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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일 기자의 ‘돈 된다는 부동산 광고’ 다시 보기(8) 임대수익 보장제] 보장 약속 믿었다간 ‘깡통차기 십상’

[황정일 기자의 ‘돈 된다는 부동산 광고’ 다시 보기(8) 임대수익 보장제] 보장 약속 믿었다간 ‘깡통차기 십상’

제주 등지에선 관련 분쟁으로 몸살 … 법적 보호 장치 없어 낭패볼 수도



신문이나 잡지·인터넷 등에는 ‘돈이 될 것 같은’ 부동산 관련 광고가 넘쳐난다. 어떤 광고는 실제로 재테크에 큰 도움이 되기도 한다. 부동산 재테크에 관심이 있다면 광고도 유심히 봐야 하는 이유다. 하지만 포장만 그럴 듯한 광고가 상당수다. 과대·과장·거짓은 아니더라도 그 뒤엔 무시무시한 함정이 도사리고 있는 예도 많다. 이런 광고를 액면 그대로 믿었다간 시쳇말로 ‘폭망(심하게 망했다는 의미의 인터넷 용어)’할 수도 있다. 돈 된다는 부동산 광고, 그 이면을 들여다본다.
수익형 부동산 투자를 결정할 때는 10년이고 20년이고 계속 수익이 나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쉬운 일이 아니다. 지역의 경제 상황이 나빠지거나 주변에 같은 상품이 늘어나면 수익은 줄어들게 된다. 단기간이라면 원하는 수준의 임대수익을 얻을 수 있겠지만 장기간 이를 확보하기란 쉽지 않다는 얘기다. 이러한 틈을 파고드는 광고 문구가 있다. ‘2년간 임대수익률 보장’이나 ‘확정수익 시행사 확약서 발행’과 같은 광고다.

임대수익 보장제 혹은 확정수익 보장제 등으로 불리는 이 광고의 메시지는 간단하다. 상가·오피스텔·호텔 완공 후 일정 기간 임차인이 있든 없든 시행사(부동산개발회사)가 약속한 임대수익률을 맞춰주겠다는 것이다. 오피스텔이나 제주도에 많이 들어서고 있는 분양형 호텔, 상가 등이 이런 표현을 내세워 투자자를 모집한다.

빈 집인데도 시행사가 임대료를 준다니 혹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많은 분양회사가 최근 몇 년 간 이 같은 문구를 동원해 수많은 오피스텔·호텔 등을 팔았다. 하지만 이런 수익률 보장제는 결과적으로 믿을 게 못 된다. 임대수익 보장 기간이 끝난 뒤에 임대료가 확 떨어져 임대수익은커녕 분양가보다 시세가 떨어진 오피스텔도, 시행사가 문을 닫거나 수익이 나지 않아 보장해 준다는 임대수익을 주지 않아 분쟁이 생긴 분양형 호텔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여러 이름으로 불리지만 이 광고는 입주 초기 일정 기간 시행사의 책임 하에 주변 임대시세 또는 그 이상의 수익률을 지급하는 것을 말한다. 2015년 초에 분양한 천안의 한 오피스텔은 연 수익률 17%로 2년 간 임대수익을 보장한다고 해서 주변을 깜짝 놀라게 하기도 했다. 어떤 분양회사는 임대수익 보장 확약서를 발행해 주기도 한다. 방식도 여러 가지가 있다.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은 임대료를 일정 기간 보전해주는 식이다. 실제로 경기도에서 분양 중인 A 오피스텔을 보자. 이 오피스텔 분양회사는 2년 간 연 7%의 임대수익을 보장해 주는 조건으로 1억6000만원에 분양하고 있다. 임대수익률 연 7%는 담보대출을 50% 받아 실제 투자금이 8000만원인 경우를 기준으로 삼았다. 담보대출 이자가 연 3.3%라면 임대수익률이 연 7%대에 이르려면 월세는 70만원 정도가 돼야 한다.
 분양가에 보장 금액 이미 포함된 경우 대다수
같은 크기의 주변 오피스텔 임대료는 현재 보증금 1000만원에 월 50만~60만원 정도다. 시행사는 새 오피스텔이어서 임대료를 조금 더 받는다는 가정 하에 연 7%대 수익률에 맞춰 분양가를 정한 것이다. 임대수익 보장 조건은 만약 이 오피스텔이 완공된 뒤 임대료가 보증금 1000만원에 월 40~50만원으로 떨어지면 시행사 측에서 매달 20만원 정도의 차액을 보전해준다는 것이다. 또 다른 형태는 주변 임대 시세와 관계없이 임대료로 매달 얼마간을 지원하는 식이다. A 오피스텔을 기준으로 삼는다면 매달 20만원씩 일정기간 시행사가 계약자에게 현금을 주는 식인데, 공실(빈 방)이 생기거나 주변 임대료가 월 50만~60만원 밑으로 떨어지면 계약자는 임대수익률에서 손해를, 그 이상이면 임대수익률이 당초 기대보다 조금 더 높게 나오는 형태다.

어떤 형태든 일정 기간 수익을 보전해 주는 것이어서 계약자 입장에선 나쁠 게 없어 보인다. 그러나 이 같은 임대수익 보장제는 조삼모사(朝三暮四)에 불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2년이든 3년이든 보장 금액 자체가 분양가에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투자솔루션부 수석전문위원은 “새 오피스텔·상가라는 이유로 주변 시세보다 분양가가 비싼 예가 많다”며 “결국 분양가에 임대수익 보장 비용이 포함돼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분양가가 1억3000만원이었던 경기도의 B 오피스텔은 대규모 미분양이 생기자 10%가량 할인 판매를 고려하다 결국 연 수익률 10% 확정 보장이라는 방식으로 미분양 판매에 나섰다. 할인 판매 가격만큼을 임대수익 보전이라는 형태로 돌려준 것이다.

임대수익을 보장하는 주체도 애매하다. 대부분이 시행사인데, 시행사가 원래 안정적인 조직이 아니다. 오피스텔이나 해당 호텔 사업을 위해 갑자기 만들어진 예가 대부분이다. 자본도 거의 없고 계속 사업을 할 생각도 별로 없다. 해당 사업이 끝나면 다른 법인을 만들어서 다른 사업을 시작하지, 연속성을 가지면서 신뢰를 이어가는 시행사는 많지 않다. 시행사 자체도 자본금 등 가진 게 별로 없어 분양이 조금만 지연돼도 자금 압박으로 쩔쩔매는 곳이 많다. 시행사가 부도 등으로 없어지거나 위탁 관리업체가 바뀌면 이 같은 계약조건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계약 조건에 확정 수익률과 보장기간을 명기해 뒀다면 다행이지만, 대충 구두약속만 해놓거나 책임 소지자가 명확하지 않을 때에는 손해를 보기 십상이다. 유명 시공사나 금융회사 또는 신탁회사가 임대수익을 보장한다면 그나마 조금은 더 신뢰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점을 모두 고려한다고 해도 임대수익을 보장하는 기간은 길어야 2년이다. 이남수 신한금융투자 부동산팀장은 “임대수익 보장 기간이 끝난 뒤에는 어떻게 할지 고민해야 한다”며 “분양회사 측에선 임대수요가 많으니 걱정할 필요 없다고 하지만 공급 물량 등을 꼼꼼히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몇 년 새 오피스텔이 급증한 서울 송파구의 경우 현재 임대시세는 3~4년 전 분양 당시 분양회사들이 장담했던 임대료에 턱없이 모자란다. 전용 면적 33㎡ 안팎 오피스텔을 분양할 때 분양회사들은 당시 시세인 보증금 1000만원에 월 80만~90만원은 거뜬히 받을 수 있다고 했지만 지금 시세는 보증금 1000만원에 월 60만원 정도다. 공급이 늘면서 임대료가 하락한 것이다. 문정동의 한 중개업소 사장은 “임대수익률이 연 2~3%에 그치면서 분양가보다 시세가 하락한 곳도 많다”고 전했다.
 과장 광고에 대한 처벌만 가능
더 큰 문제는 확정수익을 보장해 놓고 나중에 이를 제대로 지급하지 않더라도 과장 광고에 대한 처벌만 가능하다는 것이다. 확정수익에 대한 법적인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장치가 없는 셈이다. 계약 불이행으로 인한 피해는 대부분 민사소송으로 보호받을 수밖에 없어 투자자로선 시간과 비용 부담이 불가피하다. 2015년 5월 서귀포시 성산읍에 들어선 C 호텔(객실 215실)은 수익금 배당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투자자와 운영사 간 갈등으로 최근 영업이 중단됐다. 같은 해 8월 제주시 조천읍에 들어선 D 호텔(객실 293실)은 확정 수익률로 연 7.75%를 보장한다고 했지만 완공 후 3개월까지만 수익금이 배당됐고 그 이후에는 배당금이 확 줄거나 중단돼 올해 초부터 소송이 진행 중이다. 제주도는 이처럼 최근 몇 년간 우후죽순 들어선 분양형 호텔에서 확정수익과 관련한 문제가 드러나면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계약자들은 연 8~10% 수익을 보장한다는 말만 믿고 투자했다가 은행 대출이자도 갚지 못하는 상황이다. 서귀포시 관계자는 “수익을 내지 못하는 분양형 호텔마다 운영사와 투자자들 간 분쟁이 일며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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