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득보다 실이 더 많아 보이는 3기 신도시 청약

청약 때 대출상품 강제, 떠날 때 시세차익 반납
분양가 시세의 70~80%라지만 주변 집값 이미 폭등

오는 7월부터 접수를 시작하는 수도권 3기 신도시 사전청약을 두고 수요자들의 불만이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정부 내내 폭등한 주택 시세를 기준으로 삼은 부당한 분양가 책정기준, 청약자를 빚쟁이로 만드는 대출 상품의 강제 이용, 자녀양육으로 수요가 가장 높은 시기인 40·50대를 제쳐두고 신혼부부에게 몰아준 주택 공급물량 불균형 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연일 빗발치고 있다. 심지어 세대 간 갈등까지 부추기고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3기 신도시 건설 사업은 서울 주변에 위치해 서울 도심까지 30분 안팎으로 출•퇴근이 가능하고, 보육·교육 기반시설을 갖춘 양질의 주거단지를 주변 시세보다 낮은 가격으로 공급하는 것이 목적이다. 사전청약은 본청약 1~2년 전에 일부 물량에 대해 청약을 진행하는 제도다. 당첨 후 본 청약까지 무주택자 요건을 유지하면 입주가 보장된다.  
 
3기 신도시 공급 방안 중 하나로 정부가 마련한 신혼희망타운 수익공유형 대출을 분양 받으려는 수요자가 강제로 이용토록 해 논란을 낳고 있다. 사전청약 주택 가운데 신혼희망타운에 입주할 경우 주택 공급가격이 3억700만원을 넘으면 신혼희망타운 전용 대출 상품(모기지)을 반드시 이용해야 한다. 청약자의 자금 여력과 관계없이 분양가의 최소 30% 이상을 대출받아야 한다.  
 
또한 주택을 매도할 때 주택 매각 금액에서 분양금액을 뺀 시세차익의 최소 10%에서 최대 50%까지(주택담보인정비율(LTV), 대출 기간, 자녀 수 등에 따라 다름)를 정산해 주택도시기금에 내야 한다. 시세 차익을 국가와 나눠 갖는 것이다. 대출 금액이 적고 자녀가 많다면 정산 비율을 줄일 수 있다. 주택 공급가격이 3억700만원을 넘지 않으면 선택에 따라 대출 상품을 이용할 수 있다.  
 
‘로또 분양’이라는 부작용을 막기 위한 조치라지만 수요자 입장에선 시세차익의 절반을 뺏기게 돼 훗날 집값 상승에 따른 자산가치 상승을 기대하긴 어렵다.  
 
KB국민은행 리브부동산이 26일 발표한 월간KB주택시장동향 시계열 자료에 따르면 4월 경기도 평균 아파트 매매가격은 5억1161만원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5억원을 넘었다. 이를 신혼희망타운 청약에 단순 적용해도 수익공유형 대출을 반드시 이용해야 한다. 소득이 높지 않은 신혼부부에게 부담스러운 금액이다. 작은 면적과 높은 금액, 수익공유형 대출 상품 의무 이용 등이 겹치면서 악재로 작용하면서 지난해와 시흥·양주, 올해 평택 등 경기도 일대에서 선보였던 신혼희망타운은 청약 미달이 발생해 미분양이 속출했다. 3기 신도시 사전청약 전망에 우려를 더하는 대목이다.  
최근 3기 신도시 사전청약을 두고 신혼부부 물량 배정과 높은 분양가 등에 대한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사진은 북한산에서 본 3기 신도시 고양 창릉지구 전경. 앞쪽 아파트단지가 삼송지구, 그 뒤쪽 녹지대가 창릉지구, 창릉 뒤편이 고양 화정지구, 한강 건너편이 김포한강신도시다. [연합뉴스]
 

물량 절반이 신혼부부에 집중…40·50대 “우린 국민도 아니냐”

 
40·50대 중장년층은 3기 신도시 물량이 신혼부부에 집중되는 점을 지적한다. 사전청약 물량 3만200가구 중 1만4000가구는 신혼부부를 위한 신혼희망타운으로 공급한다. 전체 공급의 절반 정도를 신혼부부에만 제공하는 것이다. 일반공급의 특별분양에도 신혼부부 물량이 포함돼있다.
 
무주택자 40·50대가 신혼 대상 공급 증가로 인해 상대적으로 피해를 본다고 주장한다. 그동안 청약통장을 사용하지 않고 장기간 저축하면서 점수를 쌓고 자금을 마련해왔는데 공급물량이 적고 청약기회가 좁아져 정작 사용하지 못하게 됐다는 것이다. 주택 청약에도 불평등이 적용된다는 지적이다. 이에 일각에선 주택공급 방식을 특정 계층에게 차별적으로 공급하는 방식 대신 무주택기간이 긴 계층에게 우선적으로 공급하자고 제안하고 있다.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3기신도시 절반이 신혼타운이면 40.50대는 국민도 아닙니까?’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3기신도시만 기다려왔는데 이제 와서 절반이 신혼타운”이라며 “대통령만 믿고 기다렸던 40·50대 중장년층은 국민도 아닌가. 이런 차별이 어딨냐”며 불만을 토로했다.  
 
이에 국토교통부(국토부)는 “신혼부부 등 젊은 층이 수요가 많고 이들의 사회 진출과 안착을 돕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한다. 국토부는 그 근거로 사전청약 홈페이지 방문자 약 350만명 가운데 문자 알리미 서비스를 신청한 비율을 근거로 제시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서비스 신청 비율은 20대와 30대가 약 절반에 달하고 40대가 30% 등이다. 20~30대와 40대까지 사전청약 수요가 많다고 파악한 것이다. 이와 함께 국토부는 “일반공급물량 2400가구를 계획하고 있으며 40대도 일반물량으로 신청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본 청약까지 무주택 자격 유지, 입주까지 4년여 기다려야

 
3기 신도시 수요자들은 주변 시세를 기준으로 분양가격을 책정하는 방식에도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국토부는 주변 시세보다 저렴하다는 입장이다. 김규철 공공주택추진단장은 21일 “(3기 신도시) 분양가는 기본적으로 분양가 상한제 적용 지역이기 때문에 저렴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구체적인 건 산정에 들어가 봐야 알겠지만, 통상 시세의 70∼80% 수준으로 (책정)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하지만 수도권 주택시장은 문재인 정부가 주택시장을 억눌러온 지난 2~4년 동안 가격이 폭등했다. 국토부의 전망대로 주변시세의 70~80%에 맞추게 되면 3기 신도시 분양가격은 예상을 뛰어 넘는 수준으로까지 높아진다.  
 
7월 사전청약이 시작되는 위례의 경우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경기도 하남시 학암동의 위례롯데캐슬은 지난달 전용 75㎡가 약 12억원에 매매됐다. 전용 84㎡의 매매가는 약 13억5000만원이었다. 오는 5월 입주예정인 힐스테이트 북위례는 전세가격이 6억5000~10억5000만원 수준으로 형성돼있다.
 
3기 신도시가 완공돼 실제 입주하기까진 최소 3~4년이 걸릴 것이라고 업계는 전망한다. 청약자에겐 사전청약을 했어도 본 청약까지의 기간이 얼마나 될지 가늠할 수 없는 상황에서 높은 분양가를 견디며 전월세를 전전하기엔 부담이 크다는 지적이다. 그렇다고 이를 의식해 분양가를 낮추면 ‘로또 분양’이라는 부작용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강필수 기자 kang.pils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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