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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 거래소에 투자자 보호 부과, 한국은 소극적

미·일은 보호 의무 부여…정계 “거래소 투명화, 이용자 안전이 먼저”

연일 요동치는 암호화폐의 파동에 논란도 거세지고 있다. 특히 금융당국이 암호화폐 정체성마저 의심하는 부정적 입장을 내비치면서도 한편으론 세금 징수엔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논쟁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최근 암호화폐 거래 규모는 코스피를 뛰어넘었다. 현재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수는 200여 곳에 달한다. 일본 금융청에 따르면 일본에는 암호화폐 거래소가 4월 16일 기준 27곳이 있다. 한국이 7배 이상 많다.  
 
암호화폐 시장 규모가 커지자 시장에서는 투자자 보호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암호화폐 거래소들이 자격을 갖추지 못한 채 난립하는데다 자금세탁이나 해킹 등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어서다. 심지어 거래소 중엔 고객 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시스템도 갖추지 못한 곳도 부지기수다.  
 

거래소 등록 요건에도 이용자 보호 조치 안보여

 
정부가 암호화폐를 ‘가상 자산’으로 분류해 2022년부터 소득세법에 따라 세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투자자는 250만원을 넘는 매매차익의 20%를 기타소득세로 납부해야 한다. 거래소는 앞으로 암호화폐 거래 사업을 하려면 금융정보분석원에 신고해야 한다. 기존 사업자도 9월 24일까지 신고를 마쳐야 한다. 기존에는 사전 준비 없이 세무서에 등록만하면 영업할 수 있었다.  
 
거래소를 신고 등록하려면 한국인터넷진흥원에서 정보보호관리체계 인증(ISMS)을 받고 실명계좌를 개설해야 한다. 대표자와 임원의 자격요건 구비 등 등록 요건도 충족해야 한다. 하지만 투자자 보호에 필요한 거래소의 자격 강화 조치는 보이지 않는다.  
 
국가적 차원에서 정부 주도로 암호화폐 시장 관리를 본격화하면서도 정작 투자자 보호에는 부정적 입장을 보인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22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암호화폐 거래를 미술품 거래에 비유하며 그림 가격이 떨어졌다고 정부가 이에 대한 책임을 지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이 암호화폐에 부정적인 이유는 극심한 가격 변동성과 투기성이다. 적정가격을 제시할 근거가 없는 자산이라는 것이다. 은 위원장은 이날 “암호화폐는 투기성이 강한, 내재가치가 없는 가상 자산”이라며 “국민들이 많이 투자한다고 관심 갖고 보호해야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5일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암호화폐는) 내재가치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암호자산은 적정 가격을 산정하기 어렵고 가격 변동성도 매우 크다”며 “암호자산에 대한 투자가 과도해지면 투자자 관련 대출 등 금융안정 위험이 커진다”고 언급했다.  
 
구윤철 국무조정실장(왼쪽)과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일 등록제·면허제로 거래소 관리·감독 강화

 
정계에서는 금융당국이 암호화폐의 제도권 편입과 투자자 보호에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2일 자신의 SNS에서 “최소한 코인 발행 기업에 대한 정보 공개, 허위 공시에 대한 적발과 제재, 코인 가격 조작 세력에 대한 감독 등 기본적인 투자자 보호부터 이루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정무위 여당 간사인 김병욱 의원은 같은 날 “엄청난 금액의 거래에 대해 (정부가) 너무 손 놓고 있지 않느냐는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정의당은 23일 논평을 내고 “암호화폐 투자자 보호와 투명한 시장환경 조성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조속히 마련해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과 미국은 한발 앞서 등록제와 면허제를 시행해 거래소를 관리 감독하고 있다. 일본은 가상 통화 거래로 발생한 이익은 소득세 과세 대상에 포함해 투자자에게서 세금을 걷는다. 세금을 걷는 취지에 따라 일본 정부는 암호화폐 거래소를 금융청과 재무국에 등록토록 하고, 거래소에 투자자를 보호하는 법적 의무도 지우고 있다. 
 
미국 뉴욕주는 거래소가 암호화폐를 취급할 수 있는 면허인 비트라이선스 제도를 시행 중이다. 사업자가 거래소를 등록하려면 운영 구조, 위험 관리 감독 등을 주 금융감독청으로부터 평가 받아야 한다. 등록 후에는 지배구조·재무상태 등을 주정부에 주기적으로 보고해야 한다. 또한 소비자가 암호화폐를 현금화하는데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거래소가 계좌에 일정 금액을 갖고 있도록 한다.  
 
김병욱 의원은 “정부의 부정적 입장과는 무관하게 막대한 규모의 자금이 가상 자산 시장으로 몰려들고 있다. 정부는 내년부터 과세도 한다는데 투자에 유의해달라는 원론적인 말이 아닌 실질적인 투자자 보호를 위한 제도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필수 기자 kang.pils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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