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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맥짚기] 질병(우한폐렴)은 주가 변동의 본질이 아니다

[증시 맥짚기] 질병(우한폐렴)은 주가 변동의 본질이 아니다

사스 후폭풍 컸으나 신종플루·메르스 때는 미미… 질병탓에 주식 매도는 비상식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공포가 확산하는 가운데 1월 29일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입국장에서 중국 텐진발 입국한 사람들이 검역을 받고 있다. / 사진:최정동 기자
주식시장이 생각지 못했던 복병을 만났다. 중국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우한폐렴)가 그것인데 질병 확산이 본격화된 1월 21일 이후 국내외 주가가 크게 하락했다. 처음에는 하루에 1%씩 오르고 내릴 정도로 주가에 미치는 영향이 모호했지만 악재로 자리매김하고 난 후에는 하락세가 빨라졌다. 우한 폐렴의 유전자는 단백질이 몇 개인지, 병원성 유무를 알려주는 유전 정보를 알 수 없는 상태여서 최악의 경우 바이러스가 변화하면서 사스 때보다 사람간 감염이 심해질 가능성도 있다.
 주가에 영향 미친 질병은 사스가 유일
국제보건기구(WHO)는 아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을 국제 비상사태로 선포하지 않았다. 질병에 감염돼 사망에 이를 가능성이 2%로, 사스 때의 9.6%나 메르스 때의 34.4%보다 낮기 때문이다. 그러나 확진자가 갑자기 늘어날 수 있어 관심이 필요하다. 사스 때에도 처음 발병 후 질병을 공식화할 때까지 6개월 가까이 걸렸는데 그 때문에 질병이 잠복기를 넘어 본격적으로 확산되면서 확진자가 급증했다.

2000년 이후 국내외에서 세 번의 질병 확산 과정이 있었다. 2002~2003년 동아시아에서 유행했던 사스와 2009~2010년의 신종플루, 2015년 메르스가 그것이다. 과거 사례를 보면 사스만 국내외 경제에 큰 영향을 미쳤을 뿐 다른 두 질병 사례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신종플루는 금융위기 직후 발생했는데 이 때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크게 둔화됐던 국내 경제 성장률이 선진국 경기 회복에 편승해 플러스로 반전되던 시기였다. 질병이 경제에 어느 정도 악영향을 미쳤겠지만 바닥 이후 회복세가 강한 시기여서 숫자상 나타난 영향력은 크지 않았다. 2015년에 발생한 메르스는 치사율이 높았던 반면 지속기간은 1~2개월에 지나지 않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았다.

반면 사스는 달랐다. 국내 경제성장률이 8%대에서 1년 후에 2%대로 낮아질 정도로 영향이 컸다. 중국도 마찬가지였다. 2002년에 발병이 시작된 후 1년 동안 중국 경제 전체에 큰 타격을 줬다. 특히 관광산업이 큰 타격을 받아 외화수입이 50~60% 가까이 줄었고, 내수 관광수입 역시 10%가 줄었다. 이 때문에 2003년 중국 경제가 253억 달러의 손실을 보았고, 경제 성장률 역시 1~2%포인트 낮아진 걸로 추정된다. 사스가 우리와 중국 경제에 얼마나 큰 영향을 줬는지는 핸드폰 제조회사의 사정을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사스가 있기 전에 국내에는 중국에서 수주받은 물량을 근거로 100개 넘는 핸드폰 제조회사가 존재했지만 사스를 겪고 난 후 생존 회사는 10여개에 불과했다. 사스로 중국의 소비가 줄면서 많은 회사가 사라진 결과였는데 질병의 영향이 얼마나 컸는지 알 수 있다.

사스가 중국 경제에 미친 영향을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적용할 경우 중국 경제의 손실액은 1500억 달러까지 올라간다. 중국인들이 느끼는 체감 정도는 사스 때보다 더 클 것이다. 사스 때에는 중국의 연평균 성장률이 10%에 달할 정도로 호황이어서 질병의 영향을 쉽게 극복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성장률이 6%를 밑돌아 타격이 더 크기 때문이다.

금융시장에서도 경제와 비슷한 반응이 나타났다. 사스가 본격적으로 확산된 2003년에 코스피는 2개월 사이에 20% 하락했다. 반면 신종플루가 유행했던 때에는 한 달 동안 보합권을 유지하다 확산 종료 후 곧바로 상승했다. 메르스가 발병했던 시기에는 코스피가 약보합을 유지하다 사태가 종식된 2015년 8월 이후 다시 하락했다. 주가와 질병 사이에 관계가 크지 않았음을 보여준 것이다. 금리 역시 사스 때에는 하락한 반면, 신종플루와 메르스 때에는 방향성을 찾기 힘들 정도로 중구난방이었다.

질병이 주가에 영향을 줬다면 이는 질병보다 다른 요인의 영향이 컸을 것이다. 사스가 대표적이다. 계산상으로는 코스피가 20% 하락한 걸로 나오지만 이는 질병보다 하락 이전 주가가 많이 오른 영향 때문이었다. 성장률도 비슷해 질병이 경제와 시장 둔화의 본질이 아니었음을 보여줬다. 지금 주식시장의 문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아니다. 질병은 하나의 이벤트에 지나지 않아 오랜 시간 주가를 끌어내리는 재료가 되지 않는다. 질병으로 인해 경제 심리가 위축돼 성장률이 하락할 가능성이 있어 주식을 매도한다는 게 상식에 맞는지 생각해 보면 질병의 영향력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하락장에선 늘 ‘핑계거리 악재’가 존재했다
주식시장이 가격 부담을 못 이겨 조정에 들어갈 때 주가는 그냥 하락하지 않는다. 어떤 것이든 눈앞에 있는 재료를 악재로 만들어 하락의 핑계거리로 삼는 게 일반적이다. 그래서 나중에 따져보면 그 재료가 없었어도 다른 것이 그 역할을 했을 것임을 알 게 된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도 비슷한 경우다.

지금 시장에서 중요한 건 주가다. 미국시장이 10월에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후 많은 나라의 주가가 따라서 올랐다. 우리 증시도 2250을 넘어 상승률이 단기에 20%에 달할 정도였다. 주가가 오르면서 나스닥을 중심으로 버블의 징조가 다수 나타나고 있다. 몇 달 전만 해도 부도를 걱정할 정도였던 테슬라가 6개월 새 주가가 3배 가까이 올라 이제는 GM과 포드의 시가 총액을 합친 것보다 규모가 커졌다. 주가를 끌어올리는 마지막 단계에 성장성을 과다하게 반영한 게 아니라면 설명이 힘들 정도다. S&P500의 주가순이익비율(PER) 역시 24배까지 올라가는 등 주가 평가가 예년보다 높아졌다.

이렇게 주가가 높아진 상태에서는 약간의 외부 충격만으로도 시장이 요동을 치게 된다. 지금이 그런 상태인데 질병을 핑계로 주가가 떨어진다면 폐렴보다 시장에 다른 어떤 약세 요인이 없는지 의심해 보는 게 더 바람직하다. 질병이 지금 주가를 움직이는 본질이 아니기 때문이다.

- 이종우 증시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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