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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명수의 노후 준비 5년 만에 끝내기(15) 주택연금] 살던 집에서 살면서 노후 생활비 마련

[서명수의 노후 준비 5년 만에 끝내기(15) 주택연금] 살던 집에서 살면서 노후 생활비 마련

주택, 상속 대상 아닌 노후재원 인식 퍼지며 가입 급증 … 일종의 대출 상품, 집값 오르면 불리
현역과 은퇴의 차이는 무엇일까. 아무래도 현역 때엔 회사에서 받는 월급으로 생활하지만 은퇴 후엔 일정한 고정 수입이 없기 때문에 가진 재산으로 생활비를 해결하는 게 아닌가 싶다. 은퇴자의 최대 고민은 역시 경제적 어려움일 수밖에 없는 것 같다. 그런데 우리나라 은퇴자는 재산은 있어도 현금이 없다는 것이 문제다. 재산의 상당부분이 유동성이 떨어지는 부동산이다 보니 생활비 마련에 애를 먹는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연령대가 높을수록 전체 자산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늘어나는데, 60대 이상의 가구는 자산의 79%가 부동산인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이 전 재산이다시피 하는 은퇴자의 생활비 마련을 거들어주는 도우미가 바로 주택연금이다. 주택연금은 소유한 주택을 담보로 맡기고 평생 매월 연금조로 일정 금액을 지급받는 역모기지론이다. 부부 중 한 명만 60세 이상이고 거주 주택의 시가가 9억원 이하면 누구나 가입 자격이 있다. 살던 집에서 계속 살면서 생활비까지 얻어 쓸 수 있으니 꿩 먹고 알 먹고다. 부동산만 있어 현금흐름이 부족한 은퇴자한테는 더 없이 고마운 존재다. 부부 모두 사망한 뒤에 주택을 처분한 금액이 지급 총액보다 크면 그 차액은 자녀가 상속받는다. 반대로 지급액이 더 많으면 담보인 주택만 넘기면 그만이다. 가입자가 손해 볼 게 별로 없는 것이다.

금융연구원에 따르면 표준 가입자(70세, 주택가격 2억8200만원)는 주택연금 가입으로 얻는 현금 이익이 담보주택 가치보다 평균 1791만원 더 많다. 주택연금은 주택 가격 상승률, 가입자 생존율, 시장 금리 등을 반영해 매년 조정되는데, 실제로는 집값의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온다. 결국 가입자가 오래 살수록, 주택가격이 덜 오를수록 가입자에게 유리하다는 얘기다. 집값 상승률이 연 2.7%보다 낮을 거라고 전망한다면 일찍 가입하는 게 바람직하다. 하지만 주택연금 가입 뒤 집값이 크게 뛴다면 가입자에겐 불리하다. 이 경우엔 가입자가 대출이자와 보증료를 물고 중도 해지를 해 집을 팔아 값이 오른 다른 주택을 산 다음 이를 담보로 재가입할 수 있다.
 3억 아파트 월 70만원 지급
한국주택금융공사에 따르면 2007년 7월 주택연금을 도입한 이래 올 3월 말 현재 모두 4만4358명이 집을 담보로 연금에 가입했다. 2015년 이후 2년여 동안 가입자 수가 2만1724명으로 도입 후 초반 8년 동안의 가입자(2만2634명)와 비슷한 게 눈길을 끈다. 올 들어 1분기에만 3927명이 주택연금에 가입해 분기별 가입자 최대치를 기록했다. 주택연금은 2년 전만 해도 존재감이 크지 않았으나 최근 갑자기 뜨기 시작했음을 알 수 있다.

주택연금 가입자 평균 연령은 71.7세였으며 평균 주택가격은 2억8500만원, 월평균 수령액은 98만5000원이었다. 만약 배우자가 있는 1954년생(만 63세)의 남성이 시세 3억원의 아파트로 주택연금에 종신형으로 가입하면 월 지급금은 70만 2560원이다. 만약 1944년생(만 73세)의 남성이 같은 아파트로 연금을 받으면 지급금은 104만7340원까지 올라간다.

이렇게 빠르게 주택연금이 자리를 잡은 것은 주택상속에 대한 은퇴자의 생각이 달라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과거 집은 자식에게 물려주는 재산이라는 생각이 뿌리 깊었다. 그래서 자녀가 부모를 한집에서 봉양하고 부모는 자식에게 그 집을 물려주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평균 수명 연장으로 고령화 시대가 되면서 부모 자신을 위한 노후재원으로 쓰려는 경우가 늘고 있다. 자식 입장에서도 연로한 부모가 주택을 활용해 생활비를 해결하는 것이 봉양 부담을 덜어줘 상속보다 낫다고 여긴다는 것이다. 실제 주택금융공사가 지난해 주택을 소유한 만 55~84세 3000가구를 대상으로 주택연금 수요실태를 조사한 결과 25.2%가 보유주택을 자녀에게 상속할 의향이 없다고 답했다. 이는 주택연금 시행 초기인 2008년 12.7%에 비해 2배가량 높아졌다. 지난해 24.3%에 비해서도 소폭 증가했다. 55~59세의 경우 39.1%가 상속 의향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연금을 선택하려는 이유로는 ‘자녀들에게 생활비 도움을 받고 싶지 않아서’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노후 생활에 필요한 돈을 준비할 다른 방법이 없어서’ ‘좀 더 풍족한 삶을 누리고 싶어서’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주택연금은 말이 연금이지 실상은 대출상품이다. 주택연금이 연금이 아닌 것은 세금이 붙지 않는 것에서도 알 수 있다. 다른 연금은 소득이므로 세금이 따라붙는다. 주택연금을 연금으로 부르는 이유는 연금에 대한 수요층의 로망을 자극해 수요를 늘리기 위한 마케팅 측면이 강하다. 한국보다 먼저 이 제도를 도입한 미국은 역모기지론이란 말을 쓰고 있다. 엄밀히 얘기하면 주택담보대출과 비슷하다. 차이가 있다면 대출금을 한꺼번에 받고 원리금을 갚아나가느냐, 아니면 이를 일정 금액으로 쪼개 나눠 받고 원리금을 한꺼번에 상환하느냐다. 주택연금은 중도해지나 가입자의 사망 등 사유가 발생할 경우 담보물건을 처분한 다음 대출이자(CD금리+1.1%포인트)와 연간 보증료 등을 얹어 총 지급액을 회수한다. 대출이자와 보증료는 복리로 계산되기 때문에 대출기간이 길수록 상환부담이 커진다. 따라서 다른 연금재원이 충분하다면 주택연금 가입은 되도록 늦추는 게 좋다는 이야기는 그래서 나온다.



필자는 중앙일보 재산리모델링센터 기획위원이다.
 [박스기사] 주택연금 가입시 주의해야할 점 - 복리 대출이자에 보증료까지 … 세금은 비과세
주택연금은 초장기 상품이다. 불가피하게 주택연금을 중간에 해지해야 하는 상황이 생기면 생각보다 큰 손실을 볼 수 있다. 따라서 주택연금 가입을 고려하고 있다면 대출이자율과 관련 수수료 등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어야 낭패를 당하지 않는다. 주택연금에 가입했다가 살던 집을 팔고 집값이 오른 다른 주택으로 갈아타려고 해지하는 경우를 가정해 비용문제를 차근 차근 따져보자.

주택연금에 적용되는 대출이자율은 CD금리에 1.1%포인트를 더해 적용된다. 지금 기준으로 연리 2.5%쯤 되는 이자율이다. 그럼 받은 연금과 2.5% 이자율만 단순히 계산해서 나온 금액만 돌려주면 되는 걸까. 그렇지 않다. 대출이자는 복리로 적용된다. 복리 대출이자가 중요한 이유는 주택연금에 가입했다가 해지할 때 돌려줘야 할 금액이 훨씬 커지기 때문이다. 한 달에 연금 100만원씩 받는다면 첫 달 대출금액은 100만원에 연리 2.5%의 이자가 더해진 금액이 된다. 그리고 다달이 연금을 받을 때마다 이자가 더해진 금액에 다시 이자가 붙어 더해지는 것이다. 그래서 나중에 돌려줘야 하는 돈은 월복리로 늘어난 이자 때문에 무시 못할 액수가 될 수 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연금을 받을 때마다 보증료라는 걸 내야하기 때문이다. 가입 시점에 초기 보증료로 주택가격의 1.5%를, 그리고 해마다 보증료로 보증잔액의 0.75%를 계속 내게 돼 있다. 이 보증료와 대출이자가 복리로 굴러가며 상환금액을 늘리는 결과가 된다.

한 달에 100만원씩 10년간 주택연금을 받아 모두 1억2000만원의 연금을 받았다가 해지할 경우 자신이 받은 1억2000만원에 수백만원을 더 얹어 돌려줘야 한다는 계산이다. 만약 수령기간이 20년, 30년 늘어나면 대출총액도 커져 복리이자 부담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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