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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맥짚기] 당분간 시장보다 종목을 살펴야

[증시 맥짚기] 당분간 시장보다 종목을 살펴야

외국인 매도세 이어질 가능성... 증시 전체 시가총액 대비 규모 작아
사진:© gettyimagesbank
외국인이 주식을 팔 때마다 나오는 얘기가 있다. 모건스탠리캐피탈인터내셔널(MSCI) 신흥국 지수 재조정이나 원화 약세가 매도 원인이라는 거다. 이번에도 예외가 아니었다. 11월 들어 7일부터 29일까지 17거래일 사이에 외국인이 3조9441억원어치의 주식을 내다 팔자 MSCI 재조정 때문이라고 얘기됐다. 같은 기간 국내 기관투자자가 외국인이 내놓은 매도 물량을 걷어들였지만 역부족이었다.

MSCI 편입비율 재조정이 정말 외국인 매도를 가져오는 역할을 했을까? 이번은 5월과 8월 조정 때 적용되지 않았던 중국 A주식 중 중형주 편입이 이루어져 중국 주식 비중이 예상보다 컸다. 지난 8월 조정 때에는 대형주를 15% 편입하는데 그쳤지만 이번에는 대형주와 중형주의 편입비율이 각각 20%로 높아졌다. 그 영향으로 우리 주식의 비중은 줄었다.

원래는 이번 조정으로 편입비율이 0.1%포인트 줄어 우리나라 비중이 현행 12.1%에서 12.0%로 낮아질 걸로 전망했지만 조정폭이 0.4%~0.5%포인트로 높아졌다. 이에 따라 편입비율이 11.7%로 낮아지게 됐다. 지수 조정이 있기 전에 외국인이 주식을 내다파는 건 자주 있었던 일이다. 지난 5월과 8월에도 각각 2조5000억원과 2조3000억원어치의 주식을 내다 팔았었다.
 11월 들어 외국인 대규모 매도
환율 영향을 피하거나 적극적으로 얻기 위한 행동도 외국인 매매의 이유가 된다. 원화가 강해지면 외국인이 주식을 매수할 때 주가 상승 외에 환율 변동에 따른 이익까지 볼 수 있어 매수에 적극 나서게 된다. 반대로 원화가 약해질 때에는 환율에서 손실을 보기 때문에 가능한 주식 매수를 미루게 된다. 이번에는 원화가 약세가 됐기 때문에 외국인이 매수 보류에서 더 나아가 매도에 나섰다는 것이다.

두 가지 모두 타당성이 있지만 외국인 매매에서 절대적 역할을 하지는 못한다. 지수 재조정의 경우 편입 비중 증감이 주가에 미치는 영향이 생각보다 크지 않다. 올해 MSCI지수 편입 조정에서 중국과 사우디의 비중이 가장 크게 늘었다. 중국은 시장 개방도가 높아져서, 사우디는 아람코 상장이 눈앞에 다가온 게 원인이었다. 지수 재조정이 이루어진 5월에 중국 A주식과 사우디 주가가 각각 7.1%와 8.5% 떨어졌다. 8월에도 0.6%와 8.2% 하락했다. 편입비율 증가가 가장 컸던 사우디의 경우 신흥국 평균은 물론 우리나라보다 주가 하락률이 더 높았다.

이렇게 예상치 못했던 결과가 나온 건 편입비율 재조정과 실제 주식 매매 사이에 시간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MSCI 편입비율 조정이 이루어져도 이 결정이 실제 매매로 이어지기까지는 시간이 걸려 생각만큼 빠르게 효과가 나오지 않은 것이다. 국내의 경우를 생각해 보면 이런 상황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코스피 200 지수가 만들어진 초기에는 특정 종목이 해당 지수에서 빠지거나 들어갈 때 주가가 요동을 쳤지만 지금은 별달리 반응이 나오지 않고 있다. 해당 지수를 벤치마크 대상으로 삼고 있는 펀드가 여러 차례 경험을 통해 편입 조정을 빨리할 필요가 없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동일한 상황이 MSCI 지수에서도 나타나고 있는 거다.

올 한해 외국인의 누적 순매수가 최고 8조원까지 올라간 적이 있다. 지금은 2조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순매수는 세 번에 걸쳐 늘어났다. 첫 번째는 1월인데, 한달 사이에 4조 가까운 순매수가 있었다. 두 번째는 3월 말~5월 초까지로 역시 4조 정도의 순매수가 이루어졌다. 마지막은 6월 중순~7월 중순까지다.

해당 기간 외국인 매수 규모를 원·달러 환율과 맞춰보면 시장이 생각했던 것과 다른 움직임이 관찰된다. 4월은 원·달러 환율이 1130원대에서 1190원대로 올라갔음에도 외국인이 주식을 순매수 했다. 7월에도 원화가 1180원대에서 1220원대로 올라갔지만 외국인이 주식을 사들였다. 올해는 외국인 매수와 원화 움직임이 시장 예상과 반대가 된 것이다. 이런 결과가 나온 건 환율이 주식 매매에서 결정적 변수가 아니어서다. 주식의 상하한가 폭이 하루 30%인데, 원화는 변동이 아무리 커봐야 하루 1%를 넘지 않는다. 둘 사이의 차이가 커 환율이 외국인 매매에서 보조 변수로 전락한 것이다.

장기적으로 외국인 매수는 주가 상승 가능성에 따라 좌우된다. 그리고 그 가능성은 해당 국가의 경제 상황과 기업 실적에 따라 좌우된다. 단기적으로는 선진국, 특히 미국 주가 움직임이 외국인 매수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이유는 간단하다.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자금 중 상당액이 선진국에서 나온다. 선진국 투자자들도 무언가 기준을 가지고 돈을 넣거나 빼야 할 텐데 그 기준이 자국 주가, 특히 미국의 주가가 되기 때문이다.

11월 외국인 매매는 걱정된다. 올해 미국 시장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1월과 4월, 7월에 외국인이 순매수를 기록했었는데 이번에는 반대로 매도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이 우리 시장이 매력이 없다고 느끼지 않는 한 나올 수 없는 매매 형태다. 11월 초 이후 국내에서 판매하고 있는 해외 채권형과 주식형 펀드의 잔고가 각각 1925억원, 460억원 늘었다. 주식형의 인기가 시들해지긴 했지만 그래도 증가세를 유지했다. 국내 자금이 국내 주식을 사지 않고 밖으로 빠져 나가고 있는데, 시장이 국내외 투자자 모두에게 좋지 못한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에 나온 반응이다.

외국인의 역할은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최근에는 영향력이 상당히 컸다. 외국인이나 국내 기관이 하루에 1000억 정도의 주식만 사들여도 주가가 오르고 반대로 매도하면 하락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어서다. 삼성전자처럼 시가총액이 큰 종목에 매수를 집중할 때에는 영향력이 더 컸다.
 외국인 역할은 상황에 따라 달라
최근 상황을 일반적인 경우로 확대 해석하면 안 된다. 보통은 매매 패턴이 바뀌는 초기, 즉 매도에서 매수로 바뀌거나 그 반대의 경우에만 영향이 클 뿐 시간이 지날수록 역할이 약해지는 게 일반적이다. 올해도 1월에 4조의 순매수를 하는 동안 코스피가 1980에서 2250까지 올라갔지만 나머지 두 번은 똑같은 액수의 순매수가 이루어졌음에도 상승률이 1월의 절반도 되지 않았다.

과거에는 외국인이 한달에 5조 넘게 순매수를 하더라도 일시적인 상승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 5조가 절대 액수로는 큰 숫자이지만 시가총액과 비교하면 0.4% 밖에 되지 않는다. MSCI지수 편입 재조정 이후에도 외국인 매도가 멈추지 않을 걸로 예상되지만 위축될 이유가 없다. 경제나 기업 실적 부진으로 대형주가 움직이지 않더라도 시장은 중소형주를 가지고 활로를 뚫을 것이기 때문이다. 시장 전체를 보지 말고 종목 선택에 집중했으면 한다.

- 이종우 증시칼럼니스트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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