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표’야 고마워…롯데칠성음료 웃었다
곰표 밀맥주 제조사 세븐브로이 위탁생산 맡아
카스·테라 꺾고 편의점 캔맥주 매출 1위
밀가루와 만난 수제맥주. 편의점 CU의 대표 밀맥주 ‘곰표맥주’가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전통 강자인 카스, 테라 등 전통 강자들을 모두 꺾고 편의점 캔맥주 전체 매출 1위에 등극했다.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을 통해 마련한 대규모 물량을 CU 점포에 풀기 시작한 지 이틀 만이다. 수제맥주가 기성 주류업체 맥주 매출을 모두 제친 것은 30년 편의점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이틀 만에… 매출 1위 등극
CU에 따르면 지난달 29일부터 곰표 밀맥주 물량을 점포에 증량해 공급한 후 불과 이틀 만에 국산과 수입맥주를 통틀어 매출 1위에 등극했다. 이후 매일 매출 신기록을 달성하며 대량 공급 2주 만에 월 생산량 300만개 완판을 눈앞에 두고 있다. 현장에서는 오는 주말을 기점으로 곰표 밀맥주 모든 물량이 소진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지금까지 곰표 밀맥주의 하루 평균 판매량은 17만개. 최고 판매량은 26만개에 육박할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자랑한다. 2주 동안 300만개 판매량을 지난해 월 평균 판매량(20만개)으로 환산하면 무려 30배나 높은 수치다.
CU는 이미 이달 11일 각 점포에 곰표 밀맥주 발주 중단을 안내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첫 수제맥주 위탁생산으로 물량을 지난해보다 15배나 늘렸음에도 생산량이 판매량을 못 쫓아가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로써 곰표 밀맥주는 이번주까지 CU에 입고되고 당분간 품절 상황에 놓일 전망이다. 판매 재개는 이달 말로 예정하고 있다. 공장에서 추가 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부득이 발효 등 맥주를 만드는 약 2주간의 시간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CU 관계자는 “지난 30여년 동안 편의점 맥주 시장에서 단독 판매하는 차별화 상품이 대형 제조사 제품들을 누르고 1위에 오른 건 처음 있는 일”이라며 “곰표 밀맥주의 공급량을 늘렸지만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판매량을 보이고 있어 제조사와 공조를 통해 이달 말 판매 재개시점에 맞춰 증량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류규제 풀리면서 ‘대량 생산’ 가능
1년 전 인기를 끌었던 곰표 밀맥주가 재돌풍을 일으킨 것은 ‘대량생산’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곰표 밀맥주는 지난해 5월 출시 직후 2030세대를 중심으로 큰 인기를 끌었지만 인기만큼 매출이 오르진 못했다. 당시 곰표밀맥주 제조사는 세븐브로이로, 월 20만개 수준의 공급량을 가지고 있었다. 말 그대로 공급이 수요를 못 따라 간 셈.
그러다 지난해 길이 열렸다. 주류 제조업체가 다른 제조업체 시설을 이용해 OEM을 할 수 있도록 주류 규제가 완화되면서 곰표 밀맥주 제조사 세븐브로이는 올해부터 롯데칠성음료에 위탁생산을 맡겼다.
롯데칠성음료는 세븐브로이의 곰표 밀맥주와 제주맥주의 제주위트에일을 자사 공장에서 생산 중이다. 롯데칠성음료는 그간 클라우드와 피츠 등을 앞세워 주류 시장을 공략했지만 오비맥주 카스와 하이트진로 테라 등 경쟁사에 밀려 한 자릿수 점유율을 유지해 온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롯데칠성음료의 주류 공장 가동률이 지난해 20%가량에 그쳤지만, 위탁생산을 통해 50% 가까이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곰표 밀맥주의 생산 물량이 늘어나면서 롯데칠성음료도 덩달아 웃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성장세가 얼마나 갈 지는 미지수다. 수제맥주 성장세는 가정용에 집중돼 있기 때문. 주류 업계에서는 조만간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되면 그간 위축해있던 유흥·외식 시장의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경우 편의점 등 가정 시장에 의존하고 있는 수제맥주의 성장세는 주춤할 수밖에 없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곰표 밀맥주가 예상 밖의 파장으로 덩달아 고전하던 롯데칠성음료도 웃게 됐지만 장기적으론 경쟁이 치열해질 수 있다”며 “수제맥주 업체들이 유흥·외식 시장에서 자리 잡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도 과제”라고 지적했다.
김설아 기자 kim.seola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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