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시장 약세로 문턱 낮아진 분양시장] 자금력 있는 유주택자에게 새로운 기회 -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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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시장 약세로 문턱 낮아진 분양시장] 자금력 있는 유주택자에게 새로운 기회

[주택시장 약세로 문턱 낮아진 분양시장] 자금력 있는 유주택자에게 새로운 기회

특별공급도 미달되고 당첨 청약가점 낮아져… 중장기 집값 전망은 어둡지 않아

국내 대표적인 고가 아파트 밀집지역인 서울 서초구 반포동에서도 가격을 선도하며 인기가 높은 단지에 속하는 래미안퍼스티지와 반포자이. 지난해 9·13대책 이후 시세가 좀 빠지긴 했지만 그래도 3.3㎡당 6000만원 넘게 나간다. 전용 84㎡가 래미안퍼스티지 25억원, 반포자이 22억원 정도다. 이들 단지는 10년 전인 2009년 입주했다. 그런데 2008년 분양 때는 큰 인기를 끌지 못했다. 청약 미달과 미분양의 아픔이 있었다. 래미안퍼스티지는 1순위 청약에서 12개 모집 단위 중 절반이 넘는 7개가 미달했다. 미달 가구 수가 102가구로 전체 모집 가구 수 411가구의 25%가량 됐다. 반포자이도 일부 주택형에서 1순위 마감을 하지 못했고 이후 계약에서 미분양이 적지 않게 나왔다. 이 단지들이 분양한 2008년은 앞선 2006년의 주택경기 호황기 정점을 지나며 시장이 가라앉던 때였다. 세계 금융위기도 이 해에 발생했다. 강남권은 이미 2007년부터 약세로 돌아섰다. 당시 주택 경기가 어둡고 전망도 불확실한 가운데서 래미안퍼스트지와 반포자이를 분양받은 사람은 결과적으로 ‘대박’을 쳤다. 당시 전용 84㎡ 래미안퍼스티지 분양가가 10억~11억원이었다. 가격 상승률이 150%가량이다. 이 기간 서초구 평균 상승률은 20%다. 국내 초고층 고급 주상복합 아파트의 대명사로 불리는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도 미분양 몸살을 앓으며 태어난 단지다.
 타워팰리스도 과거 미분양 몸살 앓아
‘분양시장 침체가 기회’. 과거 주택시장이 가르쳐준 주요 교훈의 하나다. 대출 등 각종 규제와 자금 사정 등으로 수요자들이 외면한 단지가 이후 ‘블루칩’으로 탈바꿈한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런 기회가 다시 올지 주택시장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요즘 분양시장 움직임이 심상찮기 때문이다.

일반공급 못지 않게 청약경쟁이 치열하던 특별공급이 별것 없어졌다. 2월 서울 노원구 공릉동에 나온 태릉효성해링턴플레이스는 다자녀가구에 배정된 6개 주택형 중 4개 주택형이 미달됐다. 전용 59㎡A형의 경우 16가구 모집에 2건이 접수됐다. 74㎡A형은 24가구에 5명만 청약했다. 서대문구 홍제동 홍제역효성해링턴플레이스도 다자녀가구 6개 타입 가운데 4개가 미달했고 노부모 부양 특별공급도 4개 타입 중 2개가 미달했다. 그나마 신혼부부 특별공급 배정분은 마감됐으나 일부 주택형의 경쟁률은 매우 낮았다. 전용 84㎡의 경우 13가구 배정에 20명만 지원했다. 당첨자들의 청약가점도 낮아졌다. 홍제역 해링턴플레이스의 당첨자 가운데는 청약가점이 36점(전용 면적 84㎡C형)인 사람도 포함돼 있다. 태릉 해링턴플레이스의 경우에도 당첨자 최저 청약가점이 44점이었다. 지난 1월 분양한 광진구 e편한세상 광진 그랜드파크는 가장 낮은 당첨 점수가 16점에 불과했다.

청약가점제 만점은 84점이다. 부양가족 수(35점), 무주택 기간(32점), 청약통장 가입 기간(17점)을 합산해 점수를 매긴다. 청약 가점 36점은 만 30세 이후 무주택 기간이 약 7년이고, 부양가족은 1명인 사람이 청약통장을 8년 간 보유했을 때 받을 수 있는 점수다. 투기과열지구인 서울의 경우 2017년 8·2대책 이후 전용 85㎡ 이하 중소형 아파트는 100% 청약가점 순대로 당첨자를 뽑는다. 85㎡ 초과의 중대형은 절반을 가점제로, 나머지 절반은 추첨제로 당첨자를 가린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서울에서 분양하는 인기 아파트에 당첨되려면 청약가점이 60~70점대는 돼야 했다. 지난해 1~9월 분양한 서울 아파트 당첨자의 평균 청약가점이 58.4점이었다.

분양시장 열기가 식는 데는 기존 주택시장 먹구름이 분양시장에도 드리우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아파트값 약세가 일시적으로 끝나지 않고 장기화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중순 시작한 서울 아파트값 주간 하락세가 3월 초까지 17주 연속 이어졌다. 하락폭도 별로 줄어들지 않는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사장은 “기존 주택시장이 어두운데 분양 시장만 계속 밝을 수 없다”며 “기존 집값 약세로 신규 분양 물량에 대한 기대감도 깎이고 있다”고 말했다.

주변 아파트값은 내리는 반면 분양가는 슬금슬금 오르며 신규 분양 메리트가 줄었다. 지난해까지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워낙 저렴해 신규 분양 단지는 ‘로또’로 불렸다. 올해 들어서는 다르다. 홍제동 홍제역 해링턴플레이스 분양가가 3.3㎡ 당 2000만원을 깨고 평균 2469만원에 나왔다. 일부 전용 84㎡의 경우 중도금 대출 보증 상한선인 9억원에 근접한 8억9128만원이었다. 앞서 지난해 11월 분양한 녹번동 힐스테이트 녹번역의 3.3㎡당 평균 분양가가 1995만원이었다. 두 단지는 지하철역으로 한 정거장 거리다. 힐스테이트 녹번역과 비교해 홍제역 해링턴플레이스가 고분양가 논란이 나왔다. 주택도시보증공사가 서울을 고분양가 관리지역으로 지정해 분양가를 규제하고 있는데 어떤 이유일까. 주택도시보증공사는 2017년 3월부터 고분양가 관리지역 사업장의 경우 1년 이내 인근 신규 사업장의 평균 분양가의 110%를 넘지 않게 통제하고 있다. 이를 지키지 않으면 분양보증을 해주지 않는다. 분양보증이 없으면 업체는 자치단체의 분양승인을 받지 못해 분양할 수 없다. 분양가가 시세보다 낮게 책정되다 보니 기대 차익이 커 지난해 분양시장에서 ‘로또 아파트’ 청약 광풍이 불었다. 주택도시보증공사가 고분양가 지역의 분양 보증을 심사할 때 분양가를 비교하는 사업장 기준은 자치구 단위다. 주택도시보증공사 측은 “홍제역 해링턴플레이스와 힐스테이트 녹번역이 가깝지만, 각각 서대문구와 은평구에 위치해 분양가 비교 대상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규제에도 분양가 계속 올라
그런데 같은 자치구에 최근 1년 이내에 분양한 아파트가 없을 경우엔 분양가를 준공 아파트의 평균 매매가 대비 110%를 넘지 않게 규제한다. 주택도시보증공사 관계자는 “홍제역 해링턴플레이스의 경우 인근 준공 단지의 매매가와 비교해 분양가를 책정했다”고 말했다. 고분양가 논란이 일었던 e편한세상 광진 그랜드 파크와 e편한세상 청계 센트럴 포레 등도 인근 준공 아파트 시세와 비교해 분양가가 책정됐다.

앞으로 아파트 분양가는 더 오를 전망이다. 국토부는 지난 3월 1일부터 공사비 증감 요인을 반영해 기본형 건축비를 2.25% 인상했다. 업계에서는 건축비 상승이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기본형 건축비는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는 택지지구 등 공공택지 물량에 적용된다. 업체들은 건축비 인상분을 반영해 분양가를 책정하기 위해 3월 이후로 분양을 미뤘다. 대형 건설회사 관계자는 “52시간 근무제에 임금 인상, 기본형 건축비 상승 등 각종 인상 요인으로 분양가는 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분양시장이 가라앉는 지금이 ‘분양 소외층’이 분양받을 기회가 될 수 있다. 자금 여유는 있으나 유주택자 등 청약자격이 떨어지는 경우다. 그동안 청약경쟁이 워낙 치열해 비집고 들어가기 어려웠던 이들이 ‘이삭’을 주울 수 있다. 집값은 내려도 분양가는 내리기 쉽지 않다. 그동안 분양가가 시세보다 대체로 저렴했기 때문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주택 공급 부족 우려 등으로 중장기 집값 전망이 어둡지는 않다”며 “주택 수요가 많은 인기 지역을 중심으로 미분양분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안장원 중앙일보 기자 ahnj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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