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맥짚기] 자동차·철강·조선업 고전 가능성
[증시 맥짚기] 자동차·철강·조선업 고전 가능성

▎5월 17일 현대중공업 울산 본사 해양사업부의 골리앗 크레인과 울산 동구가 해무에 덮여 있다. 현대중공업은 수주 절벽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원화가 엔화 대비 강세를 보이면서 조선업이 타격을 입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미국 금리 상승으로 달러 강세
최근 공개된 미국의 금융정책도 달러를 강하게 만드는 역할을 하고 있다. 연준이 빠른 금리 인상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인플레가 생각보다 심하지 않아 금융정책을 정상화하는 데 거리낄 게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올해 말 미국 기준금리는 지금보다 0.5~0.75% 높은 2.00~2.25%가 될 가능성이 크다. 앞으로 2~3차례 금리를 더 인상할 거란 의미다. 지난해보다 금리 인상 횟수가 많다. 이와 달리 다른 선진국은 올해 중에 금리를 올리기 힘들 걸로 보인다. 일본은 아베노믹스 지원을 위해 낮은 금리와 유동성 공급을 계속해야 한다. 유럽은행이 통화정책 정상화를 선언했지만 유럽 국가들은 여전히 금리 인상보다 유동성 공급을 줄이는 테이퍼링에 주력하고 있다. 내년부터 미 연준의 자산 축소가 시행되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경기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해 조심스럽게 접근하겠지만 단순히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것보다 금융정책 정상화에 한 보 더 다가선다는 점에서 달러 강세 요인이 될 가능성이 크다. 글로벌 유동성이 미국의 자산으로 몰리고 있는 점도 달러 강세에 도움이 된다. 지난 몇 년 간 미국 금융자산은 다른 곳보다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주가가 유럽 주요국보다 두 배 이상 올랐고, 금리가 높아져 채권의 매력도 커졌다. 이런 상황이 당분간 계속될 텐데, 자산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 만큼 달러에 대한 선호도도 높아질 것이다.
원화는 달러 강세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았다. 지난 한 달 원·달러 환율은 1060~1080원 사이를 벗어나지 않았다. 같은 기간 엔화가 107엔에서 110엔으로, 유로화는 1.24달러에서 1.17달러로 절하된 것과 비교된다. 원화가 상대적으로 강세를 유지한 건 남북 관련 이벤트 때문이다. 남북 정상회담에 이어 북미 정상회담 일정이 잡히면서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이 줄어들 거란 기대가 커졌다.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해소될 수 있는 계기가 만들어진 건데 그 효과가 환율에 나타났다. 북미 정상회담이 끝난 후 원화가 약해질 수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원·달러 환율이 다시 1100원까지 올라갈 수도 있다. 환율은 궁극적으로 이벤트보다 경제 상황에 따라 좌우되기 때문이다. 그렇더라도 원화 약세는 단기에 그치고 달러를 제외한 다른 통화에 대한 강세를 유지할 걸로 판단된다.
원화가 달러를 제외한 다른 선진국 통화에 대해 강세를 기록 중인 상황은 주식시장에 어떤 영향을 줄까? 환율이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일정치 않다. 주식시장에서는 원화가 절하되는 게 주가에 도움이 된다고 믿고 있는 투자자들이 있다. 수출이 우리 경제의 중심을 차지하고 있는 걸 고려할 때 원화가 절하되는 게 절상되는 것보다 기업 매출을 늘리는 데 좋기 때문이다. 수출 제품을 만들기 위해 중간재를 도입하는 비용이 늘긴 하지만, 그보다 매출이 더 크게 늘어 이익이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문제는 현실이다. 원화가 약세일 때 주가가 올라갈 거란 전망과 달리 실제는 원화가 강세일 때 주가가 오른 경우가 더 많았다. 이유는 간단하다. 원화는 국내 경기가 비교국보다 좋을 때 강세가 된다. 원화가 강할 때 수출이 감소해 주가를 끌어내리지만, 원화가 강세가 될 정도로 경제가 좋은 부분이 주가를 끌어올려 원하 강세와 주가 상승이 동시에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원화가 강해진 이유도 주가에 영향을 미친다. 경제가 좋아서 원화가 강세가 될 경우와 이벤트에 의해 강세가 될 경우 주가에 미치는 영향이 달라진다. 경제가 좋아서 원화가 강세가 될 때에는 주가가 오르지만 이벤트에 의한 경우는 주가가 하락한다. 자기 실력 이상으로 환율이 강해져 대외 경쟁력이 약해지기 때문이다. 현재 원화 강세는 우리 경제가 좋아서가 아니다. 원화 강세가 주가를 올리는 역할을 할거란 전망을 하기 힘든 이유다. 이번 원화 강세의 영향은 시장 전체보다 개별 종목에 국한해 나타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자동차와 철강, 조선 업종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원화가 단숨에 엔화 대비 4% 이상 절상됐다. 일본과 경합관계에 있는 업종이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큰데, 앞의 업종이 대표적이다.
신흥국 채권 투자 유의해야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 투자가 늘면서 환율의 영향이 달라졌다. 원화 강세가 외국인 순매수에 미치는 영향 이상으로 우리 투자자들이 가지고 있는 해외 자산의 가격이 어떻게 변하는가를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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