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3 부동산 대책 그 후] 아파트값 상승률은 7주 연속 둔화 -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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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3 부동산 대책 그 후] 아파트값 상승률은 7주 연속 둔화

[9·13 부동산 대책 그 후] 아파트값 상승률은 7주 연속 둔화

매물 크게 늘지 않고 호가도 덜 내려...서울 일부, 경기도는 상승폭 커지기도
▎9·13 부동산 대책 이후 서울 주택시장에 관망세가 확산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 강남 일대 아파트 전경. / 사진:연합뉴스

▎9·13 부동산 대책 이후 서울 주택시장에 관망세가 확산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 강남 일대 아파트 전경. / 사진:연합뉴스

부동산중개업소 50여 곳이 몰려 있는 서울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 아파트 단지 내 상가. 두어 달 전만 해도 시끌벅적했지만 요즘은 완전 딴판이다. 인기척에 고개를 돌리면 대개 중개업소 관계자다. 아파트를 사거나 팔려는 ‘손님’은 온데간데없다. 리센츠는 5560가구가 넘는 매머드 단지인데 9·13 부동산 대책 이후 신고된 아파트 매매 거래는 한 건도 없다. 원래 손바뀜이 없어 조용한 단지가 아니다. 매머드 단지답게 8월에는 한 달 새 28건이 거래됐다. 이곳의 한 중개업소 사장은 “매매 계약서를 못 쓴 지 한 달이 넘었다”고 말했다. 사려는 사람도 없고, 팔려는 사람도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른바 ‘역대급’ 규제로 꼽히는 9·13 부동산 대책의 여파다. 서울 주택시장이 꽁꽁 얼어붙은 것이다.
 거래량 급격히 줄어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9·13 대책 직후인 9월 13일부터 10월 11일까지 신고된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675건(계약일 기준)에 그친다. 대책 이전 29일 간 거래량(1만1144건)의 6.1% 수준이다. 강남 3구는 59건으로 대책 이전 29일 간 거래(1501건)의 3.9%로 쪼그라들었다. 강북권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같은 기간 마포구가 357건에서 26건으로 줄었고, 노원·성동·도봉구 등지도 10분의 1 이하로 감소했다. 신고 기한이 ‘계약 후 60일’이라 시차가 있는 점을 고려해도 사실상 거래가 끊기다시피 한 것이다.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1612가구)와 래미안퍼스티지(2444가구) 아파트는 8월에 각각 16건, 14건 거래됐지만 9월 13일 이후에는 단 한 건도 없다. 8월 39건이 거래 신고된 마포구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3885가구)도 대책 후 매매 거래가 끊겼다. 래미안퍼스티지 인근 중개업소들은 “집을 보러 오는 사람이 없다”고 전했다.

거래가 급격히 줄면서 집값 상승세도 한풀 꺾였다. 여전히 상승세이긴 하지만 상승폭은 확 쪼그라들었다. 특히 강남 3구(서초·강남·송파구)는 거래가 끊기는 ‘거래 절벽’ 현상 속에 주간 아파트값 변동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10월 넷째 주(22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보다 0.03% 오르는 데 그쳤다. 6월 첫째 주(0.02%) 이후 20주 만에 가장 낮은 상승률이고, 9월 첫째 주(0.45%) 이후 7주 연속 상승폭이 둔화했다. 강남 3구는 5주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일부 단지에서 호가(부르는 값)가 1억~2억원 빠진 급매물이 나온 영향으로 풀이된다. 10월 셋째 주 0.01% 올랐던 강남구가 넷째 주에는 0.02% 내렸다. 서초구도 0.03%에서 -0.02%로 하락 반전했다. 서초구는 6월 셋째 주 이후 18주 만에, 강남구는 7월 셋째 주 이후 14주 만에 하락세로 돌아선 것이다. 셋째 주 0.01% 올랐던 송파구는 넷째 주 0.04% 내렸다. 강남에서도 낙폭이 가장 컸는데, 7월 둘째 주 이후 15주 만의 하락이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대출 규제로 돈을 빌리기 어려워진 데다 금리 인상 얘기까지 나오면서 매수 희망자가 집값 하락 기대감을 갖고 관망하고 있는 영향”이라고 말했다.

주택시장에서는 정부의 연이은 강공이 유효했다는 평가다. 집주인이 매도 호가를 내리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규제로 인해 매수 심리가 얼어붙으며 거래 자체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다. 강남권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사장은 “정부가 겹겹이 규제책을 내놓으면서 사실상 자기 자본금이 충분하지 않으면 매매 자체가 어려워졌다”며 “대책 발표 이후 집주인은 일단 상황을 지켜보자며 호가를 유지하고 매수자들은 떨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에 거래 자체가 이뤄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부의 정책이 유효했다기보다는 떨어질 시기가 돼서 집값이 안정된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서울 집값이 최근 몇 달 간 비정상적으로 급등한 데 따른 피로감이 쌓인 영향이라는 주장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집값 급등세가 주춤한 것을 9·13 대책의 효과로 단정하기 힘들다”며 “주택시장뿐 아니라 어떤 시장이든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오르면 일정기간 조정기로 접어들게 된다”고 말했다. 어쨌든 정부는 9·13 대책을 ‘성공적’이라고 자평한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10월 10일 국회 국정감사에 나와 “9·13 대책 이후 부동산 시장 과열 양상이 진정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 장관은 또 “(그동안) 실수요자 중심 청약제도 등을 통해 실수요자에게 내 집 마련 기회를 주는 한편 다주택자 주택구입과 투기수요를 규제하는 정책을 펴왔다”며 “이런 정책을 일관되게 하면서 9·13 대책을 발표해 실수요자 중심으로 주택시장을 개편하자 주택시장이 안정기에 접어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9·13 대책을 발표할 때 정부는 다주택자가 매물을 쏟아 내면서 집값이 약세를 보일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정부 기대만큼 다주택자가 매물을 내놓거나 가격 조정이 이뤄지지는 않고 있다. 당장 서울 집값은 상승폭이 둔화했지만 여전히 오름세다. 시장에는 사려는 사람도 없지만 팔려는 사람도 없다. 매물이 기대만큼 나오고 있지 않다는 얘기다.

일선 중개업소에 따르면 요즘 다주택자의 고민은 ‘지금 집을 팔아야 하나 말아야 하나’가 아니라, ‘지금이라도 임대사업자로 등록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다. 강남은 대개 집값이 9억원이 넘기 때문에 임대사업자 혜택이 많지 않지만 양도세 장기 보유특별공제라도 받겠다는 심산인 것이다. 매물이 많지 않다는 점을 들어 집값이 쉽게 꺾이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서초구의 한 중개업소 사장은 “이러다 전셋값이 오르면 사려는 쪽에서 먼저 백기를 드는 일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종로·중·용산·금천구 등 서울 일부 지역과 경기도는 되레 아파트값이 상승폭을 키워가고 있다. 셋째 주 0.08% 상승했던 경기도는 넷째 주 0.11% 올랐다. 규제를 피해 수도권으로 투자수요가 몰린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연말까지 거래절벽 이어질 듯
시장에서는 연말까지 매도세도, 매수세도 없는 거래절벽 현상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본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단기간에 집값이 뛰어 추격 매수가 부담스러운 상황에 대출 규제·금리 인상 우려가 겹쳐 당분간 거래 공백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과정에서 아파트값이 약세로 돌아서는 곳도 있겠지만 대체로 호가 역시 버틸 것으로 예상한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기준금리 인상 폭이 크거나 속도가 빠르지 않아 대출 금리가 오르더라도 대출 보유자가 아직 버틸 여력이 있을 것 같다”며 “양도세 부담 때문에 집주인이 시장에 매물을 쏟아내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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