 지금 연준이 금리 인상에 목을 메야 할 이유가 없다. 에너지와 식품을 제외한 미국의 핵심 물가상승률이 2%를 넘었지만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여전히 2%를 밑돌고 있다. 올해 성장률은 6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 될 걸로 전망되고 있다. 금리를 올려야 할 정도로 물가가 높거나 경기가 과열돼 있는 상황이 아니다.

문제는 자산 가격이다. 저금리가 오래 계속되면서 자산 가격이 크게 올랐다. 미국은 10년 전 부동산 버블 탓에 금융위기를 겪었기 때문에 다른 어떤 나라보다 자산 가격 변동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금리를 통해 자산 가격을 통제할 수 있는 범위 내에 묶어 놓으려 시도하고 있다.

작년까지 시장은 미국 금리 인상에 대해 필요 이상으로 과민하게 반응했다. 신흥국 통화 가치가 크게 절하됐고, 대규모 자금이 선진국으로 빠져 나갔었다. 미국이 10년 만에 금리를 올린다는 사실이 두려웠기 때문이다. 지금은 반대로 지나치게 낙관하고 있는 것 같다. 제반 여건이 안정적이고, 금리를 올리기 전에 많은 사전 신호가 발생해 대비할 수 있는 시간이 있다 하더라도 상황을 너무 편하게 해석하고 있다.

연말까지 실제 금리 인상 횟수에 관계없이 인상 가능성을 놓고 많은 얘기가 오갈 것이다. 연준의 결정은 시장의 기대에 맞춰 이루어지는 게 일반적인데, 12월에 금리를 인상하려면 몇 달 전부터 인상 가능성을 일깨워 줘야 한다. 논쟁 과정을 통해 시장의 예상을 서서히 끌어 올릴 필요가 있다. 12월이 이런 흐름의 1차 분기점이 될 것이다.

주가가 박스권을 돌파하지 못하고 일단 후퇴했다. 미국 금리 인상 가능성을 후퇴의 원인으로 꼽고 있지만 시장 내부적인 문제도 크다. 코스피 지수가 2000을 넘으면서 에너지가 빠르게 약해졌다. 추가 상승을 이끌 수 있는 동력이 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8월 중순 이후 한 달 간 시장은 전진도 후퇴도 하지 못했다. 브렉시트 이후 시장을 끌고 오던 재료의 영향력이 사라졌기 때문인데, 미국 시장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호재도 힘이 되지 못했다. 이런 상황은 7월에 벌어질 수도 있었다. 2분기 실적 덕분에 상승이 한 달 이상 연장되면서 뒤늦게 나타난 것이다. 그만큼 이익의 역할이 커졌다는 얘기가 되는데, 주가가 추가로 상승하려면 실적 개선이 필수적이다. 10월이 되면 3분기 실적에 대한 추정이 가능해진다. 상반기에 이어 증가세가 계속될 경우 주식시장이 다시 상승세를 탈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이익 전망이 어두워 과거에 비해 상황이 좋지 않다. 먼저 중국과 같은 강한 수요처가 만들어지지 않고 있다. 2003년은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우리의 최대 교역국으로 올라서는 시작점이었다. 중국의 자본재 수요 증가의 상당 부분을 우리 기업이 공급하면서 이익이 급증했다. 중국 특수는 거시 변수에도 영향을 미쳤는데, 국내 경제성장률이 4~5%로 높아지면서 안정적인 이익 흐름을 만들어냈다.

지금은 과거 이익 증가 요인 중 어느 것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중국의 성장률이 6%대로 낮아져 수요처로서 역할이 약해지고 있다. 과잉 설비로 제품 가격이 떨어지는 부작용도 낳고 있다. 국내 경제성장률도 2%대 중반으로 떨어져 거시지표가 실적 증가를 뒷받침해주지 못하고 있다.

기업 내부의 변화도 과거만 못하다. 2003년은 구조조정으로 부가가치 분배 구조가 바뀌는 와중이었다. 부가가치 규모 자체가 커지는데다 인건비 부담이 줄고 금리가 하락하면서 생산된 부가가치 중에서 기업이 차지하는 몫이 늘어나고 있었다. 이 부분이 이익이 늘어난 가장 큰 역할을 했는데, 유사한 상황이 더 이상 벌어지지 않을 것이다. 기업의 몫이 너무 커졌기 때문이다.

이익이 상반기 수준에서 크게 늘어나지 않을 경우 주가의 탄력이 약해질 수 있다. 상반기 이익이 늘어난 덕분에 주가가 박스권 상단까지 올라왔지만 박스권을 뚫지는 못했다. 힘이 못미쳤기 때문인데, 이익 규모가 커지고 안정성이 강화되면 돌파가 가능할 것이다. 3분기 실적이 해결해야 할 과제다.

거래량이 줄면서 약간의 외국인 매수만으로도 주가가 급등하고 있다. 시장이 오랜 시간 정체 상태를 벗어나지 못한데 따른 자연스런 반응으로 볼 수 있다. 삼성전자 같은 경우 해외 기업과 비교가 가능하기 때문에 나스닥 종목의 주가 흐름이 외국인 매수를 결정하는 요인이 될 수 있지만 나머지 대부분은 자체 수익성만이 매수 요인이 된다.
 삼성전자, 바이오주, 낙폭 과대 대형주에 관심
올해 외국인은 해당 종목의 이익과 주가에 초점을 맞춰 매매를 진행해왔다. 이익이 좋지 않아도 주가가 낮은 종목은 적극 매수했고, 반대로 이익 개선 속도가 빠른 종목도 가격에 관계없이 매수했다. 대표적인 게 화학·건설·은행주다. 낮은 주가와 빠른 이익 개선 속도가 역할을 했다. 문제는 이들 종목을 끝으로 당분간 주가가 집단적으로 움직이는 일은 없을 것이란 점이다. 주가가 높아진 데 비례해 이익이 늘어난 종목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 공간을 순환매가 메워갈 것이다. 삼성전자, 바이오 중심의 중소형주, 낙폭 과대 대형주가 짧은 시간에 상승했다 다시 약해지는 패턴을 반복할 가능성이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상당히 혼란스럽겠지만 그 또한 시장 패턴의 하나로 이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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